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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기타 Feb 08. 2024

돌 부스러기 하나

  100여 년 전미국 동부 연안 지금의 보스턴뉴욕과 같은 도시에서 출발하여 서부지역 샌프란시스코, LA까지 걸어서 횡단한 탐험가가 있었다후일, 장거리 고속버스 그레이하운드를 이용해도 한 달여가 걸렸던 거리를 걸어서 그것도 혼자서 미대륙을 횡단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자연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소 등을 고려하면 자살행위라 다름없는 모험이었다탐험가가 출발하는 날, 그의 출발을 보도하는 많은 언론사와 간단한 인터뷰를 한 다음 탐험가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대륙횡단 여정을 시작하였다한두 달이 아닌 사계절을 맞이할 각오로 하고 출발한 후, 많은 위험과 곤경을 헤치고 드디어 일 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드디어 목적지인 서부의 한 도시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그가 도착하는 날 수많은 언론사의 취재 경쟁 속에 그의 대륙횡단 성공을 축하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수많은 플래시 세례 속에 탐험가가 입장했고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기자들의 많은 질문 중 어느 기자가 탐험가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그 험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한다오늘에 이르기까지 횡단 도중 당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그리고 어떻게 극복해 내었는지 말해 달라일순간 회견장이 조용해졌다질문을 받은 탐험가는 눈을 지긋이 감고 지나온 여정을 잠시 회상하는 듯했다그 사이 회견장에 참석한 많은 기자와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자신의 추측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외로움이었을 거야. 아니야배고픔과 추위였을 거야. 험준한 로키산맥을 횡단할 때일 거야. 야생곰과 같은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았을 때일 거야. 몸이 아플 때일 거야” 많은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탐험가가 눈을 뜨고 참석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했다. “그 길고 험한 여정 속에 저를 가장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것은.” 회견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며 탐험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각자 자기가 추측한 것이 맞기를 바라며 탐험가의 말을 기다렸다. 


  "일 년 넘게 걸어오며 겪은 많은 어려움 중에는 외로움도 배고픔도 추위도 있었고, 또 야생곰을 만나 두려움에 떨기도 했었지요그러나 무엇보다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지금도 신고 있는 이 신발 속에 들어있는 보잘 것 없는 돌 부스러기 조각 하나였습니다." 하며 신고 있던 신발 한 짝을 벗어 작은 돌조각 하나를 꺼내 보였다그 조각은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눈에 조차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것이었다. "이 보잘것없는 돌 부스러기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신발 속으로 끼어들어 성가시게 하고 걷는 데 불편함을 주었습니다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닌 여기까지 오는 내내 털어내면 어느새 또 들어오고또 털어내면 들어오고이 하찮은 돌 부스러기 하나가 배고픔이나 추위로키산맥에서 마주친 불곰보다 더 나를 괴롭혔습니다탐험가의 말이 끝나자 회견장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미국 역사상 최초의 도보 대륙횡단을 성공적으로 해낸 탐험가의 입에서 대륙횡단이라는 위업에 걸맞은 엄청난 위기나 난관을 극복한 영웅적인 무용담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뜻밖의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었다.  

   

  이 이야기 속의 대륙횡단과 작은 돌 부스러기를 우리의 삶에 비유해 보면 어떨까사람의 일생은 대륙횡단보다 훨씬 더 멀고 길며 또 험난한 여정이다탐험가가 마주치고 겪은 외로움두려움배고픔육체적 고통 이상의 것을 겪으며 또 타인과의 만남질병과의 투쟁불의의 사고자연과의 투쟁 등을 마주치며 살아가야 한다. 보잘 것 없는 돌 부스러기 조각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하찮은 일이 아닐까 싶다일생을 사는 동안 부모형제 같은 가족과의 이타적인 만남친구지인동료이웃과의 호혜적인 만남을 비롯해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는 이해관계적인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를 맺는다그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이며나 또한 그들에게 어떤 존재이어야 할까서로에게 도움과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바람직하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보고 경험한다다 그만한 사정이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사소한 오해 또는 별것 아닌 일, 마치 신발 속에 끼어드는 돌 부스러기 조각 같은 하찮은 일로 서로 미워하거나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많다조금만 이해하고 배려하면 그만인 층간소음으로 자신이나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탐험가의 여정보다 몇 십배 아니 몇 백배 소중한 삶이라는 단 한 번뿐인 대장정에 나 자신이 상대에게 하찮은 돌조각 같은 존재가 되거나그런 일로 대장정을 접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모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의 하나인 토트넘의 주장으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가 세계 각국의 매스컴축구 관계자팬들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다그의 탁월한 기술과 실력인성과 품격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태도 때문이다. 그가 가진 기술, 스피드 같은 실력 외 매 경기 팀의 주장으로서의 보여주는 그의 리더십과 경기 후 상대 팀 선수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팬들에 대한 배려 태도가 소속팀은 물론 상대 팀 선수와 팬들조차 그를 칭송하고 있다. 상대팀의 집중적인 견제와 고의적인 반칙을 당했음에도 경기가 끝난 후 그들을 포옹하며 자신에게 가해진 그들의 행위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기 외적으로도 부진한 동료와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는 동료와 심지어 동료의 가족까지 챙긴다팀의 리더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가 주변 사람에게 끼치고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모두가 그를 좋아하고 언론의 주목과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손흥민 선수가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 축구대표팀 주장인 것이 참으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삶이라는 대장정에서 작은 돌 부스러기 조각에 불과한 일이나 소소한 일로 대장정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은 늘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일상에서 상대의 언행으로 쉬 감정이 흐트러지는 나 같은 수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본받고 깊이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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