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더 큰 성장을 위하여
최근 주가 상승이 지속되던 카카오는 드디어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8위에 올라섰다.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충분히 그럴만한 기업이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96%에 달한다. 2010년 3월 18일에 출시된 이후 카톡은 10년 넘게 국민 메신저로 사랑받고 있다. 카톡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더니 1년 후에는 가입자 1000만 명, 이듬해 4000만 명을 넘어섰다. 2년 만에 거의 전국민이 가입한 셈이다. 카카오톡의 2019년 4분기 기준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4485만 명이고, 하루 평균 송수신 메시지는 110억 건에 달한다.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11&nkey=2020033101270000441&mode=sub_view)
2010년 가을, 하지원과 현빈이 출연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등장한 '카톡왔숑'이라는 잔망스러운 메신저 알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당시 드라마를 본 뒤에 카톡앱을 설치했다. 그 전엔 어떤 메신저를 사용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카톡의 지배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카톡에 대한 찬사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는 다소 슬픈 얘기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카톡 알림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메신저 증후군'이라고도 하지만, 실상은 카톡 지옥에 가깝다. 업무 시간 외에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메신저 점유율이 96%에 달하니 아마도 대부분은 카톡에 의한 업무 지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래는 19년 2월 3일에 뉴스1에 게제된 기사 내용 중 일부이다.
https://www.news1.kr/articles/?3540662
실제로는 밤이고 낮이고, 평일이나 주말이나 카톡은 쉬지 않고 일한 셈이다.
쉬지 않고 울리는 카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막아보고자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신경민의원은 일명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발의했다. 발의 사실만으로 언론 기사가 쏟아졌다.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발의 이후 4년간, 유사한 법안이 여러 차례 등장했으면서도 이 법안은 여전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잠들어있다. 앞으로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포괄적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안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근무행위를 악화시키는 경우'를 괴롭힘으로 간주한다. 반복적인 폭언이나 욕설, 사내 메신저나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행위, 술자리 강요와 인사상 불이익 협박, 의도적인 업무 배제, 또 퇴근 후 반복적으로 카톡을 통한 업무지시가 내려졌다면 정도에 따라 괴롭힘이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있다. 게다가 직장내 괴롭힘은 사업주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사장이 괴롭히면 사장에게 신고해야할까?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직장 내 갑질에 대해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60%는 '특별한 대처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의 43%는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이제 관점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카카오가 10년 전, 전국민의 모바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메신저를 개시하던 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진보의 기쁨을 다시 상기해보자. 서비스의 관점을 이웃의 불편함으로 돌려보자는 말이다.
나는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업무 시간 외 제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부분은 카톡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시민)들이 쏟아내고 있는 수많은 개선 요구사항에 이미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들 일부가 나름 추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정치가들의 영역이기도 하다. 기업의 일이 아니라는 관점이 우세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카톡왔숑'을 떠들썩하고 신나게 외치는 것은 좋은 소식이거나 적어도 평범한 수준의 알림일 경우에만 유효하다. 그것이 과도한 업무지시이거나 쉬는 시간을 방해하는 메시지라면...
'카톡왔숑'이 아니라 '카톡반송'을 외칠 권리도 사용자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카카오톡의 업무 시간 외 쉬는 시간을 설정하고, 그 시간에 업무 또는 회사 관계자(상사를 포함한)로 지정된 사람들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정중히 거절하는 서비스를 시행해보면 어떨까?
업무 시간이 아닌 때, 심지어 10시가 넘은 심야시간에 무도하게도 카톡 메시지를 보내 업무를 지시하려는 상사에게 '지금은 업무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시작되었으니, 오늘 일은 내일로 미뤄주세요' 정도의 메시지와 함께 업무 지시가 반송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 카톡 사용자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카카오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모두의 규칙이라면 어떨까?
그러니까 국회의원들도 못한 일을 카카오가 특유의 방식으로 해내면 좋겠다는 말이다. 물론 무능하기로 소문난 이들과 비교하는 일 자체가 무도한 일이다. 다만 카카오가 지난 10년간 해온 수많은 서비스들처럼 특유의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카톡이 앞으로 달려나갈 수 십 년의 미래에도 얹어보자는 얘기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카카오 파머'의 세련된 디자인에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 뿐 아니라 식품 MD들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주목했을 것이다. 또한 카카오 메이커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도 여전히 생생하다. 대기업 유통사 중심의 일방적이며 독점적인 커머스를 일대 혁신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카카오의 철학이 인간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해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카톡에 대한 단상이 단상에 그치지 않고 더욱 진지한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몬스터", 배우 이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