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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Jul 27. 2024

9살 아이쥐 루이의 입원 일기

강아지 혈소판 감소증.

2015년 11월 22일 생.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

-" 루이"-(남아)

우리 집 강아지입니다.

'루이'라는 이름은 루이뷔통만큼 명품인 아이라 제가 지어준 이름인데요.

 사람들은 항상 루이황제를 떠올리며 이름이 너무 찰떡이라고들 하네요. ㅎㅎ

그만큼 고급진 이미지라는 것?^^


이렇게 예쁘고 착한 우리 루이가 '혈소판 감소증'으로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쥐들의 취약점은 주로 골절이나 치아 쪽이라 늘 예방에 신경을 썼지만 이런 병증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반려인으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혈소판 감소증'은 정말 처음 들었어요. 자료도 충분치 않고... 저 같은 경우 지인 중에 수의사가 있어 전화로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당장에 물어볼 곳도 없이 새벽에 이런 상황을 맞으면 너무 놀랄 것 같아요. 제가 직접 맞닥뜨리고 확인했던 '강아지 '혈소판 감소증'에 대한 정보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7월 11일

장마라 비가 그친 막간 막간 산책도 했고, 간식도 양만큼 먹었고....., 별 탈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었는데요.

새벽 2시 반, 아들이  루이가 이상하다며 깨웁니다.

일어나 보니 루이 배와 다리 부분에 시커먼 멍이 여러 개 생겨 있어요.

'피부에 뭐가 난 건가? 긁혔나?' 하지만 단순한 피붓병으로 보기엔 멍이 너무 진하고 많아서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멍을 보더니 '혈소판감소증'이 의심된다고 피검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혈소판 감소증이요??? 백혈병 같은 건가?

병명이 너무 무섭죠?.ㅜㅜ  




 피검사를 했는데  혈소판 정상수치가 200이면 루이는 4밖에 안된다며 입원해서 원인을 찾자고 합니다.  혈소판은 혈액 내에 있는 세포의 하나인데  출혈이 생겼을 때 지혈을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혈소판이 줄어들면 지혈이 잘되지 않아 작은 상처에도 문제가 커질 수 있고, 내부에서 출혈이 생기면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고 하니 엄청 겁이 났습니다. 멍이 든 이유도 작은 출혈이 있는데 지혈이 안되어  출혈 반점이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혈소판 수치가 3, 2,1,0까지 떨어지게 되면 수혈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 루이 상태로는 수혈까지는 안 해도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죠.

수액을 맞으며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입원 절차를 마쳤습니다.

혈소판 감소증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더라고요. 종양이 있는 경우, 내부 출혈이 있는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진드기에 물린 경우, 자기를 지키는 면역체가 자기를 공격하는 경우......,


7월 12일

오후 2시쯤 나온다고 한 결과가 조금 일찍 나왔다면 내원을 하라고 합니다. 혈액 PCR 검사를 비롯해 초음파, X - 레이 등 십여 가지의 검사를 진행했는데, 루이는 혈소판 수치가 낮은 것 빼고는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합니다.  결론은 짐작대로  자가면역질환이나 진드기로 인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애가 풀밭을 너무 좋아하는 탓에 진드기를 방지하려고 매달 일 년에 12번을 한 달도 빼놓지 않고 넥스가드를 먹고, 6월부터는 해충퇴치제를 바르며 하네스에 퇴치약을 매달고도 다니는데  이상하다고 하자 넥스가드를 해도 15% 정도만 예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요즘 정신머리가 없어서 혹시나 지난달 넥스가드를 안 먹였나 싶어 평소 다니는 병원에 전화를 하니  6월 15일에 정상적으로 진행을 했다고 해요. 여기 선생님의 소견으로는 진드기 때문은 아닐 것 같다고 하세요. 제가 방역은 넘칠 만큼 하는 편이라고.....,


자가면역질환은 루이의 면역체가 강한 탓에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증세라고 하는데요. 우선은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며 혈소판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 후 면역질환 관리 약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100이 될 때까지는 입원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사람한테도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 웬만해서는 잘 안 쓰는 약이잖아요? 강아지도 부작용이 있는데 가장 흔한 부작용이 물을 평소보다 많이 먹고 그러니 또 소변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식욕이 왕성해져서 살이 찔 수 있다는데 살찐 루이라니 상상이 안 가네요.

또한, 자가면역을 낮추는 치료를 하게 되면 감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연구소로 보내졌던 진드기 검사에서도 역시 음성이 나오면서 짐작대로 루이는 '면역매개성 혈소판 감소증(Immune mediated thrombocytopenia, IMT)'으로 추정하여 이것에 맞게 스테로이드와  함께 면역억제제를 투약하기로 했습니다.(현재 나타나지 않은 종양이 몇 주 뒤에 초음파에 잡히는 경우도 있어 '추정'하여 치료한다고 말씀하시네요.)


루이가 밥을 먹지 않아 저녁에는 평소 먹던 사료를 가지고 면회를 갔어요. 무던한 이 녀석. 얌전히도 있네요. 종일 먹지 않아 그런지 피부도 축 처져 있고 목 가운데는 채혈로 딱지가  딱딱하게 앉아 있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틀 새 십 년은 늙어버린 우리 루이. ㅜㅜ


7월 13일

  스테로이드를 투약을 하며 혈소판 수치를 관찰 추적한다는데  빠른 아이들은 2~3일 안에 회복이 되고 아닌 경우는 일주일도 기다려야 한다니 제발 예후가 좋기만을 기도합니다. 약은 두 달 이상을 먹어야 하고 피검사를 통해 아이의 회복 정도를 보며 줄여나가다 중단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혈소판 감소증은 재발 가능성이 많아 일상에서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가벼운 피부 상처에도 지혈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빈혈로 인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늘 주의를 요합니다.

입원 이후 응가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하여 아침 일찍 병원을 방문해 10분 동안 짧은 산책을 하며 예쁜 응가를 보고 들여보냈습니다.

물만 먹고 밥은 안 먹고...

저녁시간에 사료를 먹여보려고 평소 쓰든 식판이랑 용품을 챙겨 가봤습니다.  면회를 신청했더니 오후에 혈압이 올라 약을 넣고 있어서 15분 정도를 기다리라고 합니다. 혈압까지...... 산 넘어 산이네요.ㅜㅜ  약이 효과가 있는지 멍도 흐려지고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밤에 잘 자고 내일은  혈소판 수치가 좀 더 올라가길 바라봅니다.



7월 14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루이 산책을 시키려고 병원부터 달려갔습니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이 야간 근무를 하셔서 아침 시간에는 계신다고 했거든요. 응급환자 진료 중이시라 일단 산책부터 나갔습니다. 어제 갔던 동선과 같이 걸어가는데 기가 막히게도 어제 자기가 똥 싼 자리를 알고 거기에다 응가를 하네요.

변이 어제보다 묽고 좋지 않아서 속상합니다. 게다가 소변도 진한 갈색뇨를 보고....., 약 때문이겠지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서 선생님께 보여 드렸습니다.

우선은 혈소판 수치가 전혀 오르지 않아서 하루 이틀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했고, 갈색뇨는 방광에 상처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처방하는 약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염증 수치가 10배 이상 높아진 점인데 우선 항생제를 한 가지 더 처방했다고 해요. 혈압도 200까지 오를 때가 있대요.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면회 직후인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서 고혈압 증세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하세요. 9년을 함께 살면서 장난칠 때 멍 하고 는 경우 빼고는 루이의  목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면회를 마치고 입원실로 돌아가면 병원이 떠날 갈 만큼 큰 소리로 하울링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오후에 파리에서 돌아온 딸애랑 같이 면회를 갔는데  갑자기 하울링 소리가 바깥까지 들립니다.  종일 저런 큰 소리로 여러 차례 하울링을 한다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7월 15일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루이한테 갔습니다.  어제보다 더 길게 산책을 했는데도 먹은 게 없어 그런지 배변을 못하고 들어갔습니다. 케이지가 뭔지도  모르고 살던 애가 하루종일 낯선 곳에 갇혀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마음이 아프네요. 저녁 면담에서 설상가상 빈혈 수치도 위험 수위라 수혈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혈압에 빈혈 그리고 염증까지.... 내일이면 퇴원할 줄 알았는데 정말 심란해서 잠도 안오네요. 제발 밤새 잘 회복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7월 16일

아침엔 건강검진 때문에 면회를 못 갔어요. 저녁에 주치의 면담을 하러 갔습니다. 멍도 옅어지고 혈소판도 24까지 올랐다네요. 대신 빈혈 수치가 올라서 신경이 쓰이지만 혈액 재생이 잘되어  혈변이나 혈뇨가 아닌 이상 내일을 기대해 본다고 합니다. 혈소판이 가 추세라면 아이가 잠도 못 자고 너무 스트레스받아 회복이 더딜 수 있으니 통원치료를 하자고 합니다.


7월 17일 

아침부터 혈액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기계에 이상이 생겨 결과가 오후에 나왔는데 빈혈이 더 심해졌습니다. 내부에서 출혈이 있는 건지 원인을 못 찾겠다고 우선 안정을 취해 보자고 하십니다. 너무 못 자고 안 먹으니 서있기도 힘들어할 만큼 기운이 없어요. 체중이 너무 빠져서 우선 체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사기로 사료를 갈아 억지로 먹이고 있는데 밤에는 집에 가서 잠을 푹 재우고 다음날 와서 주간 입원을 하여 치료하도록 권하시는데 아이 상태를 보니 혹시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데리고 가라는 게 아닌지....별 생각이 다 들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어쨌건 먹여보려고 영계도 삶아주고 계란 노른자도 준비하고 고구마도 주었지만 고기 두어 점 먹고 고개를 돌리고 계속 엎드려만 있습니다. 귓속이 하얗고 잇몸도 하얘서 다니던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잇몸이 하얀 건 빈혈 증세라고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이 오니 그땐 병원에 바로 데리고 가라고 하시네요. 온갖 검사 온갖 치료를 다 했는데 호전되지 않고 더 악화돼서 퇴원을 했다는 게 너무 절망적입니다.  혹시 좋아할까 싶어 집 앞에 데리고 나갔는데 평소 마킹하던 곳도 그냥 지나치네요. 구석에 가서 검은색 응가를 싸더니 금세 다시 집으로 가려고만 합니다.  5시 반 쯤에 병원에서 준 약을 먹였더니 계속 잠만 자려고 합니다. 반응도 없고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늘어져 있어요. 아이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이젠 나쁜 생각만 떠오르고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아홉 살에 이별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오래오래 함께 하려고 정말 최선을 다해 케어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이 터지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루이가 없는 세상이라니..... 너무 끔찍해요. 지금 이 상상만으로도 숨이 안쉬어지는데 정말 영영 볼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제발 내일은 루이가 기운을 차리기를 기도합니다.


7월 18일

여전히 기운 없는 루이.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옆으로 누워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혹시 죽었을까 겁이 나서 자꾸 만져보게 됩니다.

행여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떠나게 되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무 일도 못하고 루이 곁만 지키고 있습니다.... 이 병의 일반적 증세가 무기력이라는데요 너무 심하게 누워만 있어요.

오후에 피검사를 했는데 빈혈은 21. 혈소판은 17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새 몸무게가 또 500g이 줄었습니다. 수액을 맞고 사료를 갈아서 주사기로 먹이고 있는데 체중이 너무 급격히 빠지네요. 이웃들이 루이 상태를 보더니 표정들이 다 심각해요.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차도가 너무 없으니 아이들이 쉽게 나은 아이들도 많던데 병원을 옮겨보자고 해서 아는 수의사 선생님한테 의논을 하니 이게 희귀병은 아니고  치료 프로토콜이 있는 질환이니 익숙한 곳에서 치료하는게 더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시네요.  

루이는 오늘도 전혀 먹으려 하지 않아서 사료 30g 정도를 갈아서 주사기로 먹였다고 하세요. 계속 안 먹으면 콧줄을 껴서 넣어야 한대요.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 것 같죠. 밤 11시쯤 데려와서 사료 4/1 봉지 갈아서 먹이고 계란 노른자 3/2 오리육포 1개 먹였어요. 여전히 기운 없고 혼자 있으려고 하지만 기운 차릴 루이를 기대합니다.


7월 19일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쨍하고 해가 떴습니다. 루이는 간식도 사료도 전혀 씹으려 하질 않아 블랜더에 갈아서 주사기로 떠 먹였어요. 몸무게도 6.9킬로. 많이 줄지는 않았네요. 밤새 패드를 갈아줘야 할 만큼 소변 양은 엄청 많습니다. 하루 종일 먹이고 재우고.... 기운이 너무 없어 보여 한시도 곁을 비우지 못하겠어요.  종일 먹였더니 좀 기운이 나는 것 같아 늘 산책 가던 올림픽공원에 데려가 봤어요. 열 걸음 정도 걷더니 응가를 하고 다시 차로 갑니다. 만사가 귀찮은 가봐요. 집에 돌아와서 사료를 좀 더 먹고 잠들었습니다.


7월 20일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재니 6.65킬로. 밤새 또 체중이 줄었습니다.  불려 둔 사료에 액상 사료를 넣어 갈아서 먹였는데 이젠 고개도 돌리고 삼키려 하지도 않아 주둥이를 눌러주며 15cc 정도 먹였습니다. 사람도 죽기 전에  곡기를 딱 끊는다고 소설에서 봤는데 혹시 그런 건가 싶어 가슴이 철렁합니다. 동물들도 죽기 전에는 식음을 전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ㅜㅜ

아는 수의사 말로 수의사들도 성격에 따라 진료 과정이 다른데 자신의 경우는 반반의 확률이 있는 경우 일단 치료 가능한 방향으로 공격적인 치료를 강행하는 편이래요. 수혈의 부작용이 있지만 가장 지름길이라고 판단되면 보호자와 의논해서 수혈부터 한다고 해요. 루이 주치의는 딱 봐도 너무 착해 보여요. ct를 찍어보면 좋지만 현재 상태가 애매한데 약해져 있는 아이에게 마취를 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 꼭 필요한 상황이 될 때까지 최대한 안전한 방법을 쓰는 것 같아요.  수혈도 빈혈수치가 3 이하로 떨어지면 결정한다고 합니다.

강아지 혈액형은 음성, 양성 두 가지로먀 나눈다고 하네요. 혈액끼리 반응을 보고 수혈을 한다는데 수혈은 처음인 애들보다 반복하는 애들의 부작용이 더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수혈을 한 직후에는 열이 오를 수도 있고 장기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적절한 약을 즉시 써가며 해야 한다고 하네요. 당장은 빈혈수치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아 수혈은 보류하고 나머지 기능은 정상으로 나와서 수액만 맞도록 주간 입원을 시키고 돌아왔습니다. 너무 안 먹어서 콧줄을 또 얘기하시는데 딸아이가 너무 잔인하다고 거부를 하니 낄 때만 아프고 오히려 편할 수 있다고 하는데 루이가 힘들어 할까봐 좀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일단 주간입원을 해서 먹고 수액을 맞으며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해 보기로 합니다.


7월 21일

12시 반 다시 혈액검사를 했습니다. 집에서 이틀 동안 100g은 먹인 것 같은데 체중이 또 100g 줄었어요. 수액을 중단했다 넣었다 하니 조건에 일관성이 없어 관찰이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해서 결국 입원을 시키고 왔습니다. 강아지한테 체중은 매우 중요한 관찰 포인트라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원인을 못 찾은 채 먹지 않고 앓다가 죽는 애들도 있다고도 하고 혈소판 감소증이 80%는 치료가 되지만 20%는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선은 현재 투약하는 면역억제제가 듣지 않으면 다른 약을 써보겠다고 합니다. 입원 기간도 긴 질병이라 열흘, 한 달 이상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7월 22일

새벽에 잠에 깨서 소파에 나와서 누워 있는데 형 방에서 자던 루이가 토독토독 걸어 나오더니 제 옆에 엎드리네요. 쿠션을 받쳐주니 조금 있다가 아래로 가더니 접시에 놓아둔 간식에 관심을 보입니다. 혹시나 해서 육포를 주니 곧잘 먹어요. 너무 놀라서 잘게 잘라서 주니 세 개나 먹네요. 자는 가족들을 깨워서 사진도 찍고 칭찬을 해주었어요. 병원에 갔더니 혈소판 수치도 빈혈 수치도 조금 올랐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더 먹이고 더 집중 치료해서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케어를 해야겠습니다.


7월 23일

밤새 잘 잤고, 소고기도 다져서 구워주고 오리도 삶아서 고기를 뜯어주니 생각보다 잘 받아서 먹습니다. " 루이야, 이제 살았어!" 하니 제 손등을 핥아줍니다. 저도 컨디션이 좋아진 걸 느끼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했는데 아직 안정권은 아니지만 검사결과도 모든 수치가 오름 추세라고 합니다.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 확신하며 감사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7월 24일

집에서 시간 맞춰 약을 먹이고 사료를 갈아 먹이고 간식을 준비해서 수시로 먹였습니다. 여전히 산책은 하려고 하지 않는데 배변 상태는 규칙적이고 양호합니다. 먹고 싸고 자고......., 모든 것들을 기록하며 회복 추이를 관찰해 봅니다. 수의사선생님이 루이의 혈소판이 세 자리를 찍었다고 기뻐하십니다. 116!  200~500 이 정상인데 아직 온전하지는 않지만 내일이면 정상 범주에 들 것 같다고 하십니다. 빈혈수치도 조금 올라서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7월 25일

드디어 혈소판 수치가 210이 나왔습니다.  빈혈 수치도 정상 범주에 근접했고요. 면역억제제 용량을 조금씩 늘린 것이 효과를 본 곳 같아요. 처음부터 약을 세게 쓸 수 없는 게 체력이 약한 상태에서 면역을 억제하다 보면 감염의 위험이 높아 단계적으로 증량을 하는데 이제 루이에게 맞는 약의 용량이 들어간 것 같아요. 앞으로는 루이의 상태와 약의 용량을 알게 됐으니 이대로 적용을 하면 치료가 더 쉬울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집에서 잘 먹이고 재우며 관리한 후 일주일 후에 진료를 보자고 하십니다. 매일 하는 혈액 검사를 위해 늘 꽂혀 있던 혈관 카테터도 제거하였습니다. 매일 피를 뽑아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다음 진료 때까지 집에서 집중 관리를 해야 하니 부담이 크지만 편안하게 집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있어 루이는 훨씬 더 편안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용이 다들 궁금하실 텐데요.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현금 300만 원을 바로 쓸 수 있는 경제 여건을 갖춘 사람만 입양을 하라고 하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저도 루이가 다섯 살 지나고 관리할 부분이 많아지니 펫보험을 가입해야 하나 해서 여러모로 알아보기는 했는데 주변에서 말하기를 사람처럼 100% 보장되는 상품이 없으니 강아지를 위해 적금을 따로 넣는 게 낫다고 해서 마음을 접었었거든요. 결제하는 것을 보니 28만 62만 45만 다들 몇십만 원대로 결제를 하시네요. 푸들 한 마리는 당뇨로 눈에 염증이 심해 안구 적출 수술을 예약하는데 보호자가 계속 울더라고요. 지금 아이의 통증이 심해 적출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대요. 루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라 카드 할부를 최대로 나눠서 결제하네요. 수술하고도 치료 과정이 있을 텐데......, 남일이라도 걱정이 됩니다.  지인의 교회에는 강아지 암치료를 위해 1억을 썼다는 분도 있대요. 1억이라....., 암튼 그분은 특별히 대단한 분이신 것 같네요.

암은 일단 생기면 1000만 원 이상은 든다고들 하던데 루이의 경우 수술 하는 병은 아니라 집중치료실 입원비가 대부분이어서 그나마 1000만 원까지는 안 간 것 같아요. 이번 일 겪으면서 사회 초년생인 1인 가구 젊은이들은 정말 갈등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도 아직 자릴 잡지 못해 넉넉지 않은데 치료비는 감당할 수 없게 많이 나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실제 병원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면서 전화하는 청년을 두 명이나 보았어요. 내가 쟤를 어떻게 포기해. 방법이 없어.... 이런 말이 어렴풋이 들리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네요.

사람들이 반려견이 보낸 후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항상 좋은 상태로만 있어주는 대상이 아니기에......, 저 또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마다 괜히 강아지를 키워서는 이런 불안과 고통을 겪나 싶은 마음에 후회를 수십 번도 더 했습니다.  루이가 준 행복이 너무 큰 만큼 불안도 슬픔도 더 큰 것이겠지만 자식들 다 키워 놓고 새삼 닥친 이런 상황을 감당하기란 너무 힘들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난생 처음 긴 시간을 보내며 새삼스레 느낀 점들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여간 내가 외롭다고, 아이가 이쁘다고 덜컥 입양하기엔 감당해야 할 책임이 훨씬 큰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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