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안녕>을 읽은 후에는!
남편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여보, 여기까지만!”
간단히 답해도 될 질문의 대답을 내가 필요이상으로 길게 설명한다고 생각되면 어김없이 하는 말이다.
딸들도 어려서부터 제 아비를 닮아 내가 길게 설명하듯 말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야단치려는 게 아닌데도 무슨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엄마, 그만! 알아들었어!” 하면서 말을 끊는다.
화가 날 때도 있고 섭섭하기도 해서 괜스레 눈물이 찔끔 날 때도 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를 떠올려본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첫돌 무렵, 큰딸이 좋아했던 생애 첫 그림책은 일본어판 <달님 안녕>이었다. 선물하신
분이 번역까지 해서 보내주셨다.
아이는 <달님> 소리는 아예 입도 벙긋 못했고, “안녕”소리가 내게는 ”안냐 “로 들렸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 한편이
뭉클하다.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 줄 엄마들에게 부탁한다. 이 책은 아이에게 인사말을 가르치려고 쓴 책이 결코 아니다. 엄마와 낯익은 식구들 말고 처음으로 마주 할 사람과 사물을 두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도록 친숙한 그림과 말투가 반복되며 아이를 안심시킨다. 더 나아가 관계의 확장도 슬쩍 곁들인다.
그러니 제발 아이에게 인사말을 배우는
책으로 읽어주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책의 내용을 필요이상으로 엄마가 곁들여 설명해주지 않아야 더 좋다. 그저 그림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먼 훗날, 아이는 자라면서 어쩔 수없이 겪게 될 사람과 환경의 낯섦과 두려움을 그림책 속, 환히 빛나던 달님을 떠올리며 ‘씩‘한 번
웃으며 떨쳐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