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교향악단의 제814회 정기연주회는 작년 포함하여 근래 들은 KBS 교향악단의 연주 중 가장 인상 깊은 공연으로 손꼽을 만한 호연이었다. 원래 갈까 말까 꽤 고민하다가 결국 가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여 관람하게 된 연주회인데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공연이었다.(물론 안 왔으면 좋은 줄도 몰랐을 테니 후회할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이번 연주회는 Andres Orozco-Estrada(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를 객원 지휘자로 초청하여 진행되었는데, 좋은 리더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금 새삼스레 깨닫도록 해준 공연이었다.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나가는 음색 하며, 섬세한 속도 조절 하며.... 물론 아쉬운 부분들도 당연히 존재했지만 대체로 역동적이고 즐거운 연주였다. 무엇보다 지휘자 에스트라다의 음악 스타일이 베를리오즈, 스트라빈스키, 슈트라우스의 곡들로 구성된 프로그램과 좋은 궁합을 이루는 듯 보였고, 특히 자칫 잘못 연주했다가는 되려 지루해졌을지도 모를 <돈 후안>이나 <장미의 기사>와 같이 이야기가 있는 곡들 또한 재미있게 연주해 주었다.
바이올리니스트 Leila Josefowicz(레일라 요세포비치)와 함께 했던 1부의 스트라빈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좋은 듯 아닌 듯 다소 모호한 인상을 남겼으나 2부의 슈트라우스 곡은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이날의 연주회 이후로 한동안 <장미의 기사> 모음곡만 줄곧 들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논외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짓자면, 같은 악단이어도 지휘자가 이끄는 방향에 따라 다른 빛깔을 내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교실에서 어떠한 강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하여 또 한 번 깊이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