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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리 Sep 25. 2023

[오늘#6] Starlite Deli_1화

평범한 직장인의 김치같은 오늘#

  얼마 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39년간 센드위치 가게를 운영하셨던 김정민,김자희 부부사장님이 출현한 TV프로그램을 봤다. 센드위치 가게 이름은 'Starlite Deli'.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44가에 위치하는 이 가게는 1983년에 창업하여 2023년까지 39년간 경영되었다고 한다. TV프로그램을 보기 얼마 전 뉴스에서도 이 소식을 접했던 터라, '오~ 저분이 이 프로그램에 나왔네~' 라며 거실 한켠에 서서 약 20분간 보았다. 김정민,김자희 사장님들의 그간 살아왔던 여정, 은퇴 전 단골손님들에게 받은 은퇴식, 사장님들의 경영철학 등이 무겁지 않은 내용으로 방송되었다. 저 분들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었고, 또 저분들의 말을 들으며 가슴 뭉클함이 밀려와 살짝 눈물도 흘리며 20여 분간 서 있는 채로 봤다. 

  Starlite Deli의 종업원은 평균 14~15명, 많을때는 18명까지 였다고 하니 지금 내가 있는 회사만한 규모이다. 건물 월세는 5만달러. 한국 돈 약 6천 6백만원이며, 종업원의 인건비, 재료비, 공과금 등을 생각하면 '도대체 매출이 얼마나 됐던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가게를 운영하시며 두 사장님들은 일년 중 1월 1일 하루만 쉬고 39년동안 일을 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못해 존경심이 들었다. 

  문득 난 일년에 얼마나 일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2023년 기준 공휴일은 총 67일, 대략 한달을 4주로 산정하면 일년에 토,일요일은 96일, 회사에서 받는 연차는 17일이니, 이 모든 날을 합치면 대략 180일 남짓이다. 180일? 일년 365일 중에 쉬는날이 180일?? 그럼 일한 날은 185일 밖에 안되는거야??? 가만 있어보자... 185일을 12개월로 나눠보면... 뭐야. 한달 30일 중에 16일만 일했던 거네?

  깜짝 놀랬다. 내가 일년에 몇일을 일하는지는 자세히 세어본 적이 없다. 일년에 일하는 날이 185일이라니.. 놀고 먹었네? 이러면서 월급이 낮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거야? 





  난 항상 경영진을 꿈꿨다. '나도 언젠가 회사를 차릴거야. 그때까지 많은 경험을 쌓아보자!' 그렇지만 아직까지 내 명의의 회사를 차리지 못했고, 지금도 평범한 회사원이다. 반대로 생각을 한번 해본다. '내가 경영진이라면, 직원에게 지금 내가 받는 월급 정도를 주면서 많다고 느낄까, 적다고 느낄까' 아직 경영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철저히 고용된 입장일 수 밖에 없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하려 해본다. '이렇게 일년 근무일수를 산정해 봤다면, 아마도 적다고는 느끼지 않을거 같은데...'


내 전자급여명세서. 요즘은 봉투로 안주지...

 난 올해 우리회사의 계약 총액 중에 대략 1/2의 프로젝트를 직,간접적으로 담당했다. 진행된 프로젝트는 모두 다 잘 마무리가 되었고, 심지어 '동종업계의 유사한 프로젝트 중에 가장 잘했다. 다른데도 여기처럼만 해 주면 좋을텐데...'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한것도 있었다. 지금까지 전체 계약의 1/2을 담당하면서 그 성과도 우수한데, 왜 내 월급은 이모양이지? 왜 연말 성과급은 쥐꼬리만한거야? 


  우리회사 내에서 내 월급은 상위권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 월급은 '쥐꼬리'다. 내가 들이는 열정과 노력에 비하면 지금 월급은 부족하다라고 느꼈다. 그런데,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전체 매출 대비 직원 인건비율을 산정할테고, 그 인건비 안에서도 내 월급은 상위권이니 나한테는 많이 준다고 느낄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근무일수다. 


  일년에 일하는 날이 185일이라니... 일년 중 절반은 노는거였다. 회사는 직원을 고용해서 이익창출을 하지만, 고용된 직원은 일년에 절반만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일을하는 물리적인 시간보다 그 시간안에 해내는 성과물의 양과 질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인 근무일수는 일년에 절반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월급을 많이 받기 위해 일년에 쉬는 절반의 날에도 일을 하면 많이 받을 수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휴일근무나 야간근무 등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하여 그 수당을 받으면 월급이 올라간다. 그렇지만 법으로 일주일에 최대 가용 근로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만큼만 신청하고 일해야만 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이마저도 시간외 근무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왜 주말에 일하려고 그래. 주중에는 뭐했어? 그게 그렇게 오래걸리는 일이야?' 라는 식의 말과 함께 신청서류는 반려된다. 그럼 월급을 많이 받으려면 일년에 절반이나 되는 쉬는 날에 뭘해야 할까?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니, 4대보험이 지급되지 않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된다. 또는 가족 중 아무일도 하지 않는 사람의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하고 일을 하면 된다. 또는 주식과 같이 투자를 하여 투자이익금을 발생시키면 된다. 이런게 쉬운가? 


  Starlite Deli 사장님들이 TV에 나온것을 보며 내 머릿속은 '딱' 하고 스위치가 켜졌다. 저 사장님들 같이 일년에 364일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나도 돈을 벌고 싶다. 나도 돈을 벌 수 있을거 같다.' 내가 가장 잘하는건 성실한 것이니까.




  가난한건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추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그저 위로의 한마디일 뿐입니다. 돈이 많으면 하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 사고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돈이 많으면 존경받는 시대이고, 돈이 많은 사람은 대중의 오마주가 되기도 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요? 그럼 성실하면 됩니다. 나의 시간과 밝은 미래를 바꾼다고 생각해 보세요. 성실함은 지루하지만 밝은 미래는 생각만 해봐도 즐거울 겁니다. 



나의 오늘은 돌아오지 않을 어제가 됩니다.
오늘을 사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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