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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Dec 08. 2024

장막을 걷어라

일본 시코쿠 소도시 여행 - 프롤로그



https://youtu.be/YMKXzIp2RQs?si=qJyjRQI-jp9o4F_p



여행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무릇 여행이란,  

떠나기 전의 설렘이 여정의 절반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지금 내 앞의 수고로운 삶은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일 뿐.


여행 일정을 짜며 몸과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무엇을 살까 상점을 드나든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여행지의 거리를 누비며

식당 앞에 세워둔 입간판의 메뉴에 입맛을 다시고

쇼윈도 속의 신기한 물건에 넋을 잃는다.

그들의 일상을 구경하며

골목 카페 앞 의자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노을 지는 바다를 보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이다.

걷고 또 걷다 지치면

내린 어둠 속 불 켜진 간판에 홀린 듯 술집 문을 열 것이다.


그렇다.

상상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계획한다.

한 달 후 설 연휴에 맞추어 일본 시코쿠로.

아이들이 다 커버린 언제부턴가 가족 여행은 우리 네 사람에게 아주 특별한 행사이다.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 4인 완전체의 여행이기에 각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지난 11월 서울에 폭설이 내린 날, 나는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선언하듯 가족톡방에 여행 공지를 올렸다. 물론 초능력자에게는 사전 허락을 득했다.

장사는 어떻게 하냐고? 경비는 무슨 돈으로 마련하냐고? 여자는 물었고, 나는 미리 준비한 대답을 했다.


  공지의 내용은 간단하다.


<2025 일본 가족 여행 계획>

1. 일정(구정 연휴)

: 2025. 1/25(토)~1/30(목) 5박 6일

2. 지역

일본 시코쿠의 마쓰야마와 다카마쓰 그리고 또 어딘가

: 마쓰야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 있는 마을로 귤의 산지로 유명하고

  다카마쓰는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다.


  그리고는 덜컥 왕복 항공권을 예매했다. 이럴 때는 급한 성격이 툭 튀어나온다. 사실 급해지는 건 결정을 번복하지 않기 위함이요, 생각이 정리되면 바로 저지르는 게 내 일관된 성격이다.






   구성원 모두가 찬성한 후, 열흘이 흘렀다.


  그간 장사를 하는 시간 빼고는 일본 소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 지냈다.

먼저 다녀온 분들의 브런치를 닥치는 대로 읽으며 때론 댓글로 여쭈었고 답을 얻었고 생각을 정리했다.


  숙소를 예약하고 취소하고 다시 예약했다. 예약을 했음에도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입실 전에야 알려 준다는) 호스트의 개소리에 위험(?)을 직감하고(솔직히 초능력자가 이상한 곳이라고 말해 주었다) 숙소를 취소하기도 했고, 짧은 일정에 숙소를 네 곳이나 잡았더니 너무 불편하다는 구성원의 불평에 취소하고 다시 예약을 해야만 했다.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끝내니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현지의 교통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 JR 패스를 알아봤고, 여행 준비물과 현지 맛집을 리스트업 했다.

관광도 중요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도 분명히 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휴식이 있는 느긋한 여행 즐기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비다.


  모든 걸 내가 부담하겠다고, 부담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고(맘 같아서는 독박투어 콘셉트로 밀어붙이고 싶지만 그런 고집을 피웠다간 영락없이 나 홀로 여행이 될 것이다), 덕분에 가족은 안심했고, 덕분에 오직 나만의 독박투어인 것이 확실해졌다.


  생각하면 골치만 아프다. 그래서 그냥 저지르기로 했다.

유람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짧은 5박 6일간의 경비 때문에 집안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풋보 우리 가족이 무엇을 함께 얻고 무엇을 함께 느끼느냐 하는 아웃풋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나이를 생각할 때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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