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섯 식구입니다.
"멍멍, 왈왈, 낑낑, 아우~"
"언니, 어디서 개가 짖는데? 개 짖는 소리 안 들려?"
오랜만에 이불과 한 몸이 된 나는 동생의 목소리가 귀찮아 애먼 발가락만 꼼지락댔다.
"옥상에서 나는 거 같은데 같이 올라가 보자. 혼자 가기는 무섭다고."
부스스한 머리에 눈곱도 안 떼고 동생의 손에 이끌려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 옥상문 앞에 섰다.
점점 커지는 강아지 소리에 조심스레 문을 여니 눈앞에 펼쳐진 건 개 울타리 안에 있는 말티즈 두 마리.
당황한 우리 뒤쪽으로 잠시 후 누군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누나, 얘네들 내가 잠깐 보호하고 있는 중이야. 찻길을 막 돌아다니는 게 주인을 잃어버린 것 같더라고. 집에 데리고 들어가면 혼날 거 같아서 옥상에다 올려놨지."
강아지가 주인을 잃었으면 주인을 찾아줘야지 남의 집 옥상에 몇 날 며칠 두면 어쩐단 말이냐. 아이들과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남동생은 그 뒤로도 두어 번 주인 잃은 강아지를 데리고 왔고 다행히 옥상에 있던 강아지들은 일주일 내로 주인에게 돌아갔다.
"멍멍멍, 왈왈왈~"
"누나. 친구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다 못 키운다길래 내가 한 마리 데리고 왔어. 우리 키울 수 있지? 아빠가 허락해 주겠지? 누나가 말 좀 잘해주라. 누나가 말하면 아빠는 무조건 오케이니까."
"언니, 나 슈나우져 진짜 키우고 싶었잖아. 완전 귀여워. 우리가 키우자. 나 혼자 있을 때 엄청 무섭단 말이야."
"......"
여동생의 마지막 이 한마디가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뭉치로 하자. 넌 이제부터 뭉치란다. 우리 집에 돈뭉치를 마구마구 가지고 와주렴.
키울까 말까 고민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애지중지 손수 작명까지 마쳤다. 사실 작명에는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 영웅이로 지을껄, 돈뭉치는커녕 사고만 몰고 오는 사고뭉치 뭉치 덕분에 조용할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 같이 모인 주말 오후 오랜만에 집안 대청소를 했다.
"언니. 뭉치 데리고 있어?"
"아니, 나 화장실 청소하는데."
화장실 청소를 하다 말고 나온 내 눈앞에 살짝 걸쳐 열린 현관문이 보였다.
환기를 위해 열었던 현관문.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돼버렸다. 작디작은 집구석에는 슈나우져가 숨을 공간이란 없다. 한시도 가만히 안 있는 지랄 발랄 뭉치는 예상대로 집을 나가버린 거다. 더 멀리 가기 전에 빨리 찾아와야 해.
"뭉치야~ 뭉치야~ 뭉치~"
"혹시 슈나우져 못 보셨어요? 뭉치라고 목걸이에 이름도 적혀있는데.."
집 앞은 2차선 도로, 복잡한 골목길, 조금 더 가면 왕복 8차선 도로까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뭉치가 차에 치이진 않았을까 혹여 나쁜 사람이 데리고 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2시간 넘게 다른 골목에서 뭉치를 찾던 동생들도 고개를 떨군 채 돌아왔다. 말없이 계단을 오르며 집으로 향했다.
1층. 2층. 3층. 4층. 5층. “달칵”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려는 그때,
헥헥 침 흘리며 바람에 귀를 날리는 뭉치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뭉치 이노무쉐끼. 어디 갔다 온 거야.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오늘 밥 없어. 그런 줄 알아. “
마음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실은 '내 새끼 대견하네 집도 찾아오고. 혼자 어디 갔다 온 거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다음엔 꼭 같이 나가야 해. 너까지 없으면 나는..'이라는 말이 가슴속에 맴돌았다.
훈련을 받은 개에게만 귀소본능이 있는 줄 알았다. 대전에서 진도까지 주인 찾아 300km를 달려 7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 백구의 이야기처럼 특별한 몇몇의 사례일 거라 생각했다.
지랄 발랄 사고뭉치라고 생각했던 뭉치가 집으로 돌아온 건 특별해서가 아니다. 그저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돌아와 줘서.
치매에 걸려 사료 먹는 방법을 까먹어도 한 달에 한번 오는 나의 발소리를 기억해 주는 네가.
백내장으로 앞이 보이지 않지만 한 달에 한번 오는 나의 냄새를 기억해 주는 네가.
가족이라 너무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