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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Jan 05. 2025

식당의 탄생

62.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


  새해가 밝았습니다.

드디어 개업 7년 차 식당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7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니 말이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수고했다, 수고했어. 장하다, 골목식당 사장아! 


  그러나 장사가 안 됩니다. 

안 돼도 너무 안 됩니다. 비수기니까 라고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해도 너무합니다.


  요즘 들어 장사가 시원치 않은 데에는 몇 가지 (핑계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인근 대학이 겨울방학에 들어가 학생 손님이 사라졌습니다. 오낙의 매출 구성을 보면, 학생 : 직장인 : 일반 고객의 비율이 4 : 4 : 2 정도입니다. 학생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으니 전체 매출의 40%가 감소한 셈입니다. 그들이 돌아오려면 아직도 두 달이나 더 기다려야 합니다. 어떻게든 버텨야 하지만, 이대로 손가락만 빨면서 지내면 굶어 죽기 십상입니다. 


  장사가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어 일반 손님도 줄었다는 겁니다. 추위가 지속되니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려 하질 않습니다. 매출은 반토막이 나버렸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슬슬 마음 구석에 가둬둔 욕심이 솟아오릅니다. 술도 팔고 메뉴도 이것저것 추가해서 매출을 올려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자신을 유혹합니다. 한 마디로 원칙을 깨버리자는 얘기죠. 


  세 번째는 외부적 요인입니다. 

최근 들어 주변에 새로운 식당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습니다. 몇 주전에는 돈카츠 전문점이 생겼는데 이는 오낙의 생선카츠, 새우카츠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메뉴입니다. 순댓국 전문점도 생기고 샤부샤부 전문점도 생겼습니다. 전부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새롭게 매장 인테리어를 했으니 환경도 좋고 깨끗합니다. 우리가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결국은 작은 상권을 서로가 나눠 가지는 형국입니다. 


 네 번째도 외부 요인입니다. 

경기가 안 좋습니다(언제나 그랬지만). 세상이 어수선합니다. 식당만이 아니라 자영업자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다시 도래했습니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야 한다는 한은 총재의 말씀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정작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외부적 요인은 그저 핑계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가장 큰 원인은 식당 사장에게 있었습니다. 


  개업 7년 차 식당 사장은 업력을 얻는 대신 초심을 잃었습니다. 

  타성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그저 단골손님 몇 명에게 의지하여 연명하고 있습니다. 

  참신함이 사라졌습니다. 

  개선의 노력도 없이 시간을 때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모두 제 탓입니다.

  해답이 나왔습니다. 사장만 잘하면 됩니다.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무엇을 하면 나아질까 계속 잠든 마음을 깨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고명환의 책-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과, 다이소 창업주 박정부 회장의 책-천 원을 경영하라-을 읽었습니다. 당연히 자극이 되었습니다.


  초능력자에게 말했습니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영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특히 저녁 매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비스 메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계란찜을 말했고, 초능력자는, 전에도 계란찜 서비스가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 라며 반문을 하더군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녁에 술장사를 포기하며 계란찜도 덩달아 없앴던 겁니다. 술 손님에게 나가던 서비스 안주였으니까요. 


  일단 계란찜을 다시 해보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서비스는 참 어렵습니다.  그냥 내주는 것만으로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닙니다.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고객들이 받아들이는 순간, 서비스의 취지는 사라져 버립니다. 고객의 권리이자 식당의 의무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인심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인 것이죠. 






  계란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합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서비스 메뉴의 관건은 매출의 상승입니다. 손님이 그 식당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인심이 후하다는 생각마저 하는 것은 당연히 고마운 일이지만 그 생각만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서비스에 감동한 손님이 단골이 되고 주변에 좋은 가게라 입소문을 내고 자신의 지인들을 손 잡고 데려와야 합니다. 


  반대로 어쩌다 한 번 오면서 계란찜 서비스는 당연한 손님의 권리이니 빨리 내놓으라고 닦달하는 손님을 만나면 곤란합니다. 식당이 반복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딱 한 번 주고 생색만 내는 망할 놈의 식당이라는 저주를 퍼부을지도 모릅니다.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최소한 나쁜 감정이 드는 부작용은 피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우선 불특정 다수에게 행운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손님은 기분이 좋은 한편 두고두고 똑같은 서비스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또 대놓고 노골적으로 원할 수가 없게 됩니다. 권리가 아니라 행운이었으니까 말이죠. 


  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웰컴 서비스입니다. 즉, 식당 문을 열고 처음 맞이하는 손님에게 계란찜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번이 가능합니다. 이 손님은 다음에 올 때 왜 계란찜을 안 주느냐며 불평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행운이었으니까 말이죠. 물론 아침마다 오픈런을 하여 일빠가 되겠다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 정말 대단한 충성 고객이 되는 것이죠.


  이제 마음을 먹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고 확장시켜 나가자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어떻게든 가게를 살려야 합니다. 간절해져야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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