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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지용 Jan 23. 2024

한자교육에 대하여

초등 한자교육은 필요한가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자는 종이신문 귀퉁이나 뉴스 자막에만 가끔 등장하거나, 몇몇 외국어를 습득할 때만 좀 필요한 죽은 글자라고들 한다.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좋아진다? 맞다, 어휘력이 좋아지긴 한다. '미증유'라든가 '취생몽사'라든가 '소이연' 같은 한문체 표현들을 만났을 때, 한자와 한문을 아는 사람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한자를 알면 단어가 좀 더 정확히 이해되는건 맞다.

그러나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웬만한 한자어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가=나라의 노래'라는 식의 어휘 추측은 '나라국', '노래가'를 따로 익히지 않아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 비효율적인 문자의 뜻과 유래와 쓰는법까지 익힐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조상들의 삶을 이해? 동아시아 문화권? 전부 맞는 말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조상들의 삶을 이해'할 정도의 한자 수준에 다다르려면 몇 백 자 깨작깨작 외우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동아시아 문화권과 교류한다는 것도 진로를 그쪽으로 정하지 않는 이상 절실한 사유는 안된다.

어떤 사람은 한자를 배우면 심성이 좋아진다고도 하는데 내 생각엔 절대 아니다. 한자의 유래를 살펴보면 차마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싫은 내용도 많고...전근대적인 가치관을 전달하는 고사성어도 많은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한자교육에 찬성하는 편이다. 우리는 한자교육에 대해 쏟아지는 공격을 왜 수학교육, 영어교육, 국어교육, 과학교육에 하진 않는가? '한자는 실생활에 쓸모가 없다'는 논리를 따른다면, 무리수, 로그함수, 가정법, 윤동주, 별자리는 왜 배워야 하는가? 배우지 않아도 평생 살아가는데엔 전혀 지장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런 '실생활'은 곧 원시인의 삶이나 다름없을 뿐이다. 그리고 인간과 교육은 항상 실생활 이상의 삶을 희구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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