한 나라의 건국신화에도 신비하고 경외로운 신비한 스토리텔링이 있지만, 하나님의 아들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는 영광스런 그 무엇도 없다. 초라한 말구유에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으니....
화려한 축하 행사도, 파티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늦은 자의 모습으로 오셨으니...
다만 조용히 움직이는 하늘의 별 하나,
그것을 볼 수 있는 동방박사 3명의 조촐한 경배만이 있는 자리였을 뿐이다.
실은 이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크리스마스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때로는 이런 모습조차도 지나치게 미화되서 예수님의 말구유나 마리아의 뒤 편에 후광이 비치고 황금빛 별들이 번쩍 번쩍하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실제는 냄새하고, 축축하고, 말똥과 음식찌꺼기가 여기저기 뒹구는 말구유, 헤롯왕을 피해 목숨걸고 도망쳐 들어온 곳, 춥고 어둡고, 망연자실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성탄절을 이렇게 기억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약하고 외로운 사람들,
저 마다의 이유로 애통해 하는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이기 때문에.
여러 백화점, 호텔마다 넘쳐나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화려한 마켓, 값비싼 케이크와 선물 아이템, 그 사이를
떠밀리듯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왜 이토록 기다리고, 설레이고, 행복해 할까?
목사님께서는 "크리스마스트리없는 크리스마스"를 주장한 어떤 신학자의 말씀도 인용하셨다.
덕분에 우리 교회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지니치게 화려하고 크게 만들지 않는다 하신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는 크리스마스를 상상해 본다.
그래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행복을 느낄까? 설레임을 느낄까?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래도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생각도 든다.
예수님을 믿지도 않고, 교회도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트리를 꾸미고 산타할아버지를 찾고, 선물을 주고받고, 자선남비에 성금을 넣고 특별한 이벤트를 열고...
모두가 마냥 설레고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게 뭐 어떤가??
그 또한 하나님의 마음일 것 같아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왕의 삶은 커녕,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당신의 아들을 모두가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 크리스마스의 의미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세속적인 즐거움에 눈 먼 배은망덕한 인간들 같으니~!! 이렇게 책망하고 분노할 하나님은 아니시기 때문이다.
내 아들의 소중한 탄생일, 성스러운 이 날이 하나님께는 잔칫날이 아닐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 즐기고, 설레며 기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하나님 또한 분명 행복하실 것이라는 생각.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는 크리스마스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맞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믿는 사람들도, 악한 사람들, 선한 사람들, 부자인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