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쓴 시
그래, 내 직업은 노는 것이었지
현직에서 물러난 지 3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사실이었다
은퇴한 첫해, 걱정 속에서도 만끽하는 자유는 깨소금 맛이었다
평일에 아내와 함께 가는 골프장의 푸른 잔디는 고달팠던 33년의 달콤한 보상인가
현직에서 물러난 뒤 두 번째 해, 무엇인가 해야 되는 것 아닐까
모르는 사이에 마음에 끼는 구름
뛰뛰하고 울리는 우체부의 오토바이 경적에 놀라는 가슴,
직장을 잃은 뒤 세 번째 해의 일이다
건강보험고지서, 세금고지서, 경조사비고지서, 연회비고지서...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짙어 가는 마음의 그늘
조금씩 느끼는 조바심의 정체는 나이
육십 하고도 몇 년
겨우내내 기다리던 봄은 짧고
가슴 설레던 녹음의 6월은 화려했네
산야를 물들이던 붉은 물결은 춥고 적막한 계절을 재촉했지
난로 가에 모여 앉아 온기를 나누며 피어나는 웃음꽃
어둠이 깊어지면 하나둘씩 집으로 가야 하리
아쉬움도 우정도 추억도 남길 것은 남기고 간직할 것은 간직하고
그리움은 오롯이 나의 몫
잊혀짐이 아쉬운가
묻혀짐이 아쉬운가
잊혀질 것도 묻혀질 것도 있지 않았다는 것 나만 몰랐지
3년을 보내고서야 깨달았다
그래, 이제 내 직업은 노는 것이지
그리고 반짝 자유로움을 보았다
육십 하고도 몇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