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우린 Feb 17. 2024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띠링-

핸드폰으로 알림 문자가 와서 확인을 해보니 그것은 출근하라는 문자였다.

그렇다 나는 불과 며칠 전 학교에서 알려준 취업처에 면접을 봤고 세 명의 면접자 가운데

단 하나의 합격자로 선정된 것이다.


우리 학교는 상업고 특성상 대학 수능준비보단 취업에 특화됐는데, 3학년 2학기부터 취업처가 들어와 지원자를 받고 서류전형과 면접에 합격하게 되면 학교출석 대신 회사에 출근하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합격문자를 받은 건 겨울방학이 다가오던 3학년 2학기 시점이었는데 난 문자를 보고 기쁨보단 두려움과 걱정이 더 앞섰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 가고 싶어서 지원했던 회사가 아니기도 했고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판넬을 유통하는 작은 중소기업에 영업직.


수학이나 암산을 싫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했던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 맞을 수밖에 없는 회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회사에 지원했던 이유는 겨울방학과 졸업식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취업한 다른 친구들의 빈자리를 보며 이대로는 친구들과 달리 무직백수로 졸업할까 봐 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에 질러버린 것이다. 생각해 보면 미래의 나를 생각하지도 않고 학창생활을 흥청망청 노는데 다 보냈으니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기에 나는 만족하느냐 못하느냐를 따지는 배부른 소리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내 주제에 그 회사에 합격한 일은 구사일생과 같은 사건이었으며 들어간 회사가 아무리 취약하더라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취업담당선생님께 취업사실을 알리고 축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작별인사 했고, 부모님께도 내 취업사실을 알리고 축하한다는 소리와 함께 응원을 받았다. 분명 축하를 받으면 기뻐야 할 터였는데 내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첫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취업담당선생님께 합격한 회사 안 가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위에 말한 것처럼 어쨌든 나는 빈털터리였고 가진 것도 없었으며 피가 나도 부딪히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것 있는 힘껏 부딪혀보기로 결심했다.


 혹시나 내가 그 일이 우연하지 않게 적성이 맞을 수도 있고 의외로 일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이것도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렇게 나는 기대감 반, 두려움과 걱정 반을 안고 첫회사에 입사했다.

그 안에서 내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 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