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이빨> 그림책을 읽을 때면 엄마가 보고 싶다!
아버지는 정말 이가 안 좋았다.
손바닥을 한쪽 볼에 대고 얼굴을 찡그리시던 모습을 자주 보았다. 쉰 초반에 이미 부분 틀니를 하셨던 것 같다.
엄마는 정말 <강철 이빨>이었다.
캔음료수가 없던 시절에 콜라병마개를 입으로 금세 뚝딱 따곤 했다. 그때도 병따개는 있었다. 성격이 급한 엄마는 병따개를 찾다가 없으면, 콜라 한 모금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리 삼 남매 앞에서 병마개를 입으로 가져가 어금니로 금세 뚝딱 열었고 거품 섞인 콜라가 분수처럼 흘러내렸다. 우리는 무슨 묘기라도 보듯 손뼉 치며 철 없이 좋아했고, 아버지는 이마에 주름이 잡힐 만큼 눈을 찡그리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읽어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을 것이다. 그림책 <강철이빨>은 아이들에게 이빨의 소중함과 칫솔질의 중요함을 깨우쳐주려는데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뚝딱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님을,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내가 태어났음을, 그만큼 나는 귀중한 존재이며 삶은 내 뒤에도 계속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해 줄 책이다.
초등학생들 중에도 우울증과 강박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고 난다.
대부분 부족한 것 없이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갖고 태어난 세대이기에.
놀이를 통한 심리치료를 공부한 후배가 말해준, 좀 길다 싶은 말은 이랬다.
“언니, 딱 반대로 생각해 보면 답이 있어. 형제간에 먹을 것 갖고 다투긴 했어도 우리네 엄마 아버지들처럼 부모들이 자식 먹여 살리려고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일을 했을 때도 나름 형제간에 질서와 양보와 배려라는 게 있었어.
요즘엔 아이가 원하지 않아도 부모들이 먼저 넘치도록 이것저것 가르치고 사주고 먹여주고 하니 생존본능, 심리적 자생력이 퇴화된 거야. 좀 독한 데가 있어야 하는데 독해질 이유가 없거든! 그런데 엄마는 평생 죽을 때까지 내가 다 해 줄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그제야 공부든 생활태도 따위를 틀어쥐려 하니 애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변화에 놀라고 적응도 안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은 엄마기대치에 못 미치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지고 그러는 것이라고. “
후배 말에 격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호응하진 않았다. 내 생각에 후배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좀 아닌 듯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