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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걷기 예찬

백만보 걷게 되더이다

걷기 예찬

by 놀다잠든 나무

100일 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단단히 맘먹어야 했다. 걷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다. 많이 걸어보지도 않았었다. 걷기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 보리라 맘먹게 된 건 리더 틴쳐샘이 이끄는 챌린지를 통해서다. 물론 각자 혼자 걷는 것이지만 어디선가 함께 걷고 있다는 착각은 큰 힘이었다.

그렇게 100일을 지나고 보니 100만보를 달성하고 말았다. 정확히는 100일 동안 총 1,067,734보를 걸었고, 하루 평균 10,895만보를 걸었다. 100일 중 1만보를 다 채운 날은 86일이었다. 하루 1만보를 상회한 날이 있어서 100일 동안을 모두 1만보를 채우지 못했는데도 전체 걸음 수는 100만보 넘게 되었던 것이다. 스스로 내심 쓰담쓰담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는 루틴이 되어가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한 준비운동과 함께 걷기 시작하게 된다. 약 30분 정도 아침에 움직이고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간다.


어제 만난 철쭉 봉우리들이 어느 정도 열어졌을까..

비 온 후 땅에 떨어진 이팝 꽃 잎들은 또 어떤 모습일까.

오늘은 금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자주 만나는 자연의 벗들 소식이 궁금하여 서둘러 나가기도 한다. 눈 속에 쌓였던 메타세쿼이아 숲이 여린 파란 잎들로 하늘을 향해 솟아날 즈음 100일이 마무리되었다. 더 짙은 녹색이 하늘을 덮어가겠지.

어디 그뿐인가 몸이 가벼워지고 어딘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건강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겐 피부과 다니냐는 말도 듣곤 한다.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처음엔 혼자 걷다가 이젠 함께 걷는 온라인 벗들도 차츰 생겨난다. 모임에서 걷기 얘기를 흥분하며 무용담처럼 풀어내면 그 다음 날 새롭게 한두 명이 걷기 인증을 올린다. 그렇게 자발적인 걷기 인증 모임이 자그마치 8명이다. 유용한 것이다. 함께하니 더 의미 있다.

계절의 변화도, 몸의 변화도 또 커뮤니티의 변화까지 가져오게 되는 걷기를 어떻게 안 할 수 있느냐 말이다.

이제 다시 100일, 백만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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