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순환을 멈추게 하자

개인 책임과 처벌 뒤에 가려진 사회적 원인에 관한 성찰

by 날개

술에 만취한 사람이 소란을 피우거나 길거리에서 자다가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주취자는 만취 상태에서도 출동한 경찰에게 팔이 붙잡히지 않으려고 몸을 뒤틀며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는데, 그 순간의 분노는 단순한 화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주취자'의 공무집행방해 행위는 전체 해당 범죄의 과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장면은 술로 인해 감정의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내면에 억눌렸던 공격성과 좌절, 무력감이 순식간에 밖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보이는데, 이것은 단순한 분노와 폭력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주취자는 나중에 술을 깨고 제정신으로 돌아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주변과 자신에게는 흔적과 상처만 남게 될 뿐이므로 소용없다.


분노와 폭력의 원인은 비단 술 때문만이 아니다. 어린 시절 폭력적 환경에서 자라거나, 경제적 박탈과 사회적 소외를 경험한 경우,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굴욕과 수모를 겪는 사람들은 분노가 무의식 속에 쌓이게 된다. 직장에서의 불공정한 대우, 학업이나 사회적 경쟁에서의 좌절감, 각종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는 폭력과 혐오의 서사 역시 분노의 감정 회로의 피로도를 높이게 되는 요인이다. 이런 환경적 변수에 술이라는 기름을 부어 봉인을 해제하게 되면, 개인은 내면의 있던 분노를 폭력을 통해 표출하게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방어적 반응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분노는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조건과 그의 경험이 얽혀 만들어 낸 합작품이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분노와 혐오가 쉽게 표출되는 구조적 토양을 갖고 있다. 경쟁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상대를 경계하고 배제하는 문화가 일상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다른 사람의 실패나 불행을 소비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경향이 늘어났다.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갈등, 지역적·계층적 편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의 분노와 불안은 사회 전체의 긴장과 폭력적 행동으로 증폭되는 모양새다.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낸 억압과 배제, 무력감이 개인의 공격성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법과 제도는 폭력과 분노를 제한하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라서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사회적 폭력성은 단순히 처벌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주 규제 내지는 캠페인, 사회적 안전망 확충, 교육과 노동 환경의 개선 등은 보조적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이런 것들도 근본적 해결은 여전히 아니다. 폭력적 행동과 분노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제거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분노가 환경과 사회 구조에 일부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사회학적 분석은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폭력과 분노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 자체가, 이것의 반복적 악순환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성찰이 될 수 있다. 분노를 폭력과 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임이 분명하고 그 잘못에 대한 대한 법의 조치와 처벌은 단호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는 사회적 산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회 구조가 그 책임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므로, 우리는 이 분노와 폭력의 근원이 되는 사회적 요인을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은 구조적 맥락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분노를 조절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평온하고 안정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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