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직장생활 시작 1일 차
프랑스에 온 지 그새 8년이 훌쩍 지났다.
작년에 처음으로 계약직으로 스트라스부르 인근에 위치한 한 회계회사에 법무사로 취직했었다.
그곳에 있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악몽 같았다. 2개월도 채 다니지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경험이었다.
그 일 때문에 나는 빨리 한국으로 가고 싶었고 올해 초 4월에 한국으로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제 많이 멘털회복이 됐고, 나는 법과 관련이 없지만 아얘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직장에 들어갔다.
석사를 다시 1학년부터 하면서 동시에 직장경험도 쌓을 수 있는 프랑스만의 교육제도인데, 알테넝스라고 불린다.
일주일 중 3일은 회사에 가고, 2일은 학교에 가는 제도이다.
월급은 나이에 따라 다른데, 보통 26세 이상은 스믹이라 불리는 최저임금을 100퍼센트 세전으로 주는데 약 250만 원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여튼 내가 올해 다시 2년 계약직으로 들어간 회사는 영국계 회사로써 주로 요리사, 파티시에들을 고용해서 기업이나 식당이나 학교에 파견 보내는 회사이다.
내가 맞은 업무는 헤드헌터이자 다른 인사관리도 같이하는 일이다.
오늘 첫 출근은 9시까지였다.
이 회사는 자유롭게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에 출근해서 시간을 채우고 가면 된다고 해줘서 그 부분이 마음에 놓였다.
오전에는 거의 텅 비어있어서 사람들을 다 보지는 못했다.
내 사수를 맡은 분이랑 인사했을 때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심리적으로 안심이 됐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원래 알던 사람처럼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냈는지, 내가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드렸을 때 분위기가 어땠는지 바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와 느낌이 좋았다. 나의 사수분은 나에게 커피 타는 것을 도와주고 오전 내내 회사에 관해, 그리고 내가 할 일들에 관해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으로 설명해 주었다.
내가 할 일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왠지 나랑 이 일이 맞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5월에 이곳에 지원했을 때는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얼마 없어서 그냥 이력서를 보내봤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6월에 한국에서 줌으로 인터뷰를 봤을 때부터 느낌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프랑스로 공부하러 가야지 했던 이유는 아동법이 하고 싶어서였다. 아동법이든 가족법이든 인권이든 좋으니 부디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유급도 수없이 많이 한 것도 한몫했지만 특히나 인권에 대해 최신판결문들을 읽어볼 때 나는 현실에 실망하고 좌절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일에 더불어 작년에 회계회사에서 있던 일들과 겹쳐, 아마 내가 다른 사람을 돕는 길은 다른 길이 있나 보다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버티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버티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법학을 해서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나의 시선도 다른 유학생들과는 살짝 다른 점도 있고, 그들의 철학을 배우는 데도 참 도움이 됐었다.
어찌 됐든 학사는 따놨으니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나는 일도 일이지만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오늘 처음 간 곳은 나랑 사수 단둘이 한 팀이며 다른 사람들도 물론 같이 일하지만 그렇게 직접적으로 같이 일을 한다기보다 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 체크만
하는 정도로 알고 있다. 나의 사수의 사수자리는 지금 비어있고,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았다.
내일은 고작 이틀째인데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직도 관심이 있는지, 면접을 보고 싶은지 물어봐야 한다.
모든 것이 프랑스어이기에 많이 떨릴 수 있지만 그래도 내 주위사람들을 생각해서 용기 내고 싶다.
2년이 잘 흘러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