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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Apr 08. 2024

월간 디깅 #20 - 4월

흐르는 빗물에 적시는 흙

24. 04

냉정과 열정사이, 그 미지근함 속.

흐르는 빗물에 적시는 흙




1. Like a Song (Anthony Lazaro)

적당히 내리쬐는 햇볕과 잔잔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거린다.

보사노바의 분위기가 풍기지만 그 진함은 기분 좋을 정도의 가벼운 농도이다.

따라서 파랗게 돋아난 새싹이 올라간 브런치를 먹을 때도, 이제는 따뜻한 점심때도, 노을이 펼쳐지는 저녁에도.

지금 같은 봄에 무척 어울린다.






2. 5 Feet (Nick monaco)

경쾌하다. 하지만 뭔가 끈적하고도 위험한 느낌도 든다.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느낌. 제법 재밌는 일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Nick Monaco는 DJ이자 화장품 사업가다. 약간 괴짜 같은 면을 펑키함으로 표현하는 이 아티스트가 내는 곡들은 심상치 않다. “The weirder, the funkier, the better,”이라는 좌우명처럼.

본인을 스토커이자 나비라고 지칭하는 그의 음악 세계는 미묘하다.






3. Dancing Girls (Farah)

텍사스 출신이 부르는 페르시아로 된 디스코 음악.

80년대 다 쓰러져가는 클럽에서 삐그덕거리며 흘러나올 곡 같다.

가사를 보면 평범한 영어 가사가 있지만 계속 반복되는 가사는 댓글에 적힌 대로 이러하다.

[Marda Vaistadan = 남자들이 서 있다 Zanaa Miraghsan = 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Negah Mikonam = 나는 본다] 이 곡이 실린 영화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를 생각해 본다면 의도치 않게 영화에 맞춰 제작된 것만 같은 곡이다.

최면에 걸릴 것만 같이 빠져드는 곡.






4. Estate (Rodion - feat. Louie Austen)

70세가 넘으신 노장 어르신의 매력은 끝이 없다.

올해 벌써 곧 80을 바라보는 이 신사는 재즈와 일렉트로닉이라는 상반된 장르를 오가는 재주를 지녔다.

더불어 Rodion의 트렌디한 일렉트로닉의 결합은 흥미진진하다.

일찍이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서 피아노 신동으로 불렀던 Rodion이 풀어내는 일렉트로닉 세계는 노장의 관록을 만나 시너지가 폭발한다.






5. Best Lover (Bibi)

몇년전부터 힙(Hip)의 아이콘 비비.

어둠의 아이유라는 이름답게 힙하다가도 섹슈얼했다가도 한없이 순수한 영혼을 지닌 소녀로 보이기도 한다.

88Rising과의 합작곡인 Best Lover는 비비가 1타 강사로 "비비 애인되는 법"을 알려준다.

동시에 어느 사람이든 자신있는 그녀의 당당함도 엿볼 수 있다.

배우가 아닌 형태가 불분명한 그래픽을 활용하여 표현한 뮤직비디오는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현장반응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지만 정말로 짧은 시간안에 어떻게 팬과 감정을 교류할 줄 아는 아티스트인듯.








6. Legacy (Joel Corelitz)

비디오 게임 "Estward"

제목대로 우주에 흩뿌려진 지난 시간의 흔적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응축시킨 느낌이 난다.

특히 지나간 날의 문화와 조상들의 유산이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타고 우주를 영원히 떠돌거란 생각이 든다.






7. Blue Giant (Blue Giant OST - Hiromi)

다양한 재즈를 듣고있노라면 재즈의 본고장과 상관없이 특히나 일본의 재즈 영향력이나 애정이 상당하다는 걸 느낀다. 저번 3월 디깅에서의 루팡 3세 OST와 마찬가지로 연달아 재즈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일본이 표현하는 재즈를 생각하게 된다.

하물며 재즈를 주제로 한 "블루 자이언트"의 OST를 일본의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와 그녀가 결성한 세션맨들과 함께 멋진 연주를 제작했으니, 앨범의 전체적인 퀄리티는 두말할 것 없다.

재즈 하면 사람이 내는 스캣처럼 즉흥적이고 화려한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 곡은 피아노와 색소폰, 드럼이 무리하지 않고 서로의 조화를 맞춰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하모니는 잃지 않되 처음과 중간, 끝의 세련되고 정제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듣는 사람도 완벽히 곡에 녹아든다.





8.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 (Beck)

적당한 낭만과 적당한 우울함이 얕게 펴 발려있다.

아주 짧은 가사가 반복되지만, Beck의 목소리만으로 6분 정도의 노래를 부족함 없이 채우고 있다.

사실 이 곡은  1980년 동명의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의 영화에 맞춘 커버로서 영화의 몽환적인 부분을 살렸다.

과하지 않고 적당하게.

1980년의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은 신디사이저를 베이스로 잔잔하면서 미래적인 분위기를 띈다.
원곡과 비교했을 때 커버곡은 원곡에 깔려있던 블루지함을 강조했다.






9. Words (Skylar Grey)

봄이 되면 자살률이 상승한다고 한다. 이를 스프링 피크라고 부르는 명칭까지 존재한다.

하지만 올해의 봄은 화창하면서도 비가 무척이나 내렸던지라 이 곡이 생각났다.

우리의 곁을 지나간, 더 이상 머물지 않는 그들의 부재가 종종 떠오르는 것처럼.

음원에는 빗소리가 없지만 아래 링크 가사가 첨부된 영상에는 빗소리까지 첨부되어 요즘같이 비 내리는 봄에 듣기 어울린다. 후회하기 전에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고인 빗물을 흘려보내듯.

이 곡은 절절한 메시지를 전한다.






10. 봄비 (김추자)

2024년의 봄은 장마처럼 비가 많이 내린다.

어른들이 말하길, 계절이 바뀔 때  맞춰 비가 한 번씩 내린다고 했는데 올해의 봄은 그 비가 장마 수준이다.

하지만 봄비는 봄비. 결국 길었던 겨울도 떨어져 내리는 빗물에 같이 녹아내린다.

얼어붙은 대지를 조심히 두드리는 봄비가, 나를 울려주는 봄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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