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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밋밋 Mar 03. 2024

BMW를 사면, 삶이 즐거워질까?

지금도 즐겁지 않은데 어떡하지.

 여자친구와 수원화성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껴 멈췄다. 연기가 조금 나고 타는 냄새가 났다. 나의 차는 15년은 넘게 탔고 주행거리도 20만이 넘었다. 그럼에도 나는 새 차를 갖고 싶은 열망은 없었다.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차를 살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고민은 요즘 억지로 감춰 놨던 걱정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즐겁지 않지'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상황에 맞는 즐거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과자를 안 먹었고,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 다녔다. 한참을 참아냈다. 그렇게 갖고 싶던 게임기를 사며 즐거워했다. 부유한 친구들과 비교해 당장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은 미래의 나에게 미뤄뒀다. 언젠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미래의 내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젠 즐거움을 위해 현재를 감내할 수가 없다. 내 차의 수명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


‘ 나는 지금 당장 새 차를 사고 싶다.’ 


 새로운 차를 갖기 위해서는 지출을 진작 멈춰야 했다. 하지만 금액이 얼마 안 된다는 이유로 고민도 없이 갖고 싶은 것을 샀다. 더 큰 무엇을 갖기 위해 견뎌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러면서도 불만을 잔뜩 품은 채 침대에 누워, 화를 뿜어냈다. 


‘나는 새 차를 못 사는 사람이야’


 나는 월급은 적더라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다. 다만 나의 월급으로는 즐겁다고 생각한 것들을  챙길 수 없기에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제 더 이상 미래의 나에게 기대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그래서 포기한 것일까? 나중에 큰 손해가 있더라도 지금의 작은 즐거움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순간의 만족을 선택할 뿐이다.


 이전에도 친구들이 타고 오는 외제차를 부러워했다. 나도 그 차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았다.  '내 차 정도면 충분하지'라고 위안했다. 새 차를 살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서 스스로를 세뇌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도 몇 년 지나면 그런 차가 있겠지’라고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즐거움을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일 것이다. 당연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외제차는커녕 새 소나타도 사지 못하는 형편이다. 같은 직장, 비슷한 처지의 동료 중에는 BMW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달리 그 차를 갖기 위해 일찍부터 삶의 한 부분을 희생했을 것이다.


늦은 나는 현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몇 년이 지난 뒤 겨우 BMW를 가지게 될 것이다. 과연 지금도 즐겁지 않은데, 참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즐거움을 찾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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