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약탈

루소의 경고가 현실이 되다

by 날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디지털 생태계에 정중앙에 위치한 온라인 플랫폼은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정보를 빨아들여 이를 저장하고 활용하고 심지어는 유통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상상을 초월하게 방대하여 '빅'데이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이다. OECD[DAF/COMP(2020)]에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다양한 빅데이터를 카테고리화하기도 하는데, 소비자의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개인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포함한 개념으로서 ‘소비자 데이터’(consumer data)의 개념을 제시한다.


수집된 유형에 따라 : 사용자 생성 콘텐츠, 활동·행태정보 데이터, 소셜 데이터, 인구통계 데이터, 공적 식별 데이터, 바이오 정보

데이터 원본유형에 따라 : 자발적 데이터, 관찰되는 데이터, 파생된(추론된) 데이터, 획득(구매·라이선스) 데이터

개인식별 여부에 따라 : 개인식별 데이터, 가명화 데이터, 링크가 삭제된 가명 데이터, 익명화된 데이터, 취합된(집합) 데이터


소비자 데이터는 온라인 플랫폼에 의해 수집되어 가공되고 활용되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그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인 인간의 디지털 발자취이고 사이버 활동 결과물이다. 플랫폼이 온라인 서비스의 무료(free) 제공 대가로 이용자는 진정한(?) 동의하에 자신의 정보를 반대급부로 제공한 것이므로, 그 정보의 소유권은 이용자의 손을 완전히 떠난 것인가?


이에 관하여 일각에서는, 데이터는 플랫폼 사업자와 개인이 공동으로 작업한 공동생산·산출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쌍방의 기여도를 고려하여 소유권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거나(공동소유), 존 로크의 노동이론(Arbeitstheorie)과 “하나 또는 복수의 재료에 대한 가공 또는 개조를 통해 새로운 동산을 생산한 자가 그 물건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독일 민법전 제950조의 규정을 유추하여 데이터의 소유권을 생산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서 소비자 데이터는 플랫폼 사업자의 소유권의 객체나 지적재산권으로서 인정되고 있고, 이용자 개인은 자기 자신의 정보에 관해 극히 제한적으로 접근권(액세스권)을 가질 뿐이다. 나아가 개인 식별이 제거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라는 모든 규제의 틀을 벗어버리고, 2차, 3차적인 가공이나 변형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다. 이 순간, 소비자 데이터는 소유권자인 플랫폼 사업자에 의하여 독점적·배타적으로 권리가 행사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된다.


경쟁법의 사촌 격인 지적재산법 학계에서는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를 민법상 소유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상의 권리보호제도를 응용하여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 하에, 저작권의 ‘공정이용’ 제도와 유사하게 일정 조건 하에서 빅데이터 가공자의 권리에도 불구하고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법 등의 제시하기도 한다(박준석 교수).


흔히,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로 상징되면서,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흡사 과거 특정계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매우 한정된 자본가의 전유물이었던 '토지'가 연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의미에서, 다소 급진적이긴 하지만 18세기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토지소유권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통해 자본을 보호하는 권력과 법률로부터 인간의 불평등이 기원하며, 이를 통해 고착화되고 정당화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자연이 제공한 자유를 영원히 파괴해 버리는 대신, 사유와 불평등의 법률을 영원히 고정시켜 교묘한 약탈을 당연한 권리로 간주하고 몇몇 야심가들의 이익을 위해 그 후부터는 전 인류를 노동과 예속과 빈곤에 복종시켰다. 우리 모든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는 저 평판과 명예와 특권에 대한 일반적인 욕구가 얼마나 재능이나 힘을 훈련하게 하고 비교하게 하는가. 사람들을 서로 경쟁하게 하고 대항하게 하며, 적대관계에 몰아넣어 실패, 성공, 재앙을 조장하는 것이 바로 소유권이다. 소유권은 타인을 희생한 재산일 뿐이며, 지배와 굴종, 폭력, 약탈, 지배의 쾌락, 정복, 예속의 결과물인 것이다. 인간이 타인에게 의지하고 있을 때는 연약한 법이다. 이러한 소유권은 약탈적 남용의 근거가 된다.


루소는 실정법에 따라 용인된 인위적인 불평등이 자연법에서 허락하는 불평등과 균형이 잡히지 않을 때에는 그것은 자연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제언하면서, 많은 사람이 필수품을 손에 넣지 못하는데 몇몇 사람들만 흥청거리며 살아간다는 상황을 자연법에 위배된 예로 제시한다.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디지털 경제,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등 근래에 우리에게 다가온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디지털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역할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산재 내지는 재화인 ‘메가 마이크로 컨슈머 베리 빅 데이터’를 규율해야 하는 현시대에 위와 같은 루소의 지적은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근대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관념만큼이나 변화될 경제, 산업을 포함한 일상생활에서 빅데이터의 의미와 가치는 중요할 것이며, 이에 대하여 법률이 어떻게 규제하느냐에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자유로운' 인간의 행복이 좌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이를 통한 혁신은 현재에도 급속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이 중요한 것에 의해 크게 미래가 좌우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법적 규제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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