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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러나 Dec 09. 2023

돈이 없어서 하게 된 일

가난이 처음으로 좋았다

"내가 돈을 벌 기회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 모든 계기는 다 월세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

-'회사만들기' 전시, 이슬아 작가 인터뷰 중


출판사를 통해서가 아닌, 자신의 글을 직접 파는 작가 이슬아씨의 이야기는 한때 세간에 센세이셔널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월세 때문이었다니, 찡하고 반가웠다. 그리고 지난 여름을 떠올렸다. 맞다, 이 모든 것은 다 월세 때문이었다.


해보고 싶은 것을 도전하게 하는 용기도, 절벽 아래로 기어코 날 떨어뜨려 하늘을 날게 하는 것도 다 월세 때문이다. 어설픈 꿈만 꾸고 꾸물거리던 인간이 처음으로 실행하게 된 것은, 퇴사 후 통장잔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을 때다.


퇴사 후 쉬고 싶었지만 절대 이 도시속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반드시 한적한 곳으로 떠나야만 숨이 쉬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문제는, 살고있는 집이다. 누가 그랬다. 독립하면 그때부터 유료호흡이 시작되는 거라고.  그 유료 호흡 때문에 나는 퇴사를 할 수도 없고, 떠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관리비와 각종 비용들까지 감당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여유롭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퇴사를 벌이고야 말았다. 상황이 닥치니 뭐든 생각해야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은, 이 집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월세를 받기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수입을 얻는 일이 아니었다. 가슴속에 품은 꿈을 입 밖으로 꺼내 실체화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가난이 처음으로 좋았던 날이었다.


사실 퇴사하기 1년 전부터, 소소하게 품어왔던 꿈이 있었다. 공간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메세지를 전해보고 싶다는 것.


자라며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간섭이 심한 엄마와 애착이 강한 아빠 때문에 집은 쉴 곳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성장과 회복, 그러니까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독립을 감행했다. 경제적으로는 득이 될게 전혀 없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나만의 공간에서 생각하고, 꿈꾸고, 삶을 정비하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었다.


그 공간에서 살 힘이 나니까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은 여유도 생겼다. 그래서 공간에서 위로받고 회복되기를 바라며 두달동안 쉬지않고 매주말마다 지인들을 초대했다. 인테리어를 공부해본 적도 없고 힙한 감각도 없지만, 회사를 떠나서 의도적으로 기획한 공간에서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전해보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남몰래 일기장에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고 적어 두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먼지가 쌓이기도 했고, 우선순위에 너무 밀려서 기억 저편속에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난은 나를 보채서 뭐든 하게 했다. 집에 드는 비용을 겨우 방어할 정도로 아주 낮은 가격에, 그러니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서 집에 대신 지낼 사람을 구하고 돈을 받았다. 돈이 없어보니까 그제서야 환경이 주는 멱살캐리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었다.  꿈을 실행할 명분과 담대함이 채워져서 그런지 수치감과 망설임도 크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냥 잠깐 집빌려주고 돈 받은것 아니냐, 에어비앤비 같은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위로와 격려)를 처음으로 팔아본 경험이었다. 회사에서 백오피스로, 수입을 내는 일은 한 적도 없는 내가 스스로 돈을 번 이 감격은 말로 다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때부터, 퇴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이라는건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이구나. 비단 노동과 시간을 돈과 교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는 생각, 그리고 그 언젠가 내 비즈니스를 꼭 해보고싶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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