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했던 생애 첫 프로젝트.
나의 첫 직장은 24살, 그것도 대학교 3학년에 중소 웹에이전시에서 인턴 PM으로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운이 너무 좋았다. 아무튼 난 장기적인 목표 중 첫 번째를 이루었고 벅찬 마음으로 바로 다음 학기까지 휴학 신청한 후 총 1년(계약직)을 PM으로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1부에서 말했듯이 난 우매함의 봉우리 최정상을 찍고 아직 덜 내려온 상태였고 아직은 근자감이 넘치는 상태였다. 시키는 일이면 모두 다 할 수 있고 무조건 잘 해낼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의욕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는 법. 실무와 이론은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았고 첫 직장생활이기에 당연하고 쉬운 일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물론 비전공자에다가 인턴인 나에게 처음부터 막중한 업무를 맡기진 않았지만 긴장한 탓인지 첫 한 달간은 무슨 일이든 깔끔하게 처리 못하고 실수투성이였다. 정말 살면서 먹은 욕들을 다 합쳐도 이때만큼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래도 사수 PM분께서 그럴 때마다 같이 담배 한 대를 피며 위로의 말과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어찌저찌 견뎌냈던 것 같다(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한 달간 적응의 시간을 마치고 드디어 첫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K-POP 굿즈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PM 보조로 투입되었고 사수분을 따라 클라이언트 미팅을 따라다니며 요구사항을 받아 적고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리한 요구사항에 따라 개발자 및 디자이너분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스토리보드를 사수분이 작성하면 나는 오타를 검수하거나 요구사항과 대조하여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체크도 하고 특정 부분은 내가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살면서 처음으로 개발자와 디자이너라는 사람들과 일을 해보게 되었는데 이들이 하는 말은 분명 같은 한국말인 것 같은데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 바보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것은 기획자는 개발과 디자인에 관하여 전문가 수준으로는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그래야 뒤통수를 맞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퇴근 후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고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는 기여하게 되어 순조(?)롭게 프로젝트의 끝이 보이는가 했지만..
그 간 여러 번의 미팅에서 조율해 가며 결정한 사항들은 다 잊어버렸는지 갑자기 클라이언트 측은 우리가 요청한 것들이 상당 부분 구현이 되지 않았다며 엄청난 수정사항과 추가적인 기능 요청을 물 밀듯이 쏟아내었다. 이렇게 되면 프로젝트 일정에 맞추지 못할뿐더러 합의 보았던 공수에 맞지도 않는 상황이었고 더 나아가 내가 투입된 첫 프로젝트부터 완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결국 대표님까지 나서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들 중 상당 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미팅 때 내가 놓친 것이 있는 건 아니었을까 아니면 내가 잘못 알아들은 건 아닐까 등 그 당시엔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다는 자책을 반복하고 있던 때에 대표님이 우리 팀과 회식을 하자고 하셨다. 항상 욕하고 쓴소리만 하던 대표님이 회식자리에서 나를 위로해 주셨을 땐 정말 그 자리에서 청승맞게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투입된 첫 프로젝트를 마치게 되었고 첫 직장에서의 시간은 어느새 6개월이나 지나간 시점이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냈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고 자신감이 생겼었다. 하지만 더 큰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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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학과 전공생이 IT PM이 된 이유_https://brunch.co.kr/@hwang1401/4
2부. 정신없는 첫 직장생활_https://brunch.co.kr/@hwang1401/5
3부. 인상적인 1년을 뒤로하고_https://brunch.co.kr/@hwang14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