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부터 고지능 인간을 지켜내기 위하여

'데어리'의 실험이 인간 지능 보존에 주는 시사점

by 날개

사양이 높은 컴퓨터처럼 사람도 지능이 높으면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AI가 뛰어넘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비논리적 창의력, 실존적 자각, 복합적인 공감, 윤리적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고지능 인간의 지능을 보존할 단서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자이자 정보 연구자인 '이안 제이 데어리'(Ian J. Deary, 1956-) 교수의 연구는 지능의 본질이 단순히 고차원적 추론 능력이나 축적된 지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신경계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속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 통찰은 지능이 높은 사람이 시각적 정보를 포함한 외부 자극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양과 효율성이 높아지며, 그 결과 이러한 정보의 지속적인 처리에 상당한 인지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다소 피곤하고 복잡한 삶의 방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데어리 교수는 지극히 기초적인 정보 처리 능력의 효율성이 지능과 연결된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입증하였다. 그는 2004년, 스코틀랜드 로티안에서 출생한 987명의 1936년 생 참가자(코호트)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는데, 검사 당시 이들의 평균 연령은 69.6세로 모두 같은 해에 태어나 연령 편차가 거의 없었다. 일반적인 지능을 평가하기 위해 '웨슬러 성인 지능 척도'(WAIS)의 하위 테스트 요약 점수가 사용되었으며, 여기에는 행렬 추론, 문자-숫자 순서 맞추기, 블록 디자인, 코딩, 기호 찾기와 같은 다양한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과제들이 포함되었다.


지능과 대조를 이루며 처리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 바로 검사 시간(inspection time) 과제였는데, 이 과제의 핵심은 참가자들이 빛의 양이 조절된 방에서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길이가 현저히 다른 두 개의 수직선(긴 선과 짧은 선)으로 구성된 시각 자극을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쉬운 과제에서는 200밀리초(1/5초) 동안 자극이 표시되었지만, 가장 어려운 과제에서는 6밀리초(1/150초 미만) 동안만 표시되었다. 자극이 사라지자마자 마스크가 나타나 잔상을 지웠으며, 참가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긴 선이 오른쪽에 있었는지 왼쪽에 있었는지를 버튼을 눌러 여유롭게 응답하도록 요청받았는데, 이는 반응 시간(속도)이 아닌 판별의 정확성만을 측정하기 위함이었다. 이 테스트는 "눈앞에 짧은 시간 동안 자극이 번쩍일 때 사람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 테스트 점수와 검사 시간 과제의 정확도 사이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r=0.32)가 확인되었다. 이는 지능 테스트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짧은 노출 시간에서도 긴 선의 위치에 대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했다. 즉,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극히 짧게 제시된 시각적 자극으로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잘 추출해 내는 능력을 가졌으며, 이는 그들의 신경계가 기본적인 시각 정보 처리 단계에서부터 더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데어리 교수는 이러한 정보 포착의 효율성이 바로 지능과 연결되는 핵심적인 생물학적 과정이며, 이처럼 단순한 정보 처리 속도가 고차원적 사고와 연관된다는 점은 지능의 의미에 대한 해답의 일부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러한 고효율적인 정보 포착 능력은 지능이 높은 사람의 삶에서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라는 이면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경계가 '더 빠르게, 더 많이' 정보를 흡수하고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이들은 일상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미세한 자극과 연관성을 무의식적으로 포착하여 끊임없이 분석하고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주변의 대화, 조명의 변화, 사람들의 표정과 미세한 행동 변화까지도 인지적으로 포착하고 처리하려 시도하기 때문에, 인지적 에너지 소모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마치 최고 사양의 컴퓨터가 고해상도 영상을 끊임없이 배경에서 처리하듯이, 이들의 뇌는 쉬지 않고 주변 세계를 '디코딩'하는 데 바쁘며, 그 결과 지속적인 정신적 피로와 다소 피곤한 삶의 양상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도한 정보 유입과 처리 부담을 의식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생긴다. 정보를 '더 포착하는 능력'을 가진 만큼, '어떤 정보를 포착할지'에 대한 의식적인 필터링이 중요해진다. 단순히 학습을 적당히 해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목표와 무관하거나 인지적 소음만을 유발하는 잡다한 정보의 입력 자체를 의도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긴다. 외부적인 자극, 낯선 환경에 가는 것, 낯선 사람과의 대화, 파티 같은 것은 뇌를 자극해서 더 창의적인 생각과 새로운 지식, 혹은 영감을 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외부 자극의 다양성은 지능의 폭발적인 확장과 창의성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거나 이질적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뇌는 기존의 안정된 연결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신경 회로를 형성하는 신경 가소성을 촉진하며, 이는 학습과 적응력 향상의 근간이 된다. 또한, 다양한 경험에서 얻은 예상치 못한 정보는 기존의 지식과 융합되어 새로운 영감을 촉발하는 조합의 풀(pool)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확장하려면, 단지 효율적인 처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러한 질 좋은 외부 자극을 통해 지식의 융합과 재구성의 기회를 의도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러한 상반된 요구, 즉 정보 과부하의 위험과 창의적 자극의 필요성 사이에서 고지능 인재는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인지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외부 자극을 너무 많이, 너무 깊이 처리하려 하기 때문에, 낯선 환경과 파티가 창의적인 영감으로 이어지기 전에 인지적 소진(burnout)으로 끝날 리스크가 더 크다. 따라서 무분별한 자극을 모두 받아들이려 하기보다는, 인지적 소음만을 유발하는 환경을 의식적으로 필터링하고, 새로운 연결과 관점을 제공할 수 있는 질 좋은 경험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들은 단순히 학습을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질에 초점을 맞추어 정신적 자원 낭비를 막아야 한다.


또한, 고지능을 가진 개인이 높은 인지적 효율성을 지속하고 이로 인한 피로를 관리하며 창의성까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회복을 위한 필수 조건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고독은 외부 자극 입력을 차단하고 뇌가 방대한 정보를 통합하고 심층적인 사고를 방해받지 않고 전개할 수 있는 필수적인 '처리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복잡하게 처리된 정보와 새로 얻은 영감을 정리하고 개념화하는 고차원적 지능 활동의 필수적인 연장선이다. 나아가, 충분한 수면은 고효율로 작동한 뇌가 낮 동안 쌓인 대사 노폐물을 청소하고, 학습된 정보를 공고히 하며, 신경 회로의 과부하를 해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 유지보수 과정이다. 지능의 기반이 되는 처리 속도의 효율성은 결국 이러한 고독과 수면을 통한 주기적인 재설정을 통해서만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지능과 처리 부담에 대한 이해는 끊임없이 높은 성취와 '속도'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규제철학적, 사회학적 시사점을 던진다. 데어리 교수의 연구는 인간 지능의 기반인 처리 속도의 효율성이 AI에 의해 극대화되는 시대에, 인간은 이 속도를 도구 삼아 창의성과 윤리적 통찰이라는 인간 고유의 고차원적 지능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준다. 사회는 고지능 인재들에게 '고독의 시간'과 '휴식의 공간'을 단순히 개인의 웰빙을 넘어, 국가적 지능 자원을 유지하고 창의성을 증진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이자 규제철학적 가치로 인정하고 보장해야 한다. 지능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뇌가 최적의 처리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회복 시간을 확보해 주는 사회적 시스템에 달려 있으며, 이는 지능이 높은 사람이 피곤한 삶을 피하고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돕는 가장 현명한 사회적 설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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