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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시댁 식구들 집들이를 했다

by tangerine

오늘, 우리는(남편과 나) 시댁 식구들을 집에 초대해 저녁을 함께했다.
한 달 전부터 나는 “밖에서 식사하고 집에서는 술이랑 디저트만 먹자”를 열 번은 넘게 말했다.


내가 초대할 거면 요리부터 설거지까지 다 하라고 하니,
남편은 요리부터 설거지, 정리까지 전부 자신이 하겠다며,
꼭 집으로 모시고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러라고 했다.


제일 처음 도착한 건 시어머니셨다. (차라리 좋아...)

시어머니는 나에게 도와줄 것은 없냐고 물어보셨다. (나의 구세주인가?)

당연히 없다고 앉아 계시라고 했다. ( 진심 도와주실 것이 없었다.)


남편 시댁 식구들(친척 누나 2, 친척 누나 남편 2, 친척 누나 자녀들 3명)이 도착했고,

식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오갔다.
가까우면서도 조금 남아 있던 어색함,
그마저도 이상하게 포근했다.


전해지는 말속의 온기,
가벼운 웃음들이 오갈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가까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보일까’, ‘어떤 인상을 줄까’가 먼저였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그저 가족이구나,라고 생각했고, 나도 그 안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다른 사촌 형제들은 편했고, 조카들은 딱 예상한 만큼 소리를 질렀으며, 소리를 지르지 않을 때는 귀여웠다.


그 사이에서 남편은 내가 불편하지 않은지를 살폈다.
모두가 즐거운 가운데,
내가 모르는 이야기 속에 잠시 멈춰 있을 때면
조용히 시선을 보내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그 작은 제스처들이 나를 자리에서 떠나지 않게 붙잡아 주었다.


남편은 배웅을 하고, 식사가 끝난 뒤엔 말없이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 뒷모습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배려가 묻어 있었다.


나는 얘기한 대로, 샐러드를 만드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안 했다.


모두를 배웅하고 내가 말했다.

“ 재밌었다. 오빠 오늘 고생 많았어.”

“나도 너무 좋았어. 정리 거의 다 했어. 오늘 너무 좋았어. 고마워.”


예전의 나는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더 신경 썼다.
오늘은 달랐다. 남편의 표정을 살피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함께 있는 시간의 결이 부드러워졌고, 그 안에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내일은 내가 설거지를 하고, 남편하고 맛있는 해장국을 먹으러 가거나, 내가 맛있는 해장국을 끓여줄까 한다.


결혼은 정말 평생 노력해야 되는 거 같다.

자랑 같은 자랑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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