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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햇살 Nov 10. 2023

마음을 알아가는 글쓰기

진짜 내 마음 알아가기

“나 너한테 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내 말 좀 들어줄래?”

“요즘 육아하느라 정신이 없어.”      




“오늘은 들어줄 수 있어?”

“아!! 맞다 맞다. 잠시만. 잊기 전에 아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야겠어.”     




“오늘은?” 

“네 이야기는 듣고 있으면 너무 괴로워. 해결되는 게 하나 없고 더 피곤해지는 것 같아. 너무 졸려. 피곤해. 자야겠어.”     




“음악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오늘은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하려던 이야기가 뭐야?”

“글쎄. 내가 하려던 말이 뭐였지? 생각이 안 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내 말도 안 들어주다가 이제야 듣겠다고? 너무하는 거 아냐?! 네가 미워 죽겠어. 네가 싫어!”     






출처 픽사베이


 똑똑똑. 언제부터였을까. "나 좀 들여봐 줄래?" 하고 마음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없다가 아주 가끔씩 마음이 어지러울 때 등장했다. 그건 마치 깊은 바닷속에 숨어 있다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아유, 뭘 이런 걸로 힘들어- 이런 걸로 유치하게- 지나면 괜찮을 거야’ 하며 어른스러운 또 다른 내가 말을 건넸다. 그러면 그 마음은 '그래 맞아. 내가 또 그랬어.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야.' 하며 수긍하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돌아보건대 맨 처음 이런 마음이 들었을 때 어떤 이유에서 말을 건네었는지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모두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울리게 행동하자는 어른스러운 또 다른 나의 얼굴이 노려보았다. 스스로도 허용하지 않았다. 몸도 어른이 되었으니 마음도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어른이 아닌 어른인 척했던 어리숙한 나. 처음 그때 내 마음을 잘 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한다. 덮고 덮여서 단단히 삐져버린 마음은 영글어진 호두껍데기 같이 변했다. 그렇게 감정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평생을 살아오게 돼버렸다. 마음을 듣지 않은 결과다.


 마음이 좋을 땐 괜찮았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을 때, 인정을 받는 것 같을 때도 좋았다. 좀 어른스러운 나, 꽤 괜찮아 보이는 나로 사는 것이 만족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불편하고 걸리는 일들이 다가오면 마음에 아주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 그 기세에 우울해졌다. 처음엔 이겨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연필정도 무게, 그리고 다음에는 벽돌 무게쯤 되었다. 그 정도도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무게와 부피가 커질수록 감당이 어려웠다. 무력해졌다. 진짜 내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결과는 점점 우울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발에 족쇄를 차고 바닷속에 가라앉는 것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깊이 가라앉곤 했다. 

 

 우울한 감정은 연애를 할 때도, 결혼 후에도, 그리고 육아를 할 때도 이어졌다. 괴로웠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됐다. 상담을 받았다. 처음에는 산후우울증으로 그리고 이어진 만성우울증으로. 몇 년에 걸친 상담을 통해 내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건 들어서 그게 내 거인 줄 알았던 거지 사실 진짜 안 것이 아니었다. 마음을 두드려보는 일. 진짜 마음을 아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직장 동료 등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려고 했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었다. 진짜 나의 모습과 이상적인 나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질수록 더 우울했던 거다. 

              



  4주 전 '슬기로운 초등생활 sns', '이은경 선생님'을 통해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4주 후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막상 시작하려니 복잡한 생각을 글로 적어내는 게 정말 어려웠다. 글을 쓰는 데에도 적당한 엉덩이 힘, 규칙적인 습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더불어 건강한 체력과 다독의 중요성도. 그리고 마음이 풀려야지만 글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동안의 글쓰기는 노트 속 일기였다면 이곳은 진짜 솔직한 날것의 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차원의 진솔한 공간, 그리고 발견의 공간이다. 


"우리 딸, 기분이 안 좋아? 왜?"

"몰라-"


얼마 전 딸아이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딸아이는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은데 모른다고 한다. 꼭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본인만이 아는 답이 분명히 그 '모른다' 속에 있다. 


 글쓰기를 통해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숨겨진 진짜 마음, 진짜 나를 알아가려고 한다. 마음에 덕지덕지 붙은 '모른다' 껌딱지를 떼어버리자!!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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