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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Feb 13. 2024

쉽지 않은 여정이 지나가는 길

반려견 두 녀석과의 동행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 시간속에 2월의 중순에 다다르고 있다. 아이들의 겨울방학을 꽉 채워주고 싶었지만 하루를 26시간쯤으로 정정하고픈 인간은 오늘을 그래도 잘 살았다며 애써 토닥거리는 중이다.


설 연휴에 이어 제주도 일정을 잡은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이번 가족여행에 12살의 반려견 두녀석을 데려가기로 했다. 늘  돌봐주시는 팻시터가 잘 봐주시지만 여행 내내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젠 아이들도 반려견을 꽤나 케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랐고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일치로 여섯 생명체들의 여행을 계획했다.


반려견을 동반하여 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이여서 사전조사가 이루어 진다. 소형견이서 기내탑승이 가능하고 기내용 소프트 케이지를 구입했다. 항공사별로 기준이 상이하고 꽤 까다로운 규정으로 자칫 무게 기준에서 오버될 수 있어 탑승 일주일전부터 소식의 사료로 관리하기도 했다.


변수는 늘 찾아오는 법이다. 탑승 이틀전 두 녀석의 석예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급하게 예약을 하려는데 항공권 발권때 반려견의 발권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아 기내탑승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내에 함께 탑승할 계획이였는데 위탁수하물로 보내는 방법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수하물로 따로 비행기를 타는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계획이라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탑승 이틀전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위탁수하물 예약을 하니 기준에 맞는 하드 케이지를 다시 구입해야 했다. 다행히 하루만에 배송되는 고마운 배송방법을 이용해 하드 케이지를 구입해 적응시켜 보기로 했다.


계획을 짜다 보니 반려견 동반 가능하고 노키즈존이 아닌 식당을 알아봐야 했고 함께 다닐 수 있는 장소여야 해서 한정적이긴 했지만 3박 4일의 제주여행 일정표는 완성되었다.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만으로 좋은 추억이 되리라 믿는다. 설레지만 걱정도 되고.. 하지만 화이팅을 외쳐본다.


공항까지 가는 길도 반려견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산책을 시켜준다. 이젠  아이들이 나서서 산책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겁쟁이 엄마는 아이들에게 산채줄을 손에 여러번 감아서 절대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늘 잔소리를 한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옆에 바짝 따라붙는다. 오늘은 남편이 있기때문에 한결 마음이 놓인다.


산책을 끝낸 반려견들은 조금 전보다 표정이 좋아 보인다. 공항에 도착해 탑승 전 팻파크에서 삼십여분정도 산책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린다. 놀이터에는 탑승을 기다리는 다른 가족의 반려견들도 몇몇 눈에 띄는데 소프트 케이지인걸 보니 함께 기내에 탑승할 수 있어서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반려견에게 미안해진다.


공항 식당에 들어서기 전 반려동물 입장이 가능한지 여쭌 뒤 케이지안에 있는 조건으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보통은 반려견을 동반하더라도 한녀석이 대부분이지만 두녀석을 케어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탑승을 위해 수하물센터로 향한다.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지켜보다가 반려견들이 다른 비행기를 타기 위해 눈에서 안보일때까지 바라보다가 안심시키려 속 말을 한다.


"보리야 토토야  조금 이따가 만나자 괜찮아 금방이야 ㅠㅠ"


센터 앞을 기웃거리며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본다.


'미안해.. 도착하자마자 찾으러 갈께 ㅠㅠ'


착륙 이십분정도를 남기고 사실은 굉장히 빠른 속도이지만 느리게 가는 것 같은 항공편에 속이 타들어 간다. 착륙하자마자 수하물을 찾으러 갔는데 반려견들의 하드 케이지를 꽁꽁 싸메고 있던 케이블타이와 그물을 정리해 주셨다. 바로 케이지에서 꺼내 주었는데 어리둥절하는 모습에 더 미안해진다.


혹시라도 버리려고 한건 아닌지 오해라도 할까싶어 꼭 안아주니 그제서야 꼬리를 흔드는 반려견들이다.


'고생했어 얘들아 미안하고 고마워'


비행으로 지쳐있을 반려견들과 마음 졸였던 우리 네사람은 오늘 일정은 숙소에서 쉬는 걸로 했다. 반려견 동반되는 식당으로 저녁 일정을 잡긴 했지만 숙소에서 먹는 일정으로 변경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니 하루의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몰려온다.


일전에 설거지 관련  일로 크게 다툰 일이 있은 후로 서로 설거지 관련으로는 터치하지 않게 되었는데 저녁 식사 후 설거지는 내일 하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튀어 나온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남편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자청한다. 야호 오늘의 피곤함이 싹 달아나는 느낌이잖아!


그러고 보니 고기도 남편이 구웠고 대부분의 상차림을 남편이 했다. 여행오면 남편이 일하는거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나에게도 이런 남편이 되어 주어서 고마운 날이다. 너무 피곤해서 너무 고마운 오늘이도 하니 말이다.


인생의 여정이 쉽지 않은 길을 만날 때가 있다. 쉬운 길을 택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상향 일 수도 있고 목표 지향점에서 찾아낼 깊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막히는 구간에서는 잠시 쉬어가고 방법이 틀렸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 될 일이다.


최소한 쉽지 않게 달려온 만큼의 인내와 끈기, 정성들이 노력의 과정을 배신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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