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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박 Sep 16. 2023

마흔에 한 치과 대학 인터뷰

마흔 살 유턴족 

마흔 살 유턴족 


미국 치과 대학은 6월에 지원, 10월부터 인터뷰가 시작되고 결과는 12월 1일에 발표된다. 내가 인터뷰를 아주 빨리 한편인데, 9월 초 인터뷰 연락을 받고 9월 말 인터뷰를 마친 후 합격 통보 날까지 초조함으로 두 달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으니 이건 모 거의 고문이다. 첫 인터뷰 후 다른 네 곳의 추가 인터뷰를 했고 경험이 쌓이니 첫 인터뷰 후로는 모두 잘 마쳤다. 첫 인터뷰를 한 곳은 76명 모집에 6000명이 지원 했고 경쟁률이 100 대 1이었다. 다른 곳들도 평균 50 대 1 정도다.  대략 지원자들의 5%정도가 인터뷰를 받는다. 12월 1일에 이멜이 오고 그 후에 각 학교로부터 직접 전화가 온다. 11월 31은 모두들 초 긴장을 하고 뜬 눈으로 밤을 센다.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 같은 상기된 표정을 하고서. 근데 11월 31일 발표를 10시간 남겨두고 미국 의대생들 만이 모이는 포럼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합격자들의 Status를 발표 전에 바꾸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에 버그가 생기는데 지원자들 프로 파일의 status를 알려주는 버튼이 사라지면 합격할 확률이 높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은 피가 마르게 re-fresh를 클릭하며 밤새 눈이 충혈되도록 긴장하며 결과를 기다리는데 아쉽게도 내 프로 파일에는 버그가 나타나지 않아서 다소 낙담했다. 드디어 발표인 12월 1일 두둥 새벽 12시가 되었으나, 그 후에도 계속 결과나 버그도 감지되지 않아서 초조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더군다나 포럼에서는 합격 발표자가 나오기 시작하며 축하를 받고 있었고 버그가 발견된 후 합격이 통보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들리면 내 초조함은 그야말로 극에 달해서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생각날 정도였다. 아침 9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심장 박동이 오케스트라에서 커다란 북을 치듯이 울려 대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Re-fresh를 클릭하는 순간 말로만 듣던 그 ‘버그’를 발견.  나도 버그가 발견됐다고 포럼에 글을 올렸고, 여기저기서 축하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 버그의 정체에 대해서 리서치를 했다. 결론은 버그가 발견되지 않아도 합격할 가능성은 있지만 버그가 발견된 건 합격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네티즌들의 추론들이 있었다. 그 후 4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 공식 적으로 합격 status가 올라왔다.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어퍼컷 세리머니가 절로 나왔다. 그동안의 시름을 한방에 없애는 카타르시스, 결과를 확인하고 평소 공부하던 커피숍에서 아는 분들과 함깨 축하하고 돌아와 든 꿀잠을 잊지 못한다. 인터뷰 후 합격율은 30% 정도다. 



인터뷰 / 합격 / 입학 취소


다섯곳의 인터뷰를 하고 네군데서 합격 통보를 받았고 이제부터 칼자루는 학생들이다. 우리가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차례, 망설임이 없이 가장 먼저 합격을 알려준 애리조나 치대로 정했다. 나름의 의리였다. 합격자들은 원하는 학교가 정해지면 일정 금액을 내는데 이 금액은 입학하면 돌려받지만 다른 학교로 가면 버리는 돈이다. 수표를 써서 대학에 보내고 다른 곳들은 거절을 했는데,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OMG. 합격의 기쁨을 나눌 겨를도 없이 긴 연휴 바로 전날 배달된 한 통의 편지는 10일간의 내 긴 연휴를 망치기 충분했다. 10년 전 음주운전 기록이 문제가 됐다. 기록은 깨끗했다. 10년 전에 죄는 인정하지만, 기록은 남기지 않는 것으로 검사와 합의했다. 변호사를 통한  pre-bargain은 미국에서 합법이다.  공식적으론 음주 기록이 없다. 하지만 입학 지원서(application)에서 물어 본건 범죄 기록이 있느냐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느냐를 묻는 것이고, 범죄 기록은 없으나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있는 나로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미국은 범죄보다 거짓말을 더 싫어하는 문화다. application에 깨알 같은 조그만 글씨로 거짓을 적으면 모든 결정은 취소될 수 있다고 적혀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꼬리표가 따라다니니, 미국은 이래서 위대한 나라다. 미국에서 지름길은 없고 공짜 점심은 없다 편지에는 범죄 사실 때문에 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결과를 알려 주겠으며 그 결과에는 입학 취소도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 다른 학교들에 입학 거부를 알린 후라서 최악의 경우 입학 취소가 되면 재수를 해야 한다. 그렇게 초조한 열흘을 보내고 소명 편지를 보낸 후 다시 일주일 후, 입학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최종 ‘합격’ 되었음을 알리는 공식 오퍼를 받았다. 음주운전이 10년 전 일이고 재범 전과가 없는 걸로 용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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