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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웅 Oct 26. 2023

나의 마지막 계약해지

그러나 새로운 출발

실패 (失敗)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

실패는 돌아가는 길에 불과하다. 

그것은 다시 시도하거나 혹은 더 나은 방식으로 재도전하라고 가르쳐주는 것뿐이다.


2번의 실패를 겪고 또다시 도전했던 나의 마지막 1년간의 이야기를 작성하려 한다. 


축구화를 벗었다.

하루아침에 계약해지를 당하며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1월 중순이 넘었고 이때는 이미 팀들이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있을 시기였다. 한마디로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

나는 가까스로 주변의 지인을 통해 테스트를 보게 되었고 다행히도 합격을 하였다.

지금껏 2곳에서 계약해지를 당하며 나 자신에게 많은 채찍질을 했다. 또 언제 계약해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을 했고 노력도 많이 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강타하면서 리그경기도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 

한참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던 나는 많이 아쉬웠다. 재개될 경기만 기다렸고 그렇게 다시 시작된 리그경기에서 우리 팀은 자꾸만 순위가 내려가고 있었다. 

공격수였던 나는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득점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팀은 계속해서 패배하고 갈수록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는 부담을 많이 갖게 되었고 그러던 중 여느 때처럼 경기에 나섰던 나는 종아리 근육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하게 된다. 


4주 - 6주간 휴식을 취해야 했고 어느 날 감독님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다. 

나는 두 번의 계약해지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감독님 방에 들어갔다. 내가 들은 말은 또다시 계약해지.

3번의 계약해지… 왜 나한테만 그러지?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났다. 지금껏 2번의 계약해지를 당할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내뱉었다. 


“제가 중요할때에 골을 못 넣어서 팀이 승리하지 못했던 부분은 인정하겠습니다.”

“저도 당연히 이기고 싶고 골을 넣고 싶습니다.”

“새벽마다 나가서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신 적 있으세요?”

“부상당한 선수에게 하신다는 말씀이 계약해지는 정말 선수로써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 말을 들으신 감독님은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으니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신경 쓰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계약해지라는 얘기를 3번이나 들은 탓인지 축구에 대한 미련이 없어지고 있었고 혼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서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경기에 출전하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으나 내가 원하는 결과는 가져오지 못하였다. 

팀의 강등을 막을 수 없었고 나 또한 팀에서의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다짐을 했다. 

‘나의 실력을 보고 제대로 된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팀에 들어가지 못하면 미련 없이 그만두자’라는 생각으로 테스트를 보러 다녔다. 


팀을 찾아야 하는 축구선수들의 테스트 기간은 정말로 힘든 시기이다. 

항상 시즌이 끝난 후 추운 겨울에 진행되기 때문에 몸 상태를 유지하려면 혼자 운동을 해야 한다. 소속되어 있는 팀이 없는 것이 이유이다. 그래도 축구를 하겠다는 의지와 좋은 팀에 들어가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추운 날씨도 막지 못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

합격하겠지 라는 희망 하나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육체적인 부분은 물론이며 정신적인 부분까지 완벽해야 한다. 대충 준비한다면 경기장에 나섰을 때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도 테스트를 보러 다니며 계속해서 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갔지만 끝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다. 

3번의 계약해지와 테스트에서도 합격을 받지 못한 나는 더 이상 축구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았다. 

오랜 기간 해왔던 축구판을 한 번에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감정을 남겨둔 채 놓아주기로 하였다. 


2020년 12월 24일 내가 마지막으로 축구화를 신은 날이었다. 



축구 그만두면 뭐하지?

운동선수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할 테다.

전혀 다른 일을 하며 먹고 살 거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선수라는 꿈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고 축구 외 다른 학업이나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축구를 그만두게 되면 다들 본인에게 익숙하고 자신 있는 축구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지 않나 싶다. 


나는 2019년도 시즌이 끝난 후 용돈벌이 겸 잠시 병원에서 알바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온라인으로 주문시킨 영양제를 수량에 맞게 비닐에 패킹하고 택배박스를 접은 후 송장을 붙이면 되는 일이었다. 부모님의 식당일을 잠깐씩 도와주는 일 말고는 처음 해보는 알바였기에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았다. 영양제 이름과 위치를 외워야 일이 수월했고 누락이 없는지 항상 더블체크를 해야 했다. 배송실수가 나온다면 나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잠깐의 알바를 경험하면서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도 잘할 수 있겠구나라고 깨달았다.

나에게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무색할 만큼 알바 업무가 손에 익숙해졌고 패킹을 끝내면 퇴근을 해도 되었기에 빨리 끝내는 요령도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알바를 통해 느꼈던 경험 덕분인지 나는 축구를 그만두고 지도자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을 찾게 되었다. 


그렇다고 뚜렷한 계획과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나는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3번의 계약해지를 당한 축구선수가 사회에서 자신감이라..  고작 알바 몇 달 해봤던 게 전부인데…


그러나 자신감 가득 차 있던 나를 보여주고 싶어도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하나같이 서류에서 불합격이었다. 

솔직히 이력 하나 없는 나를 받아준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병원알바를 했던 담당자님(현재는 나의 대표님)에게 조심스레 연락을 드려 일을 할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될 놈은 되는 것인가. 직원을 채용하고 싶어도 마땅한 인원이 없어 걱정하던 참에 내가 연락을 드린 것이다.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 날짜를 잡았고 당시 면접은 나에게 어렵지 않았다.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문제없으면 된다고 해주셨고 업무적인 부분은 교육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다고 해주셨다. 


나는 이번 면접에도 알바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뭐든지 자신 있다고 전달드렸다. 알바를 했을 때 성실했던 모습이 크게 플러스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항상 병원직원 분들을 마주치면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내 일이 아니어도 도와드린 적도 있었고 매년 설날이나 추석 때마다 담당자님(현재 대표님)에게 연락을 드려 안부인사를 드렸던 것이 돌이켜보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축구가 아닌 진정한 회사원으로서의 취직은 나의 인생 플랜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이 내 뜻 때로 안될 때, 혹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때의 판단과 대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번의 계약해지를 통해 나의 멘털은 무너지지 않고 더욱 단단해졌으며 여기서 더 떨어질 곳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나는 축구를 그만두고 2주도 채 안된 시기에 병원&온라인몰 CS 고객센터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마지막 축구 이야기를 전달드리며

단 하나의 꿈을 위해 10년 넘게 자기 자신을 희생하며 몰두하고 노력하고 경쟁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인생의 반을 축구하나로 15년간 살아온 내가 실패를 통해 그만둔다는 건 말로 표현 못할 만큼의 많은 감정들이 아직까지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하지만 축구에 실패했을 뿐이지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약해지를 처음 당했을 때 그만두었다면 나는 아마도 그때 이미 패배자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 계속 도전을 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왔다. 


그로 인해 나의 멘털은 상상이상으로 강해져 있었다. 돌이켜 보니 계약해지를 당한 이유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나의 실력이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남 탓을 하기 바빴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왜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라고 한편으로는 후회가 되지만 앞으로 나의 새로운 인생에서는 남 탓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고 현재까지도 잘 실천해 나가는 중이다. 


앞으로는 회사에 입사해 CS팀 팀장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한다.

흔히들 알고 있는 회사생활의 이야기이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배움의 나날이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 또는 자신에게 자꾸만 의구심을 갖는 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조금이나마 전달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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