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것부터 실현하는 일
1997년, 대한민국이 국가부도의 사태로 빨려 들어가고 있을 그때 미국의 30대 청년 사업가 두 사람은 매일 자동차로 함께 출퇴근을 반복하며 교육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개발 툴을 만드는 스타트업 ‘퓨어 소프트’를 성장 시켜 무려 7억 5천만 달러에 매각한 이력이 있는 성공한 개발자이자 경영인이었지만 새로운 사업을 위한 아이템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둘중 한 사람이 교육 사업과는 좀 동떨어진 것 같은 오프라인 비디오 렌탈 사업을 온라인에서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뱉았고 파트너의 말을 들은 또 한 사람,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리드 헤이스팅스는 그 순간 얼마 전 영화 아폴로 13 비디오를 늦게 반납했다가 연체료 폭탄을 맞은 일이 생각났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OTT 플랫폼이 된 넷플릭스가 시작된 날이었다.
1997년 넷플릭스를 창립한 시점에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이미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전이 오프라인 위주의 영상 콘텐츠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현재와 같은 실시간 초고화질 스트리밍 같은 것은 먼 미래에나 구현이 가능한 상상속의 기술이었기에 그들은 우선 실현이 가능했던 온라인 비디오(후에는 DVD로 변경)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매장에 가지 않고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대여 신청을 하면 우편으로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그러면서도 연체료가 없고 월정액 요금을 내면 DVD를 무제한으로 빌려주기 까지 하는 이 서비스는 OTT 서비스 출시 이전에도 이미 미국 내에서만 4천만명 넘는 고객을 보유하며 넷플릭스 특유의 빨간 봉투와 선명하게 새겨진 로고를 이용자들에게 각인 시켰다.
카사요 플랫폼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회사를 창업하기 전, 자동차 통합 쇼핑 플랫폼이라는 완전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위해 여러 기술적인 부분과 행정적인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는 이미 내가 보유한 자동차 세일즈에 대한 노하우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선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실현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준비된 서비스를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길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기에 나와 카사요 팀은 함께 우선 실현 가능한 것들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2007년, 창업 10년만에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 넷플릭스는 2년만에 기존의 DVD 대여 건 수를 스트리밍 영화 수가 추월하며 가파른 속도로 OTT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특히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으로 현재는 전 세계 2억 2천만 가구 이상이 넷플릭스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1997년 출근 길 차안에서 나눈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한 걸음씩 걸어온 길이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집어 삼킨 신화가 된 것이다.
나와 카사요를 이끄는 우리 팀이 꿈꾸는 미래는 꽤 단순하고 명료하다. 카사요 플랫폼 하나로 자동차 쇼핑에 관한 모든 서비스, 신차 구매와 중고차 판매는 물론 자동차 금융을 비롯한 복잡한 과정들을 고객이 한 눈에 간편하게 확인하고 더 이상 발품을 팔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오늘도 모든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 더 발전된 카사요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는 이유이다.
이제 봄이 무르익을 때가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카사요 플랫폼이 고객과 만날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1997년, 미국의 사업가들과 그 이듬해 자동차 세일즈 시장에 뛰어든 내가 그랬듯 우리의 발걸음이 지금까지 세상이 보지 못한 새로운 신화가 되기를, 그렇게 될 것임을 나와 우리 팀은 확신한다. 그리고 이 글을 함께 해준 독자들도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