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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다움 Nov 05. 2023

이중 삼중 차별의 아픔, 오롯이 장애 여성의 몫으로

칼럼 ② 여성과 장애


지난 2020년 11월 여성 장애인의 모성권 향상을 위한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자신에게 던지는 수 없는 질문을 늘 품고 살았을 여성 장애인들은 “슬픈 얘기라 하지 않을게요.”라 했다. 그 말이 더 아프게 와닿았다. 여성 장애인의 모성권을 시작으로 일자리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자고 다짐했다. 2012년 6월 인천시에서 주최한 제3회 마을 소확행(小確幸) 아이디어 찾기 공모전에 <휠체어용 체중계 설치>를 공모하였고 장려상을 수상했다. 예산 편성까지 적합 판정을 받으며 시범사업으로 한 곳이 설치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고 주민참여 예산 전액 삭감과 함께 무산되었다. 이후 필자는 신성훈 감독의 2022년 발표 영화 <짜장면 고맙습니다>를 통해 여성 장애의 문제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 상영장에는 장애인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한 시의원이 참석했다. 지금이 기회다 생각하고 과거 휠체어 체중계에 대해 설명했다. 적극적인 행정을 기대했었지만, 지금까지도 무관심하다.


여성과 장애인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사)서울장애여성인권연대 박지주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하였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나는 엄마입니다.'


'장애 여성인은 남성,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적 인간이 아닌 무성으로 취급받고 있다'라는 박 대표의 대화에서 무(無)성이라는 단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 여성은 혼인에 대해서도 소외되어 있다. 설사 결혼을 한다고 해도 결혼과 자녀 출산, 실질적인 육아, 보험의 문제 등 다방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 여성은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할 거라는 편견이 여전하고 나아가 낙태를 권유받기도 한다. 장애의 유전, 육아 등의 이유로 가장 가까운 가족들 조차 출산에 반대하고 낙태를 종용하기도 한다는 말에 마음 한 켠이 시리다. 심지어 지적장애 여성에게 호르몬을 투여해서 출산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충격적인 인권침해도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중, 삼중의 차별에 대한 아픔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었다. 이는 인권 중 행복을 추구할 권리, 사람답게 살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다. 장애 여성의 가족들은 그들의 자녀 양육이 본인들에게 전가될지도 모른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비장애 여성 중심의 의료 환경은 그들을 심리적으로 또 한 번 위축되게 한다. 본인의 몸무게 등 사소한 것부터 태아의 전반적인 상태를 출산 전까지 제공받는 의료서비스는 전무한 상황이다. 인천은 장애 친화 산부인과가 ‘0’로 장애를 가진 엄마에게 출산의 문턱은 높다. 자녀 출산 이후에도 양육과 관련해 어려움이 뒤따른다.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 장애 여성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회적 지원은 자녀 양육 지원의 강화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서비스도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만 해당이 되고 가족지원은 없다. 다리를 저는 경증 장애 여성에 대한 지원도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예외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활동시간이 차등 적용되며, 활동지원과 양육보조의 지원이 가능하다. 중증에게만 지원이 되는 반쪽짜리 정책인 셈이다.


서울시, 경기도의 경우는


서울시는 ‘여성 장애인 홈헬퍼 서비스’, 경기도는 ‘육아도우미’ 형태로 지원되고 있다. 제공되는 서비스의 이용시간이 월 80~120시간이라 하지만 한 달 평균으로 고작 하루 3~4시간의 짧은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조차도 활동지원사들은 업무가 과중하고 노동수가도 낮다 보니 기피하고 있다.


활동지원과 아이돌봄 이외에 출산, 육아, 양육의 전반을 도와주는 서울시의 ‘여성장애인 홈헬퍼 서비스’는 이유식 만드는 법, 자녀의 발달 단계에 맞는 양육법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30%의 자부담이어서 서비스를 제공받기가 다소 부담스럽다.



장애 여성의 경우 잠재적인 우울감으로 인해 자녀 양육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부모 장애가정인 경우 양육면에서 안전의 문제로 아이돌봄이 절실하다. 부부가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부모로서의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자녀를 시설에 맡기거나 친척집으로 보내는 일이 허다하다.


박 대표는 ‘장애인가족센터’가 설립되기를 희망한다. 서비스 대상을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확대해 심리적 지원 및 체계적,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023년 4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장애인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장애인가족 지원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 가족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지원망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소외되는 가족들이 없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앞서 다룬 휠체어 체중계’의 설치도 장애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유모차를 탄 유아부터 거동이 불편한 어른, 일시적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 장애물이 없는, 장애자 친환경적인 ‘베리어 프리’를 위한 작은 시작인 셈이다. 누군가는 조금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곳에 휠체어 체중계가 설치되기를 희망하며 필자는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변화의 시작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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