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 Jan 04. 2024

안녕, 엄마

04. 후회는 잔뜩 뱉어낸 토사물


후회는 잔뜩 뱉어낸 토사물


사랑하는 엄마,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냥 바보같이 서서 울고만 있지 않을까.

엄마를 떠나보냈던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너무 많은걸 

놓치고 있어서. 

내가 잔뜩 뱉어냈던 후회들이 쌓이고 쌓여서

엄마를 향한 나의 마음에서는 역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고는 해. 



엄마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의사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일단 허리 쪽으로 검사를 해서 원인을

알아내보겠다고 했다. 

엄마한테 아빠가 곧 올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애써 울음을 참았다.

엄마는 눈물이 많은 나를 걱정했는지 괜찮으니까 울지 말고 가라고 했다.

병원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며 어린애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어찌저찌 출근을 하긴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교사 직업의 특성상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찍는 것이 매일의 업무이지만

그 날의 사진첩을 아직도 잘 들여다보지 못한다.

엄마의 사진도 없고 그냥 아이들 사진뿐인데도 

나는 3월 10일부터 엄마의 기일인 3월 31일까지의 사진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그 때 찍었던 그 어떠한 사진도 그냥 보고 있으면 누가 가슴에 

구멍을 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참 시리다.


그날 어떻게 일했는지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엄마의 상태를 물었다. 

아빠는 엄마가 계속 아파한다고 했다. 

병원이라는 곳이 검사를 빨리 받을 수 있지도 않고 

검사를 해도 결과를 빨리 알려주지 않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 

그날부터는 괴로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것 없는 상태에서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병원에 가겠다고 하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가 한명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엄마의 경우 간호병동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고 했다. 

아빠는 내일 일반병동으로 옮기면 올 수 있다고 하니

내일 병원에 오라고 했다. 

퇴근 길에도 그냥 계속 눈물이 났다. 

아침부터 시작된 불안감은 아빠와 통화를 하고 

엄마의 목소리를 들어도 잦아들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 참 괴로웠다. 

할 수 있는게 기도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다시 엄마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안녕,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