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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Feb 23. 2023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 영식에게

이제 그만 퇴직하고 사업을 하겠다는 네 말을 듣고 이전부터 짐작을 했으면서도 당황스러웠어.

그래도, 덕분에 업무가 아닌 다른 얘기를 나눴지. 진작 이런 시간을 많이 가져야 했는데 아쉬움과 한편으로 미안함도 컸어.

창업!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찬 일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걱정과 회한,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야.

대단한 말도 아니고 정서적이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는 더욱 아닌데도, ‘창업’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아마 대문호 톨스토이나 버지니아 울프 같은 예지적인 시인들이 현대를 살고 있다면 반드시 ‘창업’을 소재로 대단한 작품이 나왔을 게 틀림없을 거야.

사정이 이러니, 너에게 창업에 대한 섣부른 말을 할 수 없거니와, 나는 네가 알다시피 오래전에 창업에 실패한 결과 여전히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있어서 더욱 조심스러웠어.

너의 말을 듣고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한 채 한참이나 머뭇거린 이유를 이해할지 모르겠다.

너에게 어떤 사업을 할 건지 묻지 않았지.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보다,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묻는 것이 훨씬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얘기한 대로, 예전에 나는 확신을 가졌으나, 확증을 얻지 못한 채로 사업을 시작했지.

게다가 리스크 관리도 염두에 두지 않아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늘 자금의 압박에 시달렸어.

내가 당장의 급여가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짐작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 낭떠러지 앞에 있을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지. 결국 타협하고, 돌아가고, 회피하게 되었어. 가난하면 (소셜) IQ가 떨어진다는 말은 정말, 틀림없이 사실이야.

영식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방관자의 불필요하고, 해가 되는 조언은 하지 않을게.

다만, 내가 사업을 준비하던 당시에 꼭 읽었더라면 좋았을 책, 2권을 추천해주려고 해.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채근했을 테지만, 아쉬움은 늘 뒤로 남는 거니까.

2권의

검증해서 확증을 얻고, 궁리해서 진정 추구할만한 가치에 천착할 수 있게 된다면 영식의 사업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자! 첫 번째 추천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 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가 찾아낸 비즈니스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

알베르토 사보이아 저/이지연 역,  인플루엔셜, 2020년 03월 30일

원제 : The Right It: Why So Many Ideas Fail and How to Make Sure Yours Succeed




이 책에 대해 한 줄로 적는다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내 사업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방법론”이라고 쓸 수 있을 거야. 사업을 실행하기 전에 아이디어를 검증함으로써, 실패와 성공을 확인해 보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하면 쉬워. 많은 창업가들이 수백 만원에서 수 천만 원, 혹은 수 억 원을 사업 초기에 투입해 놓고서, 실패를 예감하는 경우가 많지. 시작하자마자, 실패라니. 하지만 첫 단계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거나, 그만두는 결정을 해야 하는데 또 상당수의 창업가들이 자금을 더 많이 투입해 보려는 의지(사실은 근거 없는 고집)를 발현하곤 해.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말이야.

그러니, 사업을 결행하기 전에 하루의 시간, 아니 4시간이면 충분할 거야. 단 4시간만 책을 읽어서 자금의 손해뿐 아니라 사업 실패의 위기를 사전에 차단해 보는 게 어떨까?

물론, 검증해 보니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더 좋을 거야.

이 책의 검증 방식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한층 진화하도록 해주는 기능도 있어.

실패할 아이디어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데, 내 사업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달시켜 줄 수 있으니 사실 책 값과 너의 시간 값을 충분히 치르고도 남지.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요약하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의미도 없으니 여기서 패스할게.



두 번째 추천 책.

<승려와 수수께끼 : 성공을 위해선 두려워 말고 부딪혀라!>

랜디 코미사 저/신철호 역, 이콘, 2020년 04월 20일

원제 : The Monk and the Riddle




이 책은 사실 책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우연하게 집어 들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순식간에 완독 하게 되었어.

여행에서 방문한 사찰의 승려가 던진 화두. 저자는 그 말에서 의미를 곱씹으며 창업가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무슨 사업인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무슨 일, 어떤 가치를 향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거야.

창업 자금의 투자를 요청하러 온 신출내기 사업가에게 화두를 던진다고 생각해 봐. 아마 이전에 사업을 계획하던 나였다면 사업의 비전을 설명하느라 구구절절 말을 쏟아냈겠지만 결국 어떠한 공감도 얻어내지 못했을 거야.

사업은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창업을 하는 ‘나’ 자신의 본질에 밀착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실패를 하고 나서야 깨달았어. 내가 진정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내 이웃들과 공명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걸 알지 못하면, 아니 그 가치에 대해 궁리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사업을 결행하기 전에 그 단계로 돌아가야 해.

실패한 뒤에 뼈저린 느낌, 고통으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화두에 천착한 결과 도달한 깨달음이라면, 아마도 희열이라는 느낌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두 권의 책을 읽는 것이 사업 성공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열매를 얻을 수도 있을 거야.

책의 가능성, 독서가의 통찰은 늘 열려있으니까 건투를 빌게.

Good Luck!


@저자소개

알베르토 사보이아

구글 최초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혁신 전문가. 실리콘밸리의 산실(産室)이라 불리는 스탠퍼드 공과대학(디스쿨 및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의 설계와 검증, 혁신의 방법론을 강의해왔다. 구글의 명예 혁신 전문가로서 다수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 혁신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첫 저작인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은 실리콘밸리에서 30년 넘게 기술 및 공학에 바쳐온 저자의 열정과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집약된 산물이다. 그는 스스로도 3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업계의 전설이 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구글이 스타트업에 불과하던 시절에 이들 기업과 함께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동안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될 놈’인 아이디어와 자본, 그리고 유능한 실행력이 결합해 만드는 놀라운 성공과 보상을 몸소 체험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유능하게 실행하더라도 ‘안 될 놈’인 아이디어를 시장 실패에서 구해낼 방법은 없다는 뼈아픈 교훈도 직접 겪어야 했다. 특히나 그를 좌절케 했던 어느 실패를 경험한 후, 그는 더 이상 ‘어떻게 하면 탁월한 성공을 얻을까’가 아니라, 제대로 만들기 전에 ‘될 놈’이 될 아이디어를 사전 검증하는 방법, 데이터에 기반한 설계의 각종 툴과 전략을 찾는 쪽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기게 됐다.

2011년 아이디어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 ‘프리토타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소책자 『프리토타이핑하라(Pretotype It)』를 소량 제작하여 주변의 개발자들에게 무상 배포했다. 이 소책자가 실리콘밸리 창업자와 개발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그는 온라인상에 무료 PDF 버전을 업로드했으며, 이후 이 파일은 10년간 자체 추산 수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결국 미국의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와 정식 계약을 맺어 2019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2020년 드디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랜디 코미사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는 명함을 버리고 1980년대 초반에 벤처비즈니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 후 클라리스(Claris Corporation)를 공동창업했다. 루카스아트 엔터테인먼트(LucasArts Entertainment)와 크리스털 다이내믹스(Crystal Dynamics) 대표(CEO)를 역임했으며, GO, 웹TV, 티보(TiVo), IQ.커머스(IQ.commerce), 몬도 미디어(Mondo Media) 등 E-비즈니스 기업의 경영자문가로 활약했다. 현재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에서 ‘기업가정신’과 관련한 강의를 하는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기업가이자 벤처투자가이다.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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