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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Jun 10. 2024

월간 디깅 #22- 6월

무더위가 다가오기 전, 서늘한 공기 속에서  무언가가 필요해지는 순간

24. 06

무더위가 다가오기 전, 서늘한 공기 속에서  무언가가 필요해지는 순간


1. l feel lost (Aaron Hibell)

제목 그대로 우주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근데 그게 무섭다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 전 잠깐의 방황일 뿐.

특히나 비트가 고양되며 절정의 직전, 엠비언트 파트 이후 터트리는 부분은 우릴 한순간에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2.  偽愛とハイボール (LET ME KNOW)

작년 23년 11월에 결성된 따끈따끈한 신예 밴드이다.

일본의 밴드들은 짜임새가 보기보다 신예 밴드에서 볼 수 없는 능숙함이 엿보일 때가 있다.

대부분 사람의 귀도 다르지 않은지 숏츠나 릴스에서 알음알음 퍼지는 중.

가사가 꽤 직설적인데 여성의 시점을 남성 보컬로 들려주는 점도 꽤 흥미롭다.

요즘 같은 날씨, 하이볼을 시킨 이자카야에서 흘러나오면 이 노래 뭐지? 하고 단번에 물을 귀를 사로잡는 노래.






3. Trans Europa Express (Kraftwerk)

일렉트로닉 음악의 역사 그 자체인 크라프트베르크.

항상 벼르고 있던 그룹인데 예상치 못하게 소개하게 되었다.

50년, 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그룹이라 그들의 전곡을 듣진 않았지만, 일렉트로닉 그 근본에는 이들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에스파의 신곡 Supernova를 듣던 중, 프리코러스 부분이 귀를 확 사로잡길래 서치를 해보니 역시...

아직까지도 크라프트베르크의 곡들이 최신곡에 샘플링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케이팝에서 들릴 줄은 몰랐다. 물론 그대로 샘플링한 건 아니고 끝부분만 약간 변주를 주었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 가져갔다.

이 부분이 Supernova 곡의 반복적인 흐름을 깨고 환기하는 부분으로 상당한 쾌감을 일으킨다.

그야말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또 다른 우주로 똑 떨어져서 어리둥절한 상황이지만 일단 비트가 죽여준다.

원래 크라프트의 퓨처리즘이 에스파의 추구미와 아주 찰떡궁합으로 맞아떨어지니 시너지 효과가 폭발한 셈.

SM은 비트에 돈을 바른다더니, 정말이지 상상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니 귀가 즐겁다.

그나저나 2:06만에 프리코러스 진입이라니. 최근에 나오는 곡들이 3분안에 끝을 보는만큼 당황스러울 정도의 빠른 전개다.






4. Summer Samba (Walter Wanderley)

전자 오르간 소리가 아무 근심 걱정도 사라지게 만든다.

전통 오르간을 전자 오르간으로 바꿔 삼바라는 장르에 어울리도록 무겁고 장엄한 분위기가 덜어진 건 탁월한 선택이다. 오히려 여름의 열기에 취해 늘어지는 모습 같아서 일요일 화창한 오후에 어울린다.






5. Baby Powder (Jenevieve)

마이애미 출신의 신인 가수를 주목하게 만든 노래.

아직 데뷔한 지도 발표한 곡의 수도 많지 않지만 그렇기에 그녀가 가는 길을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듣기 좋은 미성에 묻어나오는 허스키함이 새벽 드라이브와 어울린다.


음원보다 어쿠스틱에서 저음과 허스키가 돋보인다.






6. Wander Lust (Taeko Onuki)

앨범커버에 싱긋하고 웃어 보이는 그녀의 쾌활한 웃음은 자연스럽고 이는 당연하게 앨범 전반에 편안하게 묻어나온다. 피아노 건반의 화려한 스케일은 복잡하기보다 들뜬 발걸음을 연상케 한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경험하지 못한 향수를 일으킨다.






7. Love Soace (Tatsuro Yamashita)

뮤직 매거진 선정 100대 명반 55위, 롤링 스톤 재팬 선정 100대 명반 14위.

LP 기준 1977 앨범이지만 들어보면 일본의 부흥기 시절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다.

나라가 잘 산다는 기준은 개인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특히 '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는 이런 노래를 듣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감탄스러워지는 것이다.

특히 뒤에 깔린 밴드 세션의 섬세함은 지금에선 가히 상상하기 힘든 경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합작품의 반짝거림은 지금까지도 빛나고 있다.






8. Goth (sidewalks and skeletons)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기분.

가사가 인상 깊다.

'GOTH'라는 문화 장르로 해석하던, 일반적으로 해석하든 말든. 어느 쪽이던 상관없다.

죽음과 외로움, 어둠 등 삶과 죽음을 간접적으로 묘사했으며, 정서적이면서도 창백하게 서린 섬뜩함이 묻어나온다. 하지만 노래가 진행됨에 따라 가사와 상반되는 낭만적인 비트의 분위기가 알 수 없는 밤의 세계로 인도한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두려운 순간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해방의 순간과도 같으니.






9. Affetion (groovemanSpot)

그야말로 CHILL 하다.

최근 들어 이런 감성, 저런 감상 하며 무드 있는 분위기의 곡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무려 10년도 더 전에 이런 곡이 나왔더랬다.

원곡이 존재하는 곡을 샘플링하여 무게를 덜어내고 가볍게 귀에 스칠 수 있도록 신스를 더 했는데 그루브맨 스팟 특유의 그루브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스탄불 출신 AHU의 보컬까지 더 해져 자칫 심심할 수도 있었을 분위기의 마무리를 확실하게 짓는다.

샘플링 된 원곡. 리믹스 버전보다 더 펑키하고 경쾌하다.








10. Closing Credits (The Zone of Interest Sound Track)

제76회 칸 사운드트랙 수상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

이미 감독 Jonathan Glazer와 음악감독 Mica Levi의 만남은 언더더스킨(2013)에서 만남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에 이어 이번에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다시 새로운 궤적을 만들어 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오프닝 곡도 심상치가 않지만 클로징 크레딧 곡은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비명과 스케일의 구조는 끝이 안 보이는 나선형의 계단처럼 미로에 갇힌 기분이다.

또는 계속 울려대는 비상 소리같이도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소름 끼치는 비명을 반복하다 보면 성가의 고음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후에 펼쳐지는 중창과 악기의 조합으로 더더욱 거북하게 들린다. 신에게 목소리가 닿길 원해서 높은음의 고음이 탄생하게 된 [성가]와, 극도의 두려움과 고통 속에 단말마처럼 내지르는 [비명]이 간극이 이토록 가깝고도 멀다.

아이러니하게 감독의 수상소감처럼 현재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가자지구의 일을 생각한다면 이런 비유가 그렇게 동떨어진 소리는 아닐 것이다.

과거 영화 사운드트랙은 주선율이 메인이 되는 멜로디 위주에서 현재는 미니멀해지고 분위기를 표현하는 추상적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존 오브 인터레스트처럼 멜로디도, 분위기도 아닌 진실의 소리를 재조합하여 귀로 듣는 "소리"로 표현한 것이 소름 끼치면서도 무척이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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