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여름의 불쾌함을 얼어붙게 할 서늘함
24. 07
끈적한 여름의 불쾌함을 얼어붙게 할 서늘함
1. Suspiria (서스페리아1977 Soundtrack)
이미 공포 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 인지도가 상당한 1977년 작, 서스페리아의 메인 테마다.
무용 학원에서 일어나는 공포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음악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섬뜩하다.
초반부에 울리기 시작하는 음산한 소리와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마치 주문에 홀려 수렁에 빠지는 것만 같다.
반복적인 테마곡은 이내 악몽이 되어 우리의 꿈속에 찾아올 것만 같은 기분 나쁜 예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2. Main title (샤이닝 Soundtrack)
스릴러 영화라 하면 반드시 거론되는 영화, 샤이닝의 메인 타이틀 곡.
이 곡은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등장한다. 그저 한적한 고속도로를 대낮에 달리는 모습만 주야장천 나온다.
하지만 이토록 음산하고 불길한 음악이 깔리면서 기분 좋은 드라이브는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 된다.
특히나 이 시퀸스가 버드 아이뷰 시점의 롱테이크 촬영이기에 이 영화 속 악령이 이미 시작할 때부터 따라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중간중간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비명 소리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압도해 버린다.
3. What went we (더 위치 Soundtrack)
스웨덴의 옛 현악기 nyckelharpa를 사용하여 영화의 당시 시대상이 느껴지게 한다.
스웨덴의 바이올린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기만을 유일하게 사용하였는데 섹션을 나누어서 얼핏 들었을 땐, 첼로가 베이스로 깔린 것 같이 느껴진다. 다른 공포 장르의 음악들처럼 높은 피치를 사용하여 귀를 시끄럽게 하지도 않고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음도 없다. 오히려 느릿느릿하게 불길함이 엄습하는 분위기는 세련된 접근방법이라고 느껴진다.
4. O Sacrum Convivium (여고괴담4 Soundtrack)
이 성가가 과연 여고괴담의 시리즈와 어울리는 OST였을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O Sacrum Convivium의 멜로디가 아닌 영화 분위기에 맞추어 제작되었는데, 공포영화에 꽤 답지 않은 곡의 선정이라 놀랬었다.
OST용 O Sacrum Convivium은 첼로와 피아노, 여성 솔로의 목소리만 사용하여 영화에 얽힌 스토리와 어울리는 애절한 곡으로 탈바꿈되었다. OST만 들어서는 공포영화의 OST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5. Dreaming (코렐라인 Soundtrack)
어린이 영화가 더 오싹하고 섬뜩한 경우가 여럿 있다.
핑구의 물개, 윌레스와 그로밋의 페더스 맥그로우 등등 코렐라인도 그중 하나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상당히 공들인 티가 나는 장면인데, 이때 흘러나오는 곡은 몽환적이면서도 꼭 침대 밑에 숨은 유령 같은 으시시함이 공존한다. 특히 이 곡의 가사는 아무 의미나 뜻이 없는 허밍에 가까운 소리라고 하는데, 비하인드를 찾아보니 일부 네티즌들이 발음과 유사한 단어와 문장을 합쳐 가사를 만들었다.
오싹한 효과음과 섬뜩한 가사 없이 오히려 멀쩡해 보이는 이면에 숨겨진 깜찍한 무서움이 제법 매력적이다.
6. Closer (Precursor) (세븐 Soundtrack)
그 유명한 세븐의 오프닝 타이틀 씬에 흘러나오는 배경 소리다.
우선 배경음악을 논하기 전, 이 오프닝 시퀀스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필요 있다.
더군다나 이 영화에 담긴 모든 시각적, 청각적, 메세지, 미쟝센, 연출 등을 고작 오프닝 시퀀스에 모두 압축했다는 점에서는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없다.
음악 담당자와 감독은 당연히 영화에 어울리도록 리믹스 하였는데, 원곡이 짱짱하게 울리는 금속의 재질이라면, 리믹스 버전은 녹슬고 썩어버린 지하의 배수관 느낌이 난다. 금속을 가는 소리, 공정하는 기계음 소리를 추가하여 마치 귀에서 비릿하고도 지독한 녹 냄새가 풍기는 것 같다.
7. De profundis (킬링디어 Soundtrack)
그 때문에 OST에서도 그의 장기를 이용하여 대단히 독특한 OST를 만들어냈다.
나에게 아코디언은 피아노와 오르간 그 중간에 위치하는 악기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피아노보다는 늘어지는 부분이 있고 오르간만큼은 웅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Janne Rättyä은 이런 악기를 사용하여 불협화음과, 늘어지는 기괴한 소리.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킬링디어라는 영화가 가지는 대단히 클래식하면서도 신화적인 메세지와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은 대단히 새롭다.
8. In the house in a heartbeat (28일후 Soundtrack)
바이블 그 자체.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뉜다고들 한다.
몇 년까지만 해도 세상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던 광경은 영화 "28일 후"를 떠올리게 한다.
우선 "28일 후"가 가지는 의미는 많다. 대표적으로는 "달리는 좀비"의 등장이다.
공포, 스릴러 장르의 OST에서 주로 사용되는 현악기의 날카로운 소리에서 벗어나 오히려 락 스타일의 기타 연주는 극의 박진감을 더해준다. 게다가 아포칼립스+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다소 익숙지 않은 장르에서 오는 공허함과 막막함이 더해진 점은 이 곡이 꽤 계산적인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괴멸 지경까지 이르게 된 상황의 초반 도입부와 빌드업, 달리는 좀비를 표현하는 하이라이트, 그리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 엔딩부분까지. 새로운 장르의 해석과 어울리는 멋진 곡이다.
9. The 2nd Law: Isolated System (월드 워 Z Soundtrack)
"28일 후"시리즈의 또 다른 후예 "월드워Z"
반복되는 멜로디 라인과 아나운서의 대사는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이 무너지는 걸 무력하게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시스템의 붕괴, 세상이 무너지는 멸망과도 같은 아포칼립스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공포로 생각했다면, 현재는 오히려 기존의 질서와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더 공포로 느끼는 것 같다. 뮤즈는 이 앨범을 통해 상당히 실험적인 형태의 곡들을 제작했는데, 일종의 "덥스텝" 장르가 스릴러, 공포영화랑도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최초의 비트는 사람의 심장박동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흥분시키게 하는 클럽과 페스티벌 장르의 곡들이 되려 공포영화 속에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10. 미궁 (황병기)
소음 퇴치, 공포 게임 OST 등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곡이지만 이 곡이 사실은 인간의 희로애락과 삶과 죽음을 표현한 곡임을 알까.
물론 나도 몰랐다….
다만 이 곡이 발매된 시기를 잘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음산한 이유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했을 것이다. 발매 당시의 시기에선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24년에 들어도 이 곡이 담긴 메세지를 듣자마자 파악하기란 상당히 어렵긴 하다. (마치 이상의 시를 귀로 듣는 것 같다.) 빨래판을 사용해서 연주하기도 하고, 신문을 읽고, 불경을 외고, 갑자기 울다 웃다.....
우리가 미래의 곡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그 시절에 연주하고자 했던 도전정신을 생각하면 결국 대가는 대가인 걸까. 이걸 음원으로만 듣지 말고 실제 라이브 영상을 보면 오히려 제대로 황병기 선생님의 메세지가 전달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