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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회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 다녀왔어요.

서울 대학로마로니에공원의 가을풍경은 여전했다!

by 시골사모

은퇴 후, 원주에 와서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를 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여성 백일장에 참가하기 위해서! 서울 살 때는 돈암동에서 버스 타고 두 세 정류장이면 왔던 곳을, 원주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버스를 타면 돌고 돈다) 원주역에 내려, 서울 가는 ktx기차를 탔고, 청량리역에 내렸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나서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접수 시작 전이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 유자차 한잔을 앞에 놓고 창문너머로 마로니에 공원의 깊어가는 가을 풍경을 감상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언제 와도 좋지만 가을에 오면 더욱 분위기가 있고 예쁘다.! 옛날 딸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어린이날이면 딸들과 셋이서 대학로 KFC에 와서 치킨과 햄버거를 사 먹곤 했다. 아이들에겐 최고의 외식이었고 나들이였다.

미리 인터넷으로 참가 신청을 안 했기에 9시부터 시작한 현장접수장소에 가서 신청을 했는데 샌드위치와 음료수, 한 꾸러미의 선물까지 주었다.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을 몇 십 년째 후원하고 있는 기업은 내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드링크, ㅇ카스를 만드는 제약회사다. 기업의 선한 영향력으로 여성 백일장이 40여 년을 이어 올 수 있었다. 삐에로, 달콤 , 쓰레기, 안경, 네 개의 글제가 발표되었고 참가자들은 순식간에 혼자, 또는 두서너 명씩 마로니에 공원의 벤치, 카페, 등으로 흩어졌다. 글제를 정하고 쓰기에 집중하는 젊은 참가자들의 예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모습들을 보며 3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딸 둘을 키우며 온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을 때 유일한 휴식처이자 위로는, 되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썼던 글쓰기였다. 시간과 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 처음으로 글쓰기 강좌를 찾아 강의를 듣고 글을 썼던 그때가 인생에서 두 번째로 행복했던 때였다. 두 딸들의 어린 시절을 오롯이 함께했던 첫 번째로 행복했던 시간들에 잇대어서……

작품을 마감하고 심사를 하는 동안 무대에서는 공연이 펼쳐졌다. 가수들의 노래를 실제 목소리로 듣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이 되어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상을 탈거라는 기대를 아예 안 했던 게 아니어서 솔직히 조금 섭섭하긴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분 좋은 섭섭함이었다. 약간의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오랜만에 마로니에 공원의 멋진 가을풍경을 눈에 가득 담아두었고, 좋아하는 가수들의 실제 공연을 귀가 황홀할 만큼 들었고, 선물과 기념품까지 덤으로 받았으며, 무엇보다 어린 시절의 딸들과 마르고 닳도록 찾아왔던, 추억이 곳곳마다 서려있는 대학로거리와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꿈같은 한나절 나들이였기에!

내년엔 우리 브런치 여성작가님들도 온라인에서 사전에 의논을 나누어 단체로 참가를 하면 어떨는지요?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는 게 좀 민망하다면 멀리서 보고 찾아올 수 있는 깃발이라도 만들어서!

깃발의 문구는 걱정 안 해도 될듯합니다. 쟁쟁한 브런치 작가님들이 계시니까.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올해도 이미 혼자, 혹은 단체 깃발을 들고 대학로에 오셨던 브런치 여성 작가님들……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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