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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Jan 04. 2024

안녕, 엄마

03. 불행을 대하는 자세

불행을 대하는 자세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을 대할 때에는 여러가지 자세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맞닥뜨리기 두려운 불행을 다양하게 회피했다. 

회피의 방법에는 눈물, 수면, 출근 등의 평범한 행동들이 포함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지내면서 해왔던 모든 것들이 불행에 대한 회피가 되었다.



아파하는 엄마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하여 응급수속을 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저 일상일테니 나에게 이것저것 병원 수속에 관하여

알려주었다. 현실감이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나에게 다가올 불행이라는 것의 형체를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병원 수속을 마치고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엄마는 원체 병치레가 잦았던 사람이라 엄마를 데리고 병원을 온 것이 처음도 아니었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수속도 마쳤고 의사가 엄마를 봐줄텐데.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떨고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검사가 필요해 입원 수속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아빠는 강원도에 있었기 때문에 집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걸렸었다. 

"딸 엄마 괜찮으니까 집 가서 씻고 얼른 출근해. 직장에는 이야기 했어?"

아파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엄마가 나한테 했던 말이었다. 

하나도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엄마가 괜찮다고 하니까 나는 믿었다. 

내 거지 같은 직장은 나 하나 없으면 일을 대체할 인력도 없어서 

엄마가 아프셔 병원에 와있다고 이야기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은

그럼 선생님, 언제쯤 출근할 수 있어?

이 말은 아직도 마음을 파고든다. 

몰랐겠지. 우리 엄마가 얼마나 아픈지. 이 사람한테는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을 해도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에게 이 말은 무조건적인 출근을 

강요하는 말이었다. 

지금까지도 가장 후회하는 건 그날 아픈 엄마를 병원에 두고 출근했던 일이다.

아빠가 병원에 오기까지는 몇 시간이나 걸렸을텐데. 

그 시간동안 엄마가 병동에서 혼자 앓고 있었다는게, 

제일 가까이 있었으면서 보호자 역할도 제대로 못한게, 

아직까지 목끝까지 차오르는 분노와 무기력함 그리고 미안함의 

가장 큰 원인이다. 

난 그래서 이 날의 자세한 이야기를 주변의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다.

내 후회가 남들에게 지탄의 잣대가 되어버릴까봐서.

정말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처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엄마의 죽음에 영향을 준 게 되어버릴까봐서.

회피하고 회피해서 결국에는 이렇게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곳에서 

다듬고 다듬어진 글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그런 겁쟁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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