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 D-166
다음주가 시작되면 어느덧 내 군 생활은 70%를 맞이한다. 1년 전 이맘때는 전역도 안 바라고 70% 정도만 찼으면 했는데 지금은 웃프게도 50일 남은 휴가보다 전역을 바라보며 사는 중이다.
병사 계급 중 가장 현타를 많이 느끼는 계급은 상병(그중 상꺽)이란다. 이제 상꺽이 되었듯 비로소 이 말의 의미를 좀 알 것 같다. 슬슬 갈 때가 된 거 같은데 아직 11월 21일(전역일)까진 많이 남았고 여름은 이제 시작이다.
거의 하루 종일 휴대폰을 받는 주말은 더 이상 큰 감흥을 못 느낀다. 여태 당연하다 여겨왔던 온갖 통제들은 더욱 짜증 나기만 하다. ’군‘이 예전보다 좋아진 건 사실이고 나 또한 그렇다 느끼지만 세상(사회)이 좋아진 것만큼의 큰 변화는 없는 곳이 또 ‘군’이란 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 내 낙은 후임들이다. 맞후임을 받았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솔직히 난 내가 선임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나나 걔네나 18개월 하다 떠나는데 선후임이 뭔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젠 4맞 후임을 받았다. 3맞 후임부턴 04년생 친구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해 뭔가 후임들을 동생들처럼 여기게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관심 갖고 혼자보단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 중이다.
나에게 군 생활은 얼마를 준대도 다시는 하기 싫은 경험이다. 그런데 왠지 남은 복무 일수를 짬찌(막내) 시절로 돌아가 채우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땐 당연하다 싶은 게 없었던 때고 지금처럼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웃을 수 있었던 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