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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May 05. 2024

월간 디깅 #21 - 5월

노곤하게 감기는 속눈썹 사이를 노크하는 햇빛

24. 05

노곤하게 감기는 속눈썹 사이를 노크하는 햇빛


1. Got Me Singing (Jaafar Jackson)

Jaafar Jackson.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잭슨(家)의 핏줄인 가수이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이지만 아주 익숙한 바이브가 느껴지길래 유심히 보니, 조카였다.

확실히 타고난 재능은 겸비한 듯, 리듬감이나 박자, 그리고 삼촌 마이클 잭슨 특유의 시그니처까지.

군더더기 없이 그의 향수를 느껴지게 하면서도 본인만의 스펙트럼이 묻어 나온다.

아주 가볍게 리듬 타기 좋은 곡.

곧 개봉할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는데 걱정을 한시름 덜어도 될 것 같다.






2. De la vitesse à l'ivresse (Poom)

프랑스 일테트로닉 그룹의 기본 좋은 시티 팝.

시티 팝은 약간의 변주로도 남미 분위기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언어를 제외한다면 이 곡은 남미와 이탈리아 쪽의 보사노바 장르와도 닮아있다.

하지만 미니멀한 사운드가 과하지 않아서 프렌치스러운 세련됨으로 산뜻하게 마무리한다.






3. 사랑이야 (박다은)

이전에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가 부르는 '사랑이야'와는 사뭇 다르다.

박다은의 '사랑이야'는 무척이나 순수하게 사랑을 깨달은 듯한 감상이 든다.

손가락으로 사랑의 윤곽을 더듬으며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되는 깨끗한 영혼이 느껴진다.

그 속에는 무엇보다 견고한 마음이 자리 잡은 채.

이소라의 '사랑이야'. 깊은 탄식 후 나지막하게 내뱉게 되는 감정의 한숨같다.






4. Easier Said Than Done (Shakatak)

뉴진스가 청량하고 부드럽게 편곡을 했다면 원곡은 재즈이면서도 세련됐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재즈도 다양한 갈래가 있지만 장르의 특성상 특유의 관능미가 느껴져서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곡은 재즈의 끈적함을 절제했기에 매끄럽게 잘 빠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키보드를 사용하면서도 일렉트로닉이나 신시사이저가 아닌, 기존 피아노의 음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클래식함이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다.

때문에 중간중간 배치된 피아노 음들은 이 곡의 완성도를 올려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5. 我愛你 (Cody・Lee(李))

왜 밴드 세션에서 중국의 느낌이 나는 걸까.

진정한 동아시아의 퓨전 조합.

차이나타운 팝..이란 것도 생길까?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데 이 밴드는 착실히 해냈다.






6. Forever (Isao Sasaki)

사사키 이사오의 특징은 유리 같은 맑음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온기일 텐데,

평화롭고도 서정적인 분위기가 5월 따뜻함과 닮아있다.

바이올린은 바람을, 피아노는 광활한 대지와 하늘을.

공원에 누워 하늘을 올려보며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위로의 곡이다.






7. Automatic (Utada Hikaru)

쉽사리 가시지 않는 Y2K.

그리고 진정한 Y2K 그 자체인 우타다 히카루의 Automatic.

곡 자체에 떠들기엔 이미 오래전부터 평론가들이 자세히도 적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저 난 시대에 맞춰 살며시 추천 해본다.

이 곡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이 곡은 희대의 명반이 맞다.

분명 그녀의 유년 시절의 환경이 제작에 큰 영향을 줬겠지만 하필 결정적 시기, 세기말에 등장했기에.

본인을 기준으로 과거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는 점에서 정말로 Y2K 간판과도 같은 곡.

신기하게도 17년 후 레드벨벳이 들고온 동명의 Automatic 역시 짙은 R&B장르. 하지만 우타다 히카루와 다르게 더 원색의 장르적 특성을 보인다.






8. Windy Day (오마이걸)

2010년대 초기까지 케이팝은 중소기업의 파이가 제법 대단했다. 때문에 "중소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이후 다소 중소의 힘이 주춤했으나, [오마이걸]이란 그룹이 등장하게 된다.

오마이걸의 곡들은 아주 치밀하게 견고하지 않더라도 수준급의 프로듀싱과 아이돌 자체의 높은 이해도가 보인다. 약간의 자본력이 떨어질 뿐, 소속사의 뒷받침과 멤버 개인 간의 노력도 합이 잘 맞다.

이런 각고의 노력이 모인 탓일까, 대중들에게 입지를 굳힌 오마이걸 곡 중 'Windy day'를 소개한다.

Windy day는 사랑에 빠졌을 때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그대로 반영하여, 하이라이트에선 청취자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태워버린다.

대중가요에는 흥행공식이 있을 텐데도 이런 과감한 도전정신은 무척 새롭게 다가온다.

몽환적이었던 분위기를 한 번에 에스닉한 분위기로 탈바꿈하여 그룹의 색상을 더 한건 아주 영리한 선택.

클로저-윈디데이로 이어지던 디스코그라피의 행적은 말 그대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클래식전공자들이 해석한 영상도 재밌다.






9. 공원여행 (페퍼톤스)

요즘 화제인 이장원 씨가 소속된 그룹, 페퍼톤스.

인디음악류를 좋아한다면 모를 리가 없는 그룹이다. 2인조 남성 밴드에게서 이런 산뜻함을 엿볼 그룹은 흔치 않다. '너드미'라고 불리는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 오히려 이 그룹의 색깔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화창한 5월에 어울리는 곡으로 마음부터 들뜨게 한다.






10. You May Dream (은표)

90~2000년대 초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방영될 때는 상당히 공을 들여 제작이 됐다.

애니메이션 내 식자부터 주제가도 국내 정서에 맞도록 개사까지 하거나 아예 새롭게 창조하는 경우도 있었을정도.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라는 애니메이션에 실렸던 이 곡은 흥미롭게도 일본판과 국내판이 똑같지만 가수는 성별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여성이 국내에선 남성이 불렀는데 하필,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맞춰 부른듯한 착각이 든다.

일어와 한국어를 비교하며 듣는 것도 꽤 재밌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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