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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08. 2024

어느덧 비가 온다.

4계절이 주는 즐거움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베트남으로 오게 되었고

일 년 내내 여름을 보내야 하는 곳에서 살고 있다.


3~5월은 계절의  구분이  어려운 베트남에서도 가장 더운 절기로 건기에 해당한다.

양산을 들지 않고는 햇살 아래로 나갈 수 없을 만큼 강한 태양을 견뎌내야 하는 절기.

그 절기를 올해는 유난히 혹독히 건너고 있다.


아는 지인들이 거의 다 귀임을 한 후라  외출은 자주 하지 않아

뜨거운 3,4월 햇살은 창너머로, 겪어 본 느낌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그야말로 찜통더위를 실감하게 되는데

올해 동남아는 이상 기후 영향으로 체감 온도가 50도에 육박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에어컨 없으면 낮 시간 동안 견디기 힘들 만큼

창 밖 어디서도 바람 한 점 없는 미동을 버텨내야 하는 건기.


땅은 메말라가고

그럼에도 곡식이랑 나무들은 탐스럽게 여물어 간다.


5월이 되자

베트남도 한국도 황금연휴라는 이름으로 5월 첫날부터 휴일이 이어진다.

산과 들로 나가 온갖 축제를 즐기는 데 반해 이곳에선 나가는 게 고생으로 여겨질 만큼

여전히 햇볕이 뜨겁다.

 블로그를 시작했던  1년 전에 기록한 내용을 보니 작년에도 올해처럼 집에서 연휴를 보내고 있었다.


시원한 집에서 맛있는 거나 시켜 먹으면서..

세월이 빠르다느니,

세계 경제가 뭣 같다느니.

이제 베트남에서 살 만큼 산 것 같다느니.


이 더위에 베트남 사람들 에어컨 없이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다는 둥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5월을 시작했다.


 작년과 데쟈뷰하는 이야기와 일상의 모습.

그런 와중에 하늘에 회색 구름이,

귀를 뚫는 천둥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기 사작했다.


그랬다.

이제 본격적인 우기가 오기 전

5월의 하늘은 오아시스 같은 단비를 뿌려 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더위를 더 견디나 싶을 만큼

나날이 지열은 올라가고

선풍기에 에어컨, 얼음 없이는

견디기 버겁던 2개월을 버텨냈더니


시원한 바람을 몰고 오는 회색 구름이  

늦은 오후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소리 없이......


소리 없이 강한 구름의 향연이 펼쳐질 즈음

눈치도 못 채고 있던 나는

오늘도 더운 주방에서 저녁 준비할

걱정을 하고 있었다.


후드득

후드득

후드득

쏴~~


비릿한 비냄새와 흙냄새가 함께 창을 넘어 방안까지 훅 들어온다.

촉촉하게 내리던 하늘이 어느새 새카맣게 변하더니

한낮의 지열을 시원하게 식혀주고 있다.


내려라.

내려라.

한 한 시간만 내려줘라.

이 땅의 열기를 다 가져가버리게....


모든 사람들이 늘어지고 지칠 때쯤

하늘만 바라보게 되는 시기인 이때

다들 비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제 시작하려나보다.

간절히 원하던 비의 하모니가..


계절은 속이지 않는다.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하지 않았지만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와

형벌 같은 열기를 식혀주고 간다.


평소에 비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 떨어지는 비는 우산 없이 맞아보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


우리들 인생도 이렇게 힘든 시기가 지속되다

시원한 단비를 맞게 되면 좋겠다.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이

비에 씻겨 내려가 주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말하지 않아도 , 간절히 소망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단비처럼...

그렇게 내 인생의 단비도  와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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