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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삶을 채우자 <마르크 샤갈 展>

by Daria


내가 사랑하는 화가들을 이야기할 때 Marc Chagall (마르크 샤갈)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샤갈의 그림을 사랑한다. 예쁜 것을 좋아함과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샤갈의 그림은 그야말로 완벽한 취향 저격이다. 샤갈은 색의 마법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작품에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는데, 다채로운 색을 통해 화가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작품 분위기 또한 만들어내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은 언제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느낌을 잃지 않았는데, 그리도 선명하고 다양한 색을 사용하면서 전혀 촌스러운 느낌을 자아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가 정녕 색의 마술사였으리라 확신하게 만든다. 더불어, 샤갈의 작품 속 오브제들은 대개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를테면 반인반수라든가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모여 그의 그림을 환상적이고 비현실적, 어쩌면 그로테스크하게까지 보이도록 한다.

그리하여 나는 샤갈의 그림을 사랑한다.


올해 몇 달간 유럽에 머물면서 샤갈의 그림은 실컷 음미하였던 것 같은데도 막상 돌아오니 또다시 샤갈에 대한 갈증이 돋았다. 그래서 올해 여름동안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샤갈 전시가 내겐 무척이나 고맙고 귀중했다. 혹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전시라고들 이야기했지만 샤갈 그림을 좋아하는 내게는 갈 때마다 새롭고 즐거웠으며 감동적인 전시였다. 샤갈의 작품은 물론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저마다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대단히 심오하다 여길 정도의 수준은 아니어서 그의 전시는 힘 빼고 있는 그대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영감과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금번 전시에서는 샤갈의 성서 연작을 꽤 비중 있게 다뤘는데, 난 비종교인이어서인지 성서 연작 섹션은 아무리 봐도 그다지 흥미가 일지 않아 매번 그냥 지나쳤다. 반면, 음악을 사랑했던 샤갈의 파리에서의 그림들과 아름다운 꽃 그림들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전시장 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감상했었다. 또한, 인간사를 비유적으로 풀어낸 라퐁텐 우화 삽화들도 흥미롭게 감상하였다.


개인적으로 미디어아트 전시는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파리 섹션 중 샤갈이 그린 파리 오페라 극장(Opéra Garnier) 천장화를 프로젝터로 쏘아서 천장에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실제 천장화의 모습은 과연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 보았고, 이는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에 꼭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졌다. 세상은 아직 만나지 못한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할진대 새삼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갈의 말로 추정되는 한 인용문을 보면, 샤갈의 그림들을 보고 난 후 내가 새삼스레 느낀 이 마음이 응당 자연스러운 흐름인 듯싶다.


“모든 생명이 결국 끝을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는 그 끝을 맞이하기 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야 한다.”
(전시장 내에 있던 샤갈 어록 중 하나)


우리의 삶을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자. 샤갈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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