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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Jul 12. 2024

착한 며느리병 완치

우리 부부 생활이 행복하면 남의 부부 생활에는 관심도 없다  

전문가들은 결혼한 자녀 부부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며 며느리에게 연락을 자주 받고 싶어 하는 심리 깊은 곳에는 사실 시 부모님들의 불편한 관계가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부부 관계가 썩 그리 편하거나 좋지 않기 때문에 자녀 부부에게 자꾸 연락을 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이 서로의 배우자와 관계가 좋고 편하고 금슬이 좋으면 자녀 부부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 없이 ‘너희 끼리 행복하게 잘 살거라’라고 말하고 정말로 불편하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며느리에게 연락을 받고 싶고, 며느리에게 자꾸 이것저것 요구하며 강요하는 시어머니의 심리에는, 남편에게도 그리고 아들에게도 따듯한 말을 듣지 못해 서운한 나머지 그나마 남편보다는 편한 대화 상대였던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에게 기대어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시어머니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다. 시어머니뿐만이 아니라 장인 장모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 들이 싸우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본인들의 부부 생활이 재미가 없거나 별로 행복하지 않으면 자녀 부부 생활에 끼어들고 싶어 한다고 한다.


이 것은 매우 이상한 현상인데,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이나 남편 대신으로 생각하며 자녀 부부 관계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자신의 배우자에게 받지 못한 관심과 애정을 자녀 부부로부터 채우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매우 기괴하다.  


하지만 이를 그냥 시어머니나 장모님의 조금 지나친 애정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시아버지 장인어른의 걱정과 관심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부부가 서로 사이가 좋고 편한 관계라면 자녀 부부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둘이서 행복하게 지내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결혼식 이후로도 어머니가 불편했다.

나와 남편이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시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난 후, 이런 대화가 오갔다.


시어머니: “아들, 사촌누나가 결혼 선물 사준다고 한 거 들었지? “

남편: “응. 아직 뭘로 할지 안 정했어. “

시어머니: ” 100만 원 넘는 거 해준다던데 엄청 좋겠다! “

남편: “응. 고맙다고 나중에 연락해야지. “

시어머니: “우리 tangerine이가 큰 사촌누나한테 고맙다고 예쁘게 문자라도 이렇게 해서 연락하는 거 어때?”


예쁘게?

내 귀를 의심했다.


나: “네? 제가요? 왜... 저는 아직 어색해서 그건 좀...”

시어머니: “아니... 외국에 사는데 외롭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고맙다고 인사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해본 거야. “


남편이 겨우 자신이 나중에 고맙다고 할 거라고 말해서 이 대화는 어색하게 끝났다.


시어머니는 그 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우리에게 부탁할 게 없냐고 물으셨다.

별로 없다고 우리가 대답하자 시어머니는 우리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야기를 하셨다.


“너희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너희 끼리만 잘 사는 것보다도 할머니나 다른 친척 형제들하고도 친하게 지내면 좋겠어. 할머니들한테도 연락도 자주 드리면 좋겠어.”


“너희 끼리만 잘 사는 것 보다도” 라는 말에 여태 먹은 모든 음식이 체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다른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천천히 알아서 할 일이라고 대답했다.

 

시어머니는 결국 식사가 끝나고 나서 남편이 계산 후 화장실을 간 사이에 또 나에게 “아들 사촌누나가 선물 사준다고 한 거 고양이 화장실 산다고 하던데 뭐 살지 정했니?”라고 말하며 계속 그놈의 결혼 선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셨다.


시어머니가 사 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남편 사촌 누나가 남편에게 주는 결혼 선물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보시는 건지 의문이었다. 남편이 뭘로 할지 아직 안 정했다고 했으면 그런 거지, 자꾸 선물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게 퍽 불편하고 싫었다.


어떤 선물을 받을지 남편이 정할 일이고, 기왕이면 우리 둘이 같이 쓸 물건이니까 뭘 받으면 좋을지 우리 부부가 서로 의논을 하는 과정이었지만 계속해서 마치 내가 그 선물에 대해서 감사를 표현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서 싫었다.


나는 그냥 이렇게 답했다. “오빠가 고양이 화장실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요, 아직 뭘 받을지 고민 중이에요. 나중에 오빠한테 물어보세요. 아직 안 정했어요.”


곧 해외에 돌아가실 시 부모님을 생각해서 해외에서는 잘 먹기 힘든 간장게장 식당에 모시고 가서 식사 대접을 하는 게 어떻냐고 남편에게 먼저 제안했던 나는, 그 이후로 몇 달간은 간장게장을 봐도 식욕이 떨어졌다. 순전히 그날 시어머니와의 간장 게장 식당에서의 불편한 기억 때문이었다.

일방적이고 배려 없는 시어머니의 요구들이 난 웃겼다. 단 한번 인사한 사이인 남편의 사촌누나에게 남편에게 준 결혼 선물이 고맙다고 “예쁘게” 연락하면 좋겠다는 그 말에서 시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웃으면서 부탁하는 그 뒤에 시어머니가 나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느껴져서 너무 싫었다. 그냥 내가 결혼한 남자의 부모님이라서 잘해드리고 웃으면서 막말을 하셔도 넘어간 건데, 시어머니는 내가 웃어넘겼더니, 아들 배우자는 막말을 하거나 이것저것 부담스러운 일들을 본인이 원한다는 이유로 맘대로 부탁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마치 옛날 시어머니 시절의 며느리들처럼.


어이없었다.


내가 앞으로는 딸이라고, 나에게 딸처럼 대해 줄 거라고 하시더니, 딸을 키워본 적 없는 시어머니는 도대체 딸이라는 존재를 뭘로 생각하시는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시어머니에게 딸이 있고, 그 딸이


자신의 시어머니에게 “네가 살이 쪘다는 얘기를 조카에게 했는데 너 살찌면 안 되는 거 아니녜. 근데 나는 네가 살쪄서 더 예뻐 보인다고 했어.” “너가 우리 조카에게 내 아들 대신 고맙다고 ”예쁘게 “ 연락하면 좋겠는데.” “나보고 아들부부는 생활비 어떻게 관리할지 내 지인이 물어보길래 한 명이 버는 걸로 생활하고 한 명이 버는 건 저축한다고 하더라라고 얘기했어. 그거 맞지?” “너희 혹시 싸우지 않냐고 내 조카가 궁금해하던데 너희 싸우니? “ 등등의 말을 듣고 와서는


자신의 시어머니 때문에 속상하다고 말해도 딸에게 웃으며 얘, 그건 별일 아니라고, 너는 좋은 100점짜리 시어머니를 둬서 행복한 거니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으시냐고 묻고 싶었다. 나에게 시어머니가 하신 말들을 똑같이 시어머니의 친 딸이 듣고 와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해도 기분 안 나쁘실 수 있냐고 묻고 싶었다.


진정 나를 딸로 생각하시는 거냐고, 딸을 키워 보신 적도 없으시면서 딸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이후 집에 가는 길 차 안에서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아까 어머니가 나보고 자기 사촌누나한테 결혼 선물 줘서 고맙다고 예쁘게 연락하라고 하신 거 들었어?”


“아니? 그런 말을 했다고? 우리 엄마는 그런 말 할 사람이 아닌데... “


어디 예능에서나 보던 “우리 엄마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아닌데, 우리 엄마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발언을 내 옆에서 시어머니와의 대화를 모두 같이 듣고 있던 남편에게서 듣고 나니 나는 기가 찼다. 별로 긴장을 안 했으니 못 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때만 해도 나는 남편에게 어머니의 그런 발언 때문에 내가 기분이 나빴다고 말하지 못했다.


결혼 전 한번 얼굴 보고 인사한 게 전부인 사이인 남편 사촌누나에게, 남편에게 준 결혼선물이 고맙다고 내가 왜 연락을 해야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예쁘게” 연락을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기분이 나빴다. 나는 남편에게 앞으로는 어머니에게 그런 말 하지 말아 달라고, 혹시나 그런 말을 하시면 “내가 연락하면 되지 겨우 한번 만난 사이인 내 아내가 왜 연락을 해야 하냐, 내 아내에게 그런 부탁하지 말아라. “라고 말해 달라고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다.  


시어머니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지만 그 사실을 나는 남편과 터놓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게 예의여서, 어른에게 내가 속상한 말을 듣거나, 시어머니가 나에게 무례한 말을 해도 내가 나이가 어리니까 그냥 참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편에게 이 사실을 정확히 말하지 않은 거라고 착각하며 지냈었다. 사실 그게 아니었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말하면, 남편에게 미움받을 까봐 두려웠던 거다.


시어머니는 한 번은 신혼집에 있는 새 실내 자전거를 보며 나에게 말하셨다.


“너 저거 자주 안 타지?”  


시어머니의 이 말은 이전에 내가 들었던 시어머니의 발언과 합쳐져, 내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을 만들어 냈다.

‘지난번에는 살쪘다고 남편 사촌누나들에게 까지 내 이야기를 했다고 하셔 놓고, 지금은 저 자전거를 무슨 근거로 내가 안 탄다고 말하시는 거지? 내가 자주 타는지 안 타는지 어떻게 알고 저렇게 단정 지어서 말하지? 기분 나쁘네?‘


그 이후로 자전거를 볼 때마다 나는 시어머니가 하셨던 말들이 생각나서 기분이 나빴다.


내가 상처받고 힘들어하던 이유에는 세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

1. 며느리에게 상처되고 무례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시어머니.

2. 무례하고 상처되는 말을 듣고도 그저 웃어넘기던 나. 그리고 상처받고 기분 나쁘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은 나.

3. 자신의 어머니가 아내에게 부담을 주고 불쾌한 말을 했는지도 못 알아차리거나, 혹은 알면서도 웃는 나를 보며 그냥 같이 웃어넘긴 남편.


 어느 날 실내자전거를 타던 중 시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어떤 링크와 함께 온 시어머니의 연락은, 남편 작은 사촌누나의 집이 방송에 나왔으니 시간이 나면 남편과 같이 보라는 카톡이었다. 자전거를 보고 떠오른 어머니의 과거 말로 인해 기분이 이미 별로였던 나는, 어머니의 카톡을 받자마자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어머니한테 연락이 왔는데, 왜 오빠 사촌누나들 관련 연락을 나랑 하려고 하셔? 어머니는 내가 오빠 대신 시외가 가족들이랑 연락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야? 저번에 결혼 선물 고맙다고도 나보고 ‘예쁘게’ 보내라고 하시더니, 도대체 어머니 왜 이러셔? >


남편은 나에게  어머니에게 그런 톡을 보내지 말라고 말해두겠다고 했다.


그날. 자전거 위에서 시어머니에게 톡을 받은 나는 그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이 폭발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어머니를 떠올리면 내 마음에서는 어떤 감정이 피어올랐다. 나는 그 마음이 뭔지 유튜브의 한 영상을 보고 깨달았다.


불쾌함. 그건 불쾌함이었다.



<이주은 부부상담> 채널의 여러 영상을 보고 나는 깨달았다.

https://youtu.be/yLut7R11pTk?si=ms4OoHyNLI6eFWDj


https://youtu.be/xkyIVPAV304?si=FZP7R8RbAcfu39xo


시어머니에게 들은 말과 시어머니의 표정 그리고 행동들에서 내가 느꼈던 것이 불쾌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었다.


남편의 어머니에게 불쾌함을 느낀다는 것을 입 밖으로 내기가 어려웠다. 사실 시어머니의 막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속으로는 수천번도 더 생각했던 것인데.  


아, 나는 여태까지 시어머니가 하신 말들에 불쾌함을 느꼈던 거구나. 나는 시어머니의 간섭과 참견 때문에 불편했구나. 남편이 해야 할 일은 중간 역할이 아니라 내 배우자 역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중간 역할이라는 말 자체가 남편의 위치가 아니라 끼어있는 애매한 역할이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그 단어를 절대 쓰지 말라고 이주은 상담사는 조언한다.


결혼 전부터 남편 어머니의 여러 말들로 인해 상처도 받고 불쾌했지만, 시어머니의 말들 때문에 불쾌하다고 남편에게도, 원인 제공자인 시어머니에게도 말하지 못해서 나는 혼자 속이 썩어가고 있었다.  은근히 웃으면서 나에게 매번 연락을 할 때면 사랑하는 우리 며느리~~라고 말하시는 시어머니가 나는 불편했는데, 그 이유도 위의 영상을 보고 깨달았다.


왜 시어머니가 나와 우리 부부에 대해 기분 나쁜 말을 하셨을 때 정색하거나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상처예요 “라고 하지 못하고 그냥 웃어넘겨버렸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등신이고, 며느라기가 심하게 와서 현명하지 못하게 어머니의 상처되는 말들을 그냥 웃어넘긴 게 아니었다.


나에게는 남편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고, 남편과 잘 지내고 싶기 때문에 남편의 어머니에 대해 내가 가진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거다. 원래 누구나 본인 부모나 가족 욕을 하면 싫어하니까. 내가 남편의 어머니에 대해 불만을 말하면 남편이 불편해할까 봐 눈치를 보고 걱정했던 거다. 그저 불쾌한 상황들을 웃어넘기며 시어머니의 상처되는 말을 무시하면 될 거라고 애써 덮어뒀었다.


하지만 결혼한 이상 남편에게 0순위인 가족은 이제부터 나였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무리 내 남편의 어머니라고 해도, 그것을 내가 참고 넘어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인생에서 앞으로 자신의 부모님보다 배우자가 더 우선 되는 것. 그게 바로 결혼 생활이다. 남편은 나에게 이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이주은 상담사는 배우자의 부모에게 상냥하게 잘하려고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배우자의 부모님과의 불쾌한 상황과 말들에 똑 부러지게 반박하거나 대처 못하고 웃어넘긴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며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다. 누구나 상대방이 가족이거나, 배우자와 가까운 사람인 시 부모님일 경우에는 불쾌한 마음을 그 순간 바로 말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 초반 3년 동안은 부부끼리 부부의 생활이나 삶에 대해 서로 알아가면서 조율하고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 그 기간에 양가 부모님들의 개입이나 지나친 간섭이 있을 경우 건강한 부부 관계를 위한 신뢰를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이 채널의 모든 영상을 남편과 같이 봤다. 우리와 비슷한 사례와 또 앞으로 겪을 수도 있을 여러 사례들을 남편과 함께 보며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다.


남편은 과거 시어머니와 있을 때마다 무심했던 자신에 대해 후회하며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앞으로는 우리 부부의 문제에 대해 어머니가 지나치게 궁금해하시며 참견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에 어머니가 하시던 막말에 웃어넘기던 내 모습이 떠올라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고 웃기만 한 내가 등신 같다고 생각하며 슬퍼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매우 미안해하고 속상해했다. 남편은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시어머니의 어떤 말들 때문에 아내가 속상해하는지 전부 알렸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대화를 할 때 서로 존중하고 조심해 주고, 아들집, 아들 결혼생활이 아니라 우리 부부의 집,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임을 기억해 달라고 어머니에게 말을 전했다.

   


우리 부부의 일에 대해 지나치게 궁금해하거나, 말을 전달하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 사촌누나들과 친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알지만, 이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한 아내에게 자꾸 친해지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부탁드렸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면서 마음이 통하면 친해지는 거지,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남편의 사촌누나는 당연히 서로 친하고 이런저런 말을 서로 전달하며 지내도 스스럼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말로 해야만 시어머니가 아시는 건지 정말 의문이었지만 아무튼 남편은 내 부탁으로 인해 그렇게 어머니에게 우리 부부가 부탁하고 싶은 것들을 전화로 알렸다.


어머니는 나에게 문자로 미안하다고 연락을 주셨다. 생각 없이 한 말에 내가 상처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도 많이 마음이 아프셨다고 하셨다. (사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로 생각 없이 말할 사이는 아니다...ㅎ) 난 이 말이 이해가 안 갔다. 어머니가 나에게 한 상처되는 말들이 별생각 없이 그냥 한 말들이라는 걸까 아니면 본인이 생각도 없이 나에게 상처되는 말을 했다고 말하신 걸까. 뭐가 되었든 나는 그냥 후자로 알고 있기로 했다. 나에게 미안하다고 어머니가 보내신 긴 카톡을 보고 조금 마음이 풀렸다. 어머니가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사과를 해주시니 그동안 가졌던 불쾌하고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었다.


이후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로 이전에 나에게 살쪘다고 말하셨던 건 정말 상처였고 기분이 나빴다고 다시 말했고, 어머니는 나에게 그 말을 한 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미안하다고 하셨다. ㅎ 원래 가해자는 기억이 없다. 당시에는 불쾌한 말을 한 이후 할 수 있는 참 편리한 대답같이 들렸다. 아무튼 그렇게 직접 어머니에게 속상함을 말한 이후로는 실내 자전거를 봐도 그때의 말이 기억 안 나게 되었다. 역시 나는 기분 나쁜 건 직접 말해야 속이 풀리는 성격인가 보다.


누군가는 내 글을 읽으면서 버릇없고, 시어머니에게 할 말을 해야 속이 풀린다니,  현명하지 못한 며느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딸 같은 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결혼 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 내가 너 엄마야. 내가 너 엄마가 되어 줄게, 나는 이제 딸이 한 명 생긴 거야. 내 딸 같은 며느리!”


시어머니에게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그냥 기분 나쁘다고 말하면서 지금도 잘 살고 있다. 시어머니가 내가 하기 싫은 걸 부탁하시면, 왜 저런 일을 시키시지? 나를 존중 안 하시나? 나를 무시하시나?라고 생각 안 하고 그냥 별생각 없이  “아 그건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 일엔 참석 안 할래요.”라고 말하고 안 해버린다. 물론 부모님에게 하듯이 말하진 않는다.ㅎ 시어머니에게 정중히 거절의사를 전달한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뭘 부탁하지 않으신다.


그러니 며느리에게 딸 같다며 간섭하고 참견하고 선 넘는 말을 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 며느리가 어떤 딸이 될지 모르니.


추가로 책도 추천한다. 이주은의 <결혼은 잘못이 없다>라는 책이다. 결혼 전 양가 부모님들과 예비부부가 모두 다 몇 번씩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관계 중독으로 인해 서로에게 너무 지나치게 연락과 관심을 바라는 나머지, 고부갈등 장서갈등으로 고통받은 가정들이 너무 많다. 결혼 전 꼭 봐야 하는 책과 유튜브 채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주은은 그냥 부모님들의 간섭과 지나친 개입은 무시하고 부부끼리 잘 살면 된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시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우리 부부다. 부모님들 부부 일은 두 분이 알아서 하시게 놔두라고 한다. 자꾸 같이 놀자고 연락이 오면 자녀 부부가 단호하게 두 분이서 노세요.라고 거절하라고 말한다.


나는 이제는 착한 며느리 병에서 완치되어 어머니와 이전보다는 잘 지낸다. 별로 서로 애써서 친해지려고 하지 않으니까  너무 좋다.  


며느리나 사위와 가깝고 친하게 지낼 수 없어서 서운 한 사람들이 있다면, 상대에 대한 기대를 과하게 하면 상처만 생긴다는 사실을 왜 그 나이가 되어서도 모르냐고 묻고 싶다.  


모든 일들은 서로 너무 가깝게 지내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거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렇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모두 서로에 대한 기대나 환상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부부가 중심이 되어 기준을 가지고 양가 부모님과 소통해야 한다. 시어머니가 불편한 말을 하셔도, 또 무리한 부탁을 하셔도 이전처럼 화가 나거나 불편하지 않다. 아 또 까먹고 이러시네, 하고 남편과 상의 후 직상상사에게 하듯 반응하면 된다.


어차피 시부모님들도 내가 선택한 사람들이 아니다. 나도 며느리에게 용돈도 많이 주고 우아한 시어머니를 만나서 같이 수다도 떨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건 내 환상이다. 내가 선택한 관계는 남편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 그냥 따라오는 관계들일 뿐이다. 그 관계들에 연연할 필요 없다.


나는 자녀 부부와 양가 부모님들은 그냥 서로 기분 나쁠 일 없는 사이 정도로만 지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평생 수십 년 넘게 남으로 지내던 사이가 뭐 얼마나 가깝고 친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관계가 될까.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고 추억이 쌓이면 빨라도 한 40년 후에나 비로소 편한 관계가 될 것이다.


뭐, 그렇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가장 긴 시간 동안 함께 할 사람은 내 배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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