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it Sep 27. 2023

전기차로 우리 집
전기요금을 아낀다고?

feat. 전기차 V2G 서비스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Prologue


다양한 기술에 의해 우리의 미래 속 일상의 모습들이 새롭고 풍요롭게 그려져 나가고 있습니다.

V2G(Vehicle-to-grid)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뉴노멀(New Normal)'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기술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V2G 기술을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실증과 시범사업들에 대해 살펴보고, V2G가 가까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Why V2G(Vehicle-to-grid)?

우리가 V2G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미지: (주)헤리트

V2G는 자동차에서 전력망(Grid)으로 전기를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전기를 공급받아 충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받은 전기를 다시 전력망으로 내보내기도 합니다.


이때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양방향 온보드 충전기(OBC),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결합하여 분산형 에너지 저장장치로서 활용됩니다. 이러한 기술의 궁극적 효과는 개인 소비자와 사회로 하여금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공급받아,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절감하는 것입니다.


V2G가 가능한 차량은 전기가 더 저렴한 시간대(예: 전기수요가 낮은 밤, 또는 풍력 및 태양 에너지 생산이 많은 낮)에 충전했다가, 전기 수요가 높을 때 전력망으로 전력을 재공급함으로써 석탄, 가스 및 기타 화석 연료를 통해 생산되는 탄소집약적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V2G 상용화,
자동차 기업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현대자동차 - 세계 최초 자동차 동력 팝업 호텔 선보이다


이미지: 현대차 영국판매법인


2022년 10월부터 11월까지 영국의 시골마을 콜먼스 팜에서 약 14일간 팝업 컨셉형 부티크 호텔 'HOTEL HYUNDAI'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 호텔은 고급 부티크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며, 조명, 충전기, 포트, 샤워부스까지 모든 전력을 아이오닉5의 V2L(Vehicle-to-load) 기술을 사용해서 공급하였습니다.


HOTEL HYUNDAI 엿보기

아이오닉5가 최대 3.6kW(15A)의 전력을 공급해 230V(50Hz)의 전원을 호텔 전체에 공급한다. 일반인 누구에게나 예약이 열려있으며 방문 시 웰컴 칵테일과 3가지 코스 요리, 저녁영화, 조식이 제공된다. 

- 바(Bar) & 레스토랑
이 호텔은 에식스 지역에서 공급받은 식재료와 아이오닉5에서 공급받은 전력을 통해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내는 물론 실외 식사도 가능하며 불을 사용하는 요리도 가능하다. 커피 라운지도 있는데, V2L을 통해 작동되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린다.

- 영화관
색다른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통해 상영되는 다양한 영화도 즐길 수 있다. 


전기차를 전원으로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숙박 서비스를 그려본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전기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빌딩이 있어야만 고급 호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선입견을 지우게 만듭니다. 미래에는 한적한 시골마을 어디라도 전기차만 있다면 하이엔드 야외 휴가지로 변모하게 됩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제조사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전기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로 대전환하며 2045년까지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룰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머지않은 탄소중립의 시대에 선보일 다양할 전기차 기반의 기술력과 서비스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르노 - 2024년 V2G 서비스 탑재한 르노5 출시 예정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업체가 V2G 기술을 확보하여도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는 전력공급 체계와 관련한 시장과 제도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소비자들에게 V2G 서비스 제공을 앞둔 제조사가 있습니다. 


르노는 기술 파트너인 모빌라이즈(Mobilize)와 협력하여 고객에게 V2G 기반의 충전플랜을 제공합니다. 모빌라이즈는 계약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의 탄소중립 친환경 전기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고객은 충전했던 전기를 다시 가정으로 주입하거나 모빌라이즈를 통해 그리드로 재판매 가능합니다. 


이미지 출처: mobilize 홈페이지


이때 전기차 사용자는 에너지 소비자에만 그치지 않고, 판매도 할 수 있는 에너지프로슈머(Energy Prosumer)가 됩니다. 이를 통해 저렴한 친환경 충전뿐만 아니라 전기를 판매하여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르노5의 V2G 서비스는 2024년 프랑스와 독일에 이어 2025년 영국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BMW - PG&E와 차지포워드(Chargeforward)에 이은 V2X 후속 프로그램 발굴


BMW사는 수년 전부터 전기차 충전 서비스모델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에 앞장서왔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차지포워드(Chargeforward) 스마트차징 프로그램이었습니다. 


BMW는 지역 전기 유틸리티 사업자인 PG&E와 함께 전기차가 보편화되어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자사 전기차 고객들에게 신재생발전이 높은 시간대에 충전 시그널을 보내 충전을 유도하여, 편리한 충전과 요금절감이 모두 가능한 경험을 선사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BMW ChargeForward Report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는 지역의 낮밤 시간대 신재생발전 격차로 발생되는 '캘리포니아 덕 커브(California Duck Curve)' 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과를 입증하였습니다. 


'덕 커브'는 주로 낮시간 과다한 태양광발전으로 인해 전체 그리드의 수요가 낮아지고, 밤 시간대에는 낮아진 태양광발전으로 인해 그리드의 수요가 과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기차소유주들이 일반적으로 퇴근 후 집에서 충전을 하는 패턴이라면 이러한 현상을 악화시키게 되는데, 충전수요를 낮시간대로 이동시킴으로써 그리드 안정성을 강화하게 됩니다.


BMW사가 다음 목표로 하는 서비스모델은 V2X 기술을 결합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마트차징입니다. 이를 위해 PG&E와 2026년까지 파트너십을 연장하고, 캘리포니아 기술 사무소에서 그리드 기반의 V2G 테스트를 진행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V2X 차량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및 전력망 수급 균형을 유지할 수 다양한 케이스를 연구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의 그리드 및 신재생발전 자원과의 통합적 관점에서 진행됨으로써 VPP(가상발전소) 기반의 대규모 그리드 신뢰성을 높이는데 전기차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포드& 혼다 & BMW - V2G 기반 충전 플랫폼 합작회사 ChargeScape 설립

이미지 출처: BMWBLOG

9월에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자동차제조사 포드, 혼다, BMW 3사는 상호 협력하 V2G 기반의 충전 플랫폼 합작회사 ChargeScape를 설립하고 동등한 지분을 소유하여 관리형 충전 서비스 (Managed Charging Service)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충전 플랫폼 비즈니스를 소유함으로써 제조사들은 전력망 공급자나 유틸리티 업체와의 복잡한 거래를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체들이 ChargeScape 플랫폼으로 들어와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제공하고, 또 필요시에는 그들로부터 전기를 살 수도 있게 됩니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전기차 소유주는 기존 휘발유 차량으로는 불가능했던 관리형 충전 및 에너지 공유서비스를 활용하며 재정적 이익을 얻게 됩니다.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를 충전할 가장 "그리드 친화적 시간"을 추천받아 충전하면 요금 절감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자동차제조사로서는 다소 생소한 영역인 유틸리티, 전기 거래 등 시장으로 확장하는 만큼, 이 분야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미래의 가치를 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탐색하고 있습니다.




V2G, 아직 남은 숙제들



살펴보았듯이 V2G 기반의 양방향 충전 서비스 상용화는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머지않아일상을 스며들 새로운 서비스로서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습니다. 


제도적 기반 (feat. 계시별 요금제)

앞서 해외사례에서 보았듯이 전기차 사용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충방전을 이용하며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시간대별로 전기 요금이 다르게 매겨지는 계시별( time-of-use, TOU) 요금제가 전제조건이 되어야만 합니다. 위에서 언급된 PG&E사는 대표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시간대에 따라 단가가 바뀌는 계절별·시간대별(Time of Use, TOU)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 전력회사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기 요금제는 누진제이며,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요금이 더 많이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제주도에서 계시별 요금제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그 성과를 기반으로 점차 전국적인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인 TOU 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이 있습니다. 제주도 TOU 요금제 시범사업은 단독주택에만 적용되었고, V2G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충전공급용 전력이나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과도 연계하여 그리드 생산량에 따른 TOU 계시별 요금제의 경제성, 미래 전망 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술적 보강 (feat. 방전에 따른 부작용 걱정)

배터리 문제와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은 V2G 기술의 주요 과제이기도 합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안정성 논란이 그나마 조금씩 개선되어 점차 보편화되어 가는 추세이지만, 충전에 더해 방전까지 수행해야 한다면 부담감을 느끼는 소유주가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전기차 전기 방전 시에는 방전량 설정에 따른 '방전 깊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데, 방전이 심화될수록 셀 열화율이 증가하여 배터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안정적인 충방전을 위해서는 권장되는 '방전 깊이'를 지켜야 하며, 아무래도 초기에는 제한적인 방전량으로 인해 경제적 이득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도 있게 됩니다.


안정적인 충방전 기술력으로의 보강을 통해 한계선을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시도는 지속될 것입니다.



자발적 참여유도 

전기차 소유주가 V2G 기반의 관리형 충방전 서비스를 이용하면 결과적으로 수요반응 시장에 참여하여 그리드 부담을 줄이고 탄소중립 이행에 도움이 되지만  이를 위해서 전기차를 항상 충전소에 연결해두어야 합니다. 


물론 조금 더 저렴한 충전요금이 제공된다면 이를 활용할 사용자도 있겠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참여습관을 늘리도록 하는 유인과 보상체계를 통한 초기 행동변화 유발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은 자발적 탄소 감축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해 추가적인 보상책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 탄소 감축 시장은 기업이나 개인 등이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탄소 저감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입니다. 탄소배출권과 달리 법적 규제나 의무가 없지만, 개인의 탄소중립 실천 매개체로써 행동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V2G의 미래 - '이동형 ESS'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야



전기 수요가 점 점 더 커지고 에너지믹스가 변화하며 에너지 공급의 탈중앙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미래에서 V2G 기반의 전기차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 V2G 기술은 EV에 운송 이외의 부수적인 목적을 제공할 것입니다. EV의 에너지는 지역 에너지 분배 유틸리티에 의해 사용되기 위해 그리드로 피드백될 수 있는 반면,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에 사용되어 에너지 분배기가 그리드를 안정화하는 것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피크 시간 동안 에너지 공급을 관리하고 전력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운전자와 그리드 분배기에게 재정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력 그리드의 탈탄소화를 지원함으로써 환경에 상당한 이익을 제공하며 운전자와 그리드 분배기에게도 상당한 이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에다 유키히로 (현대자동차 유럽지역 크로스캐럴라인 본부장)



다양한 신재생발전원들이 존재하지만 시간적이거나 공간적인 제약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V2G 기반의 양방향 충전 기능의 전기차는 시간적, 공간적 제한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지역 내 단발적인 에너지 수급불균형, 그리드 안정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piologue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V2G 기술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수요가 많은 시기에 그리드에 에너지 예비량을 제공하며, EV 소유자의 에너지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입니다. 또한, 다른 에너지원과는 차별적인 Ready-to-use의 이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VPP 시장에서 유연하고 활용도 높은 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상용화 케이스들이 속속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고, 머지않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루빨리 V2G 서비스를 활용해 볼 그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작가의 이전글 팬데믹 후 글로벌 원유감산 추세와 에너지 대전환 태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