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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 Nov 15. 2023

30년 만에 처음으로 나에게 쓰는 편지

앞으로도 너의 마음을 잘 들여다볼게

이렇게 너에게 마음먹고 편지 쓰는 건 처음인 것 같아.

사실 일기를 쓰는 걸 미뤘던 이유를 알 것 같아.

내 감정상태를 마주하기가 무서웠을지도 몰라.

나는 왜 남을 이해하고 북돋아 주는 건 늘 한계 없이 잘하면서 정작 너에게는 늘 모질었는지 몰라.

특히 외국에 사는 시간이 길어 내가 내 자신을 길렀다 생각하는데 그 많은 힘든 순간 우울해하기만 하고 괜찮다고 좀 더 용기를 내보고 너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거의 안한 것 같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잘하지 않으면 가치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건 정말 너의 잘못이 아니야.

솔직히 말해 오기로 버텼던 법학과도 각종 불안에 힘들게 6년을 보냈지.

지금 생각하면 네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일이면 관두는 게 맞았던 것 같아.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는 빛이 나는 사람이다.


그동안 어린 내면아이는 늘 무시했어.

그래서 속이 많이 곪았어.

나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학 보냈던 부모님이 이해가지 않아 솔직히 화가 나.

지금 너의 내면아이는 그렇지. 그렇지만 내면 어른은 그 분노를 컨트롤하고 교육을 중시했던 너의 부모님을 이해하라고 해.

그게 이 사회에 맞기도 하고 그들만의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들에게도 쉽지 않았어.

너는 너의 부모님에게 아주 귀한 존재야.

얽혀버린 내 마음도 지금 내가 이렇구나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그건 그대로 괜찮고 지금 당장 풀지 않아도 돼.

시간이 나는 대로 짬짬이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쓸게.

지금 이걸 쓰면서도 왠지 마음에 붕대를 감고 있는 느낌이야.

피 흘리던 마음이 멎고 있는 듯한 느낌이야.


너는 그 누구의 만족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너는 참 빛나는 사람이야.

너의 그 이기겠다는 마음, 이뤄내겠단 마음, 애타적인 마음 나는 그걸 정말 높이 산다.

앞으로 무얼 하며 살지 감도 잘 잡히지 않지?

근데 괜찮아 하나하나씩 하자, 모든 사람들이 다들 그래.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더 나은 내가 되면 되는 거야.


힘내. 남들보다 좀 느리면 어때. 아무것도 없음 어때. 계속 이렇게 살 것도 아니고

너는 지금 너를 탐구하는 데 시간을 보낼 뿐이야. 그리고 그 시간도 아주 값진 시간이야.

나중엔 이런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 네가 너를 더 아껴주자. 상처받지 말자.

너의 감정을 수용하자. 네가 정말 하찮은 게 아니라, 부족한 자존감 때문에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남자친구의 마음이 변할 거라 의심하지마. 넌 계속해서 사랑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어.

넌 버림받지 않을거야. 너의 빛이 그를 늘 끌어당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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