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 몇 번 바뀌어도, 사람의 마음은 남는다
판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고 썼다.
그 판 위에서 나는 30년을 버텼고, 흔들렸고, 다시 일어섰다.
기술이 빨라지고,
고객이 냉정해지고,
성실함만으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대.
그래도 나는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판이 바뀌어도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만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나는 그 자리에서 배웠으니까.
“이모는요, 사세요~ 사세요~ 하는 사람이에요.”
다섯 살 손주의 이 말을 저는 지금도 가끔 떠올립니다.
처음엔 귀여워서 웃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이 살아온 길을 참 잘 말해주는 한마디더군요.
마트에서 손님에게 말을 걸며 시작한 딸은,
때론 힘들어 울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다음 날이면 또 웃으며 현장으로 나가는 아이였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일하는 마음과 자존감을 키워주는 사람이 되었지요.
저는 딸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의 가치를 믿고 실천해 온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딸의 시간과 마음이 담긴,
엄마로서 참 고맙고 자랑스러운 기록입니다.
이화숙 /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캡틴판양의 엄마
마트에서 손님에게 제품을 판매하며 시작했던 내 일.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 울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지쳐서 짜증도 냈지만,
나는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다시 매장으로 나가
웃으며 고객을 맞이했다.
그렇게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문득, 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어졌다.
내 일을,
내 시간을,
내 마음을 한 줄씩 꺼내어 담아보고 싶었다.
작년 8월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한 번에 승인이 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내 얘기를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 글을 쓴 지 반년만에 출간 제안이 왔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책 제목은 〈마트하트아트〉
마트에서 시작해, 고객의 하트(마음)를 얻고, 그 일이 아트(예술)가 되기까지.
그 길을 따라 내가 걸어온, 나만의 진짜 이야기다.
책을 준비하며 여러 분들께 추천사를 부탁드렸고,
그중 한 분은 내 삶을 가장 오랫동안 지켜봐 준
단 한 사람,
바로 우리 엄마였다.
누군가 말했듯, "딸이 잘되면, 엄마는 시인이 된다."
엄마는 내 삶의 모든 계절을 함께 걸어온 사람이다.
내가 지쳐 멈춰 설 때도, 다시 나아갈 때도 늘 곁에서 묵묵히 바라봐 주었다.
"고객님, 사세요~"라는 말로 시작했던 내가,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하고 있다.
엄마는 그걸 내가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한다.
그 일이 결국, 나 자신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하니까.
다음 연재 《일장출몰(日將出沒)》에서는 일출과 일몰 사이,
말로 다 하지 못했던 하루하루의 마음으로 다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