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의 허와 실
어릴 때는 자유가 최고라고, 내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개척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물론 여전히 자유는 가장 값지고 중요한 가치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없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내 의지로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들도 수많은 환경적 요인과 주변적 요소들에 의해 형성된 것일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자유의지보다 운명이 더 앞서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조금쯤은 의연하게 대처하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기다림도 거쳐야할 과정 중 하나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렇게 조바심은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할 일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지금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힘든 시기라고 해도, 비는 반드시 그치고 해가 뜨기 마련이다. 고통과 역경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먼 훗날 더 높은 곳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 있기도 하는 것으로, 매사에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더욱 확실해진다. 그러니 힘들다면 마음껏 힘들어하고, 잠시 쉬어가도 된다. 더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린 개구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