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경쟁행위 법제의 분열된 얼굴
역사적으로 상거래가 존재하는 곳에는 공정경쟁(fair competition)과 불공정경쟁(unfair competition)에 대한 관념이 존재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윤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현실적 상거래에 있어서 남의 상품을 배껴 짝뚱을 만들어 팔거나 속여서 파는 행위는 빈번할 수 있고, 계약 당사자의 갑을관계에 따라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거나 상호 신뢰관계를 저버리는 다양한 행위들이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불공정경쟁법(law of unfair competition)인데, 이 분야의 법은 연혁적으로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발전되어온 법체계이다. 공정한 경쟁을 장려하고 수요자들을 기망으로부터 보호하여 궁극적으로는 상거래의 진실성을 보호하는 것이 이 규제의 목적이다.
이 규제로는 사권(私權)으로서의 독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지적재산권법 영역의 '부정경쟁방지법'과, 주로 공법 영역에서 독점의 규제를 중점으로 하는 경제법 영역의 '경쟁법'이 존재한다. 어떤 학자는 경제법을 지적재산법의 사촌(四寸)에 비유할 정도로 두 영역의 법의 목적이나 기본적인 법리가 매우 가깝고, 양자 모두 자본주의 하에서의 ‘독점’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적 의미의 불공정거래법의 등장은 산업화가 진전된 19세기말 유럽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때는 경쟁의 자유가 보장된 시기였지만, 과도한 경쟁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여 경제적 자유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가 요구됐다. 유럽 각국에서의 불공정경쟁법의 법제는 해당 국가의 법체계의 형태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발전되어 왔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불공정행위는 민사상의 불법행위법의 문제로 간주되어 왔으나, 1896년 부정경쟁방지법(UWG)이 제정되어 개정을 거듭하여 오늘이 이르고 있으며, 경쟁법에 해당되는 경쟁제한방지법(GWB)은 1957년에 비로소 제정되었다. 미국의 경우 불공정경쟁법은 보통법(common law)에서 기원하여 연방과 주의 제정법 및 판례에 스며들었고, 불법행위법(tort)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미국 경쟁법은 현대적인 경쟁법의 효시로 잘 알려진 1890년 셔먼법과 이를 보완하는 클레이튼법, 로빈스패트만법, 연방거래위원회(FTC)법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각국의 경쟁법은 불공정경쟁행위법 보다 늦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성립되었다. 경쟁법은 19세기에서 20세기를 거쳐 급속하게 발전된 시장경제에 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독점 규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한다. 경쟁법의 일반적인 규제대상은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사업자의 행위, 즉 경쟁제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 핵심적인 규제대상은 이른바 ‘카르텔’이라고 부르는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 경쟁을 제한하는 합병 등의 기업결합 등이다. 추가적으로 각국의 상황에 따라서 경쟁 법제에 맡겨진 특수한 입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불공정거래행위금지'와 같은 사항들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1961년에 제정되었다. 동법은 제1조에서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고, 뒤이어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도 제1조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을 하나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두 법이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건전한 거래를 위해 봉사한다는 점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상호간 일맥상통한다. 특히, 부정경쟁방지법은 다른 지적재산법처럼 ‘등록’에 따라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형식이 아니고, 타인의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으로 규정된 점이 공정거래법과 유사하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금지하는 부정경쟁행위는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다. ① 상품주체나 영업주체에 관한 혼동초래행위(가목 및 나목), ② 원산지 거짓표시행위(라목), 출처지 오인야기행위(마목), 품질 등 오인야기행위(바목) 등의 오인유발행위, ③ 저명상표희석행위(다목), 대리인의 상표권자의 동의 없는 사용행위(사목), 도메인이름 부정취득행위(아목), 상품형태 모방행위(자목), 영업상의 아이디어를 부정사용행위(차목), 데이터를 부정사용행위(카목), 성명, 초상 등 식별표지를 무단사용행위(타목) 등의 부정경쟁행위, ④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파목)로 구분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서는 특이하게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1980년 동법 제정 당시 1953년 개정된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 상 불공정한 거래방법의 금지 조항을 계수한 것이다. 해당 조항은 위법성의 근거가 상이한 다양한 행위 유형들을 함께 규정하였고, 그 후 1996년 개정을 통하여 주로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한 경제력집중 유지·강화의 억제를 입법취지로 하는 부당한 지원행위까지 포함시켜 규정하게 됨에 따라 그 판단기준에 관한 혼란이 더욱 심화되었다.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1.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
2. 부당하게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
3.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4.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
5.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6.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7.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8.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9. 부당하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
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ㆍ대여금ㆍ인력ㆍ부동산ㆍ유가증권ㆍ상품ㆍ용역ㆍ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나.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ㆍ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
10. 그 밖의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
양 법률은 매우 유사한 행위를 중복적으로 금지하는 규제하고 있는터라, 동일 사안에 대하여 중첩적으로 적용될 개연성이 작지 않다. 즉,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간에는 그 적용상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공정거래법이 우선 적용될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117조에서는 저작권법,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에 따른 무체재산권의 행사행위가 ‘정당한 행사’일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속에 부정경쟁방지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제117조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이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고 포함될 수도 있는데, 다섯 가지 법률을 언급한 것을 ‘예시적 열거’로 보아 부정경쟁방지법이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부정경쟁행위는 '금지행위'일 뿐 적극적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행위의 대상이 될 수도 없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이 공정거래법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 결론적으로, 두 법의 중첩은 공정거래법이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임시적으로 그 충돌을 피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부정경쟁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합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그 방식과 관련하여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의 통합 주장(‘부정경쟁방지설’)과 독점규제법으로의 통합 주장(‘공정거래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은 특허청에서,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주무를 담당하고 있고, 전자는 지적재산법 영역에서 후자는 경제법 영역에서의 이원화된 환경에서 지속적이고 독자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통일'은 더더욱 요원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이지 않은 이러한 규제는 결국, 수범자인 국민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