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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업본부장 한상봉 Nov 10. 2023

영업사원 봉팀장의 하루-제6화 MZ여자 영업사원 1

영업사원 생존소설

신입사원 OJT 때 지원 씨는 다른 어떤 신입사원들보다도 열심이 보였다. 각 부서의 부서장이 돌아가며 자기 부서의 하는 일과 어려운 점을 브리핑할 때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메모하고 질문하고 적극적이어서 부서장들끼리 사석에서 서로 데려가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었다.


하지만 IT 영업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여성이 힘들다는 걸 알기에 욕심은 나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구애를 하진 않았는데,


사원 민지원 : 팀장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영업3팀에 새로 배정된 신입사원 민지원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사원이 팀장에게 첫인사를 하면서 '잘 부탁드립니다'가 맞나? 맞지. 그거 아니면 뭐라고 할 거야.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잖아. 아니 그보다도 이런 걸 생각하는 내가 이미 꼰대인 건가?


봉팀장 : 아.. 지원씨 반가워요. 우리 팀으로 온다는 얘기는 상무님께 들었어. 한번 잘해 봅시다. 기대할게요.


선후배 간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이미 친해진 여 과장과는 반갑게 하이파이브까지 한다. 모든 게 내 눈으로는 어색한 액션들이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다. 암울한 성격보다는 저렇게 밝은 모습이 영업을 할 때나 팀 분위기에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영업팀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여자 팀원을 맞는 지라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 데 사실 여자라고 해서 별다른 게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여긴 영업팀이잖는가? 그동안 영업을 하면서 경쟁사 직원으로나 동료로나 여자 영업사원들을 가끔 봤지만 아직은 비율적으로 적은 건 사실이다. 아 맞다. 작년까지 우리 회사에서 영업을 하다가 이직한 유민정 차장이 있었구나. 오랜만에 안부 겸 전화해 볼까?


유민정 차장 : 와.. 팀장님. 오랜만이네. 웬일로 전화를 다 하시고, 별일 없으시죠?

봉팀장 : 유 차장 요즘 완전 잘 나간다며? ㅎㅎ 잘 지내지?

유민정 차장 : 잘 나가긴요. 맨날 똑같지. 팀장님은 어떠세요? 케리스 수주하고 계약 쓰느라 눈코뜰 새 없다던데.

봉팀장 : ㅎㅎ 운 좋게 잘 돼서 해고는 면했지. 아니 그보다 다른 게 아니고 이런 걸 뜬금없이 물어보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유 차장 영업하면서 여자여서 제일 힘들었던 게 뭐야? 야.. 진짜 친하니까 물어본다.ㅋㅋ

유민정 차장 : 아니 같이 근무할 때 힘들 땐 한마디도 이런 거 안 물으시더니 갑자기 왜 이래? 없으니까 궁금해?

봉팀장 : ㅎㅎ 전혀 미안하지 않지만 미안해. 사실은 내가 여직원을 팀에 받게 됐거든. 영업해 보겠다고 의욕이 충만한데 격려랑 응원도 해야 하지만 힘들 때 위로도 해야 하니까 그래서 그래.

유민정 차장 : 다 똑같지 뭐. 어쩌면 여자여서 더 힘든 게 있나 하고 생각하고 물어보는 게 제일 힘든 걸 지도 몰라요. 그냥 똑같은 영업사원이라고 생각해 주면 되는 데 고객이나 동료나 그게 잘 안되나 봐.


일리 있는 얘기다. 그냥 성별이 다를 뿐 똑같은 영업사원인데 마치 170 센티 키인 영업사원이나 175센티 키인 영업사원이 특별할 게 없는 거와 같겠지. 하지만 현실은 확실히 다르다. 아직도 일부 고객들은 선입견도 있고 편견도 있을 것이다.


봉팀장 : 맞는 말이네. 나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어. 고마워 유 차장.

유민정 차장 : ㅎㅎ 근데 다르게 힘들거나 오히려 편하거나 하는 건 분명히 있죠. 전화로 다 얘기할 순 없으니 한번 봐요. 제가 넘어갈게요.

봉팀장 : 오케. 연락할게 잘 지내.


유민정 차장과의 대화는 항상 유쾌하다. 뭐랄까 우문현답을 하면서 혼날 때의 자학쾌감이랄까? 일단 나중에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원 씨의 인사프로파일을 훑어본다.


으잉? 아직 재학 중이네? 진짜 애기는 애기구나. 회사에 나온다고 나름 회사원처럼 꾸몄지만 언뜻언뜻 학생티가 아직 나는 거 같기도 하다.


여 과장 : 팀장님. 다음 주 금요일에 지원 씨 졸업식인데 가실 거죠? 취직한 친구들은 직장상사들이 꽃다발 들고 축하해 주는 게 국룰입니다.

봉팀장 : ㅇㅇ 그럼 가야지. 졸업선물도 해줘야 하지 않나?

여 과장 : 네. 그래서 말인데 몰카 한번 하시면 어때요? 제가 이번에 신입사원들한테 언뜻 들었는데 졸업선물로 직장상사들이 물어보지도 않고 무슨 화장품 같은 거 선물하면 제일 싫다고 하더라구요. 진짜 선물은 따로 준비하고 화장품 주는 것처럼 하고 반응 보면 재밌을 거 같은데.


여 과장은 진지와 재미가 5대 5로 잘 버무려진 재밌는 친구다. 근데 뭐가 5지? 암튼 유튜브로 몰카를 즐겨보는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한번 잘 준비해 보라고 하고 미팅을 나선다.


처음에 영업을 시작하고 첫 비즈니스 고객 미팅을 할 때가 생각이 난다. 모든 게 걱정스럽고 불안했는 데 곁에서 늘 챙겨주셨던 사수, 팀장님 덕에 여기까지 온 거겠지. 나도 지원 씨에게 그런 좋은 상사가 돼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보다는 설레고 기대가 된다. 다만, 요즘 드라마다 예능이다 MZ세대 직장인들에 대한 풍자가 많던데 과장된 설정이겠지만 나도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가벼운 걱정도 있다.


일단 하나하나 잘 가르쳐 보자. 못하면 또 가르치면 되고 그래도 서투르면 또 가르쳐 주면 되지 뭐. 일단 다음 주 몰카부터 대박을 쳐봐야겠다. 몰카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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