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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J에게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하니?

by 놀다잠든 나무

J는 여러 번 생각 끝에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했을 것이다. 스케줄 표를 보고 한 학기 마무리를 해야 하는 그 정신없는 분주함 속에서 숨어있는 시간을 찾아 선뜻 내주었다.

J는 복수전공을 하게 되면서 전공 강의실에서 자주 만난 타 학과 4학년 학생이다. 복수전공까지 하면서 4년 만에 졸업을 할 수 있을 만큼 학교생활도 성실히 했다. 그뿐 아니다. J는 전공과 복수전공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프리랜서형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재주꾼이다. 그런 그가 모든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졸업만을 남겨둔 4학년 12월에 만나기를 청했다.


"졸업을 유예하는 게 낳을까요?"가 J의 첫마디였다.

........


가끔 취업과 진로를 정하지 못해 다음 스텝의 신분증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덩그러니 정글 속으론 나갈 수 없는 경우에 신분유지 목적으로 학생신분의 기간을 연장하려고 졸업을 유예하기도 한다. 혹은, 취업 시 면접관의 "졸업하고 지금까지 뭐 했나요?" 혹은 "나이가 있는데 왜 신입으로 지원했나요?" 등 질문에 현타가 느껴져 종종 유예를 하기도 한다.

누구보다 여러 가지를 성실하게 잘해왔던 것을 아는 터라 J의 그 질문은 의외였다. 보통은 J같이 매사에 열심이고 적극적인 유형은 얼른 학부를 마치고 이미 다음 스텝을 준비하기 위한 분주함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로 질문의 다양한 의미를 찾아가야 했다.


3년 정도 프리랜서로 패션모텔 활동하며 즐겁고 재미있게 해 왔는데 이젠 전공을 살려서 전공영역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이미 프리랜서로서 선택됨에 대한 스트레스를 경험했기에 이젠 조직의 안온함을 느끼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충분히 그의 피곤한 심리 상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나이 24살이다. 이미 자본주의의 핵심에 들어가 초임 사회인으로서 이리저리 부딪혀도 보았다. 그리고 이젠 전공영역에서 펼쳐보고픈 생각도 있다.

한참 동안을 그의 얘기를 들었다. 지금 하고있는 일은 재미있는지, 좋아하는 일이었는지, 주위의 평가는 어떠한지, 어려움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목표는 있는지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얘기를 듣는 내내 그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낯빛은 웃고 있었다. 별로 돈이 안 된다고 하소연 섞인 말을 하면서도 그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전공 쪽으로 취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을 하면서는 그의 낯빛에 웃음기는 빠져있었다. 취업을 하려면 지금은 졸업유예를 하는 게 어떨지를 물을 때도 그는 진지함만 장착했다.


그의 눈빛과 웃음 머금은 낯빛을 관찰하면서 그에게 얘기해 주었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이 직업이면 최고지"라고.

"어느 분야에서든 3년을 하고 성과를 내려고 한다면 언어도단"이라고.

"최소 10년은 해봐야 그 분야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는 게 삶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더욱이 부모님과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지지하는 일인데 더 이상 안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그러기에 얼른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즐겁고 재미나게 잘 하는 일 하면서 커리어 쌓으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하고 있는 일에 이름과 몸값을 높여 놓고 난 후에 전공분야에 취업해도 절대 늦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한마디 덧붙여서 "그때 연락하면 얼마든지 추천해 주겠노라"고 백지수표까지 날려버렸다.

그때는 무엇이든 어디든 스스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어떤가요. 20대에게 잘 조언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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