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 관계 사이에서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나는 날이었다.
계속 혼자 있다가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만인지. 설레면서 우리 집으로 놀러 오는 것이어서 집을 청소하느라 바쁜 날이었다. 혼자였을 때는 아무렇게 살아도 괜찮았는데 누군가가 온다고 하니까 욕실 실내화부터 발매트까지 싹 다 걱정이 되었다.
'아 좀 더러운 것 같은데.. 어떡하지?'
'여기는 치웠는지 왜 더러워졌지?'
다시 치우고 손님맞이할 음식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고.
아침부터 피곤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바쁨이었다.
저녁이 되어, 일을 마친 내 동생까지 합류했다. 우리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혼자일 때는 술집 거리를 지나가며 다들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오늘은 나도 그들처럼 누군가와 일상을 나누는 사람이다.
갈배 하이볼, 토마토 매실 하이볼, 토마토 맥주. 지글지글 끓는 전골과 닭 떡볶이. 따뜻한 국물이 몸속으로 퍼지자 뺨은 붉게 달아올랐다.
우리는 말없이 허겁지겁 먹다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시시한 이야기와 오래된 가십거리로 밤은 점점 무르익었다.
우리는 술은 그만 마시기로 하고 다들 웃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밤에서 차분한 밤으로 넘어왔다.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가옥은 걸을 때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 자체로 운치가 있었다. 비가 주르륵 내리고 점점 추위가 목 위로 올라왔다. 슬슬 목이 아파져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목을 달랬다. 따뜻한 코코아와 책장에 꽂힌 오래된 책들. 책을 읽는 연인과 혼자 음악을 들으며 사색하는 사람. 모든 게 어우러지는 밤이다.
그런 일상을 보내면서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혼자여도 할 수 있지만 혼자 하고 싶지 않은 것들."
추위를 달래고, 따뜻한 음식을 나누고, 달콤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나날들.
그런 나날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관계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