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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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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Aug 28. 2022

차별화의 늪

한 분야에서 20여 년 일하다 보니 비교적 명확하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남들 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 있는가 하면,

<차별화를 찾고, 틈새를 보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 결과를 놓고 보면 후자에 비해 전자의 성공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당시에, '와~' 하고 놀랐던 아이템이나 사업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살아남은 사례를 찾기 어려운 반면, 남들 다하는 걸, 새로운 제안도 아닌데 왜 저렇게 하나 싶었던 사업이 시간이 흘러 지금 성과를 내고 있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약 10년 정도 지난 일이다. 당시에 꽤 촉망받고 있던 신선식품 분야의 스타트업이 있었다. 그때 창업자 그룹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의 사업을 따로 만든 그룹이 있었는데, 그 그룹이 가장 공들인 상품은 고구마였다. 그렇다. 그걸 어떤 식으로든 가공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생고구마였다.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고, 그저 맛있는 고구마를 찾아서, 잘 전달하는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고구마라니. 그건 너무 평범하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 하고 있는 품목이 아닌가.

반면, 그들이 빠져나온 스타트업은 촉망받는 그룹답게 새벽 배송을 비롯하여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서비스를 론칭하였으며, 거래하는 농가를 늘리고 판매하는 상품도 늘려가며 승승장구한 결과 최초의 창업가 그룹은 결국 엑시트에 성공했다. 대단한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고구마 그룹은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는 반면, 촉망받던 스타트업은 두 차례의 M&A를 거치며 지금은 사실상 운영을 중단했다. 사실, 위와 같은 사례 외에 '와~'하고 놀랐던 상품에 대해 기억이 거의 없다. 대개의 경우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품의 차별화'라는 말을 금과옥조인 양 받들 필요는 없다. 

리테일, 커머스 분야에서 20여 년 일했지만, 성공 방정식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다만, 실패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본질'을 놓치면 필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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